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中 경제관료와 연쇄회담… 소통라인 확보 총력

이윤정 기자 2023. 7. 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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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창·류허 등 中 경제관료와 잇달아 회동
옐런 “이번 방중, 소통 오류·오해 피할 기회”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중국 최고위 경제관료들을 차례로 만났다.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에도 중국의 미국에 대한 적개심은 여전한 만큼, 옐런 장관은 양국 간 불신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실용적 경제 관료’라고 평가하는 옐런 장관도 이번 방중에서 각종 경제 현안에서 구체적 합의를 끌어내기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국 간 입장차가 크고, 경제보다는 국가 안보가 우선시되는 상황이라 경제 관료들의 운신의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중 정부와 블룸버그 통신, 중국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7일 중국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를 비롯해 류허 전 부총리,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를 만나 양국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옐런 장관과 리 총리는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문제와 환율 문제, ‘디리스킹(중국 의존도를 낮춰 위험 제거)’으로 바뀐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 통제, 중국의 희귀 광물 수출 제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중국 금융 40인포럼’ 만찬에서는 저우샤오촨 전 인민은행 총재와도 만날 예정이다.

지난 6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로이터 연합뉴스

류 전 부총리, 저우 전 총재는 옐런 장관과 인연이 있다. 류 전 부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지난 3월 은퇴한 후에도 여전히 지도부의 경제·금융 회의에 참석해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와의 무역전쟁 당시 시 주석의 전권을 받고 수석 협상가로 나서 2020년 1월 1차 무역 합의에 서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옐런 장관과는 지난 1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만나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저우 전 총재는 옐런 장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시절부터 교류해 왔다.

옐런 장관은 이 외에도 허리펑 부총리, 류쿤 재정부 장관 등 중국 경제라인 핵심 인사들을 고루 만날 예정이다. 옐런 장관은 앞서 언급된 현안 외에도 사실상 미국 기업들의 중국 내 활동을 제약하는 반간첩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옐런 장관은 이날 미국 기업인들과의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도 중국의 희귀 금속 수출규제와 반간첩법 시행 등을 비판했다.

◇ 美中 불신 완화가 최우선 과제… 현안 돌파구 마련 가능성은 적어

옐런 장관의 이번 방중 목표는 반도체 등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는 미국의 ‘진의’에 대해 설명하고 중국 측 오해를 해소하는 것이다. 중국 경제에 해를 끼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중 사이 불신을 완화해야 하는 옐런 장관은 지금까지의 경제 외교 중 가장 도전적인 시험대에 섰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옐런 장관은 방중 시작 직후부터 중국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는 전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중국 당국자들과 기업 경영자들을 만나러 베이징에 오게 돼 기쁘다”며 “우리는 미국 노동자·기업들에 이익이 되는 건강한 경제적 경쟁과 글로벌 도전들에서의 협력을 추구한다. 이번 방문은 소통할 기회이자 의사소통의 오류 또는 오해를 피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에 우리 두 국가 사이의 다양한 이슈들에 관한 의사소통을 심화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며 “방문 기간 그렇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6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싼리툰의 윈난 음식점 '이줘이왕(一坐一忘)’의 홀에서 식사하는 모습./웨이보 캡처

중국도 옐런 장관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내에서 옐런 장관은 ‘실용적인 경제 관료’로 평가받는다. 옐런 장관은 “(미·중) 경제가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재앙”이라며 중국이 반발하던 미국 주도 ‘디커플링’에 사실상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과한 고율 관세에 대해서도 “미국 소비재 기업에 더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 재정부는 이날 “옐런 장관의 방중은 중미 정상이 발리 회담에서 도달한 합의를 이행하고 양국 재무 영역에서 소통·교류를 강화하는 구체적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이익과 상생”이라며 “무역전쟁과 디커플링에는 승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옐런 장관의 이번 방중이 양국 간 고위급 소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낼 가능성은 작다. 여전히 미국과 중국 모두 ‘국가 안보’라는 틀 안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경제 조치를 운용하고 있는 만큼, 경제적 논리만으로 현안을 풀어나가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옐런 장관을 비롯한 양국 경제관료들은 기존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는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관계자를 인용해 “옐런은 양국 관계를 복구하거나 중국의 수출통제와 관세에 대한 해제 요청에 응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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