KCC 복귀 이상민 "다재다능 최준용…야구로 치면 5툴 플레이어"
"허웅엔 '나만의 스텝' 가지라고 했다…좋은 재료로 요리 잘할 것"
"지도자로서도 우승 목표…KCC 우승 배너 추가하고 싶다"
(용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코치인지, 감독인지가 뭐가 중요한가요. 언젠가 코트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은 있었습니다."
7일 경기 용인 KCC 체육관에서 만난 이상민 코치는 낯선 듯 낯설지 않은 전주 KCC의 팀 훈련 유니폼을 입고 선수단 지도에 여념이 없었다.
2014∼2022년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지휘봉을 잡았던 이상민 코치는 지난달 26일부터 친정팀 KCC에 코치로 합류해 농구계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995년 KCC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입단해 1997-1998시즌과 1998-1999시즌 연속으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고 KCC 왕조를 구축했지만, 2007년 자유계약선수(FA) 서장훈이 오며 보상선수로 삼성으로 떠난 뒤 16년 만의 복귀였다.
이상민 코치는 "감독님과 단장님과 상견례를 했는데, KCC에 다시 돌아온다는 게 설레고 감회가 새로웠다"면서도 "소파나 시설 등은 전부 그대로라서 반갑기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코치 합류 발표가 난 뒤 주변에서 '왜?'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는 그는 "감독을 그만두고 난 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쉬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언젠가 코트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며 "코치든 감독이든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는데 오히려 주변에서 걱정하더라"고 말했다.
이 코치는 "전창진 감독님이 '재밌게 놀아보자'라고 연락을 해 주셨다. 1년 반 쉬었으면 감 떨어진다고, 그만 쉬라고 하시더라"라며 웃은 뒤 "지도자로서 하지 못한 우승을 KCC에서 해보고 싶다. 우승 배너 6개 중 절반에 내 지분이 있는데, 올 시즌 하나를 더 추가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을 '실패한 지도자'라고 칭한 이상민 코치는 "결국 프로는 결과다. 내 스타일을 고집했지만 결과를 내지 못했다"며 "전창진 감독의 스타일을 찾아보고, 본받을 점을 흡수하면서 변화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감독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 코치는 농구한 이래 '처음으로' 휴식기를 가졌다고 한다.
"학창 시절부터 소풍, 엠티, 오리엔테이션, 수학여행, 졸업여행 등을 가본 적이 없었다"는 이 코치는 "선수 때는 시합으로, 감독 때는 출장으로만 외국에 나갔다"며 "처음으로 온전한 관광을 위해 태국, 일본, 미국 등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KCC는 올 시즌 이상민 코치뿐만 아니라 SK에서 FA 자격을 얻은 최준용까지 데려와 기존의 허웅, 이승현, 라건아와 시즌 중 제대하는 송교창까지 아우르는 초호화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 코치는 "좋은 재료도 요리를 잘못하면 꽝이다. 선수들을 조화시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역할"이라며 "감독님을 잘 모시고, 앞으로 특별히 맡기시는 부분이 있다면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좋은 재료' 허웅과 최준용은 "이 코치님은 레전드다. 코치님이 시키는 대로 할 것"이라며 "열심히 하고, 코치님과 친해지고 싶다"고 환히 웃었다.
허웅에 대해 이 코치는 "웅이가 한 달 동안 미국 스킬 트레이닝을 다녀왔는데, 스텝이 일정하지 않은 것 같았다. 웅이에게 물어보니 '특히 좋아하는 스텝이 없다'고 하더라"라며 "좋아하는 스텝을 하나쯤 가지면 슈터로서 자신감이 달라진다고 조언했는데, 가진 경험을 선수들에게 다양하게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최준용에 대해서도 "다 할 수 있는 아이다. 야구로 치면 '5툴 플레이어'"라고 칭찬한 이 코치는 "재활 막바지인데, 앞으로 운동하는 것을 보며 최준용을 파악한 뒤 무엇을 좀 더 끄집어낼지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24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예정된 KCC의 '태백 전지훈련'에는 장거리를 달리며 체력을 끌어올리는 공포의 크로스컨트리 대신, 고강도와 저강도 달리기를 반복해 더 큰 고통이 예상되는 '지옥의' 인터벌 훈련이 예정됐다.
허웅이 "머리를 비우고 가야 한다. 너무 힘들었다. 이번이 더 힘들 것 같다"고 걱정하고 최준용이 "(인터벌을 하면) 나는 죽을 것이다. 히치하이킹으로 도망갈 것"이라고 농담한 것을 전하자 이 코치는 "그런 게 어딨나. 선수들은 모두 참여해야 할 것"이라며 강단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 코치의 목표는 두말할 필요 없이 '우승'이다.
이 코치는 "프로 생활 12년간 일곱 번을 파이널에 올라가며 지는 것보다 이기는 것에 익숙했는데, 감독 8년 동안 파이널을 한 번 밖에 못 갔다"며 "감독으로서 첫 출발은 실패했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코치로 다시 시작하면서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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