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실질금리 급등 … 자금 대이동 초읽기

노영우 전문기자(rhoyw@mk.co.kr) 2023. 7. 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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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감안한 美금리 年1.95% … 16년만에 최고
韓 0%·유럽 -2.1%·日 -2.9%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
美로 자금 몰리며 강달러 촉발 … 금융·외환시장 요동

미국의 실질금리가 2007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서 글로벌 자금 이동의 새로운 '트리거(방아쇠)'가 될 전망이다.

미국의 실질금리는 과거에 비해 높을 뿐 아니라 한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나 지역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 추가적인 금리 인상도 예고하고 있어 세계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준이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실질금리가 연 1.95%를 기록했다. 기준금리(5.25%)에서 기대물가상승률(3.3%)을 뺀 값이 실질금리다. 관련기사 A10면

이는 2007년 8월(2.05%)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기준금리 대신에 7일(한국시간) 기준으로 1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연 5.476%)를 적용해보니 실질금리는 연 2.176%로 더 높았다. 기대물가상승률은 미국 미시간대에서 조사한 것으로, 사람들이 향후 1년간 얼마나 물가가 오를지를 예측한 것이다. 예상이 현실화하고 사람들이 1억원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면 1년이 지난 후 물가 변동과 상관없이 1억200만원 이상의 실질소득이 확정된다.

같은 날 미국의 2년 만기 국채금리도 장중 한때 연 5.12%를 기록해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민간 신규 고용이 49만7000명으로 시장 예상을 2배 넘어서는 것으로 발표되자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금리가 급등했다.

유럽의 경우 7월 현재 적용되는 기준금리(4%)가 기대인플레이션율(6.1%)보다 낮아 실질금리는 -2.1%로 계산됐다. 일본은 명목금리 자체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기대인플레이션율까지 감안해 계산한 일본의 실질금리는 -2.9%로 유럽보다도 더 낮다.

미국의 실질금리는 한국보다 2%포인트, 유럽·일본보다 4%포인트 이상 높다.

국가별 실질금리에 따라 글로벌 자금 흐름의 틀도 바뀌고 경기 흐름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글로벌 자금은 실질금리를 따라 움직이고, 소비·저축·투자 등 각종 경제활동을 촉발시키는 것도 실질금리다.

韓도 실질금리 마이너스 탈출 한미 금리차에 원화약세 우려

현재 표시된 채권의 명목금리가 높더라도 물가상승률이 더 높으면 향후 이자를 받더라도 실질적인 구매력은 떨어진다. 미국의 과거가 그랬다. 미국 기준금리로 계산한 실질금리는 2007년 하반기부터 떨어져 2008년 이후에는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기대물가상승률이 명목금리를 넘어서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한국도 실질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는 비슷하다. 기준금리와 기대물가상승률로 계산한 한국의 실질금리는 0%를 기록해 2008년 10월 이후 15년 만에 마이너스 실질금리에서 탈피했다. 한국의 1년 만기 국채금리(3.598%)로 계산한 실질금리는 0.098%다. 그래도 미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실질금리의 급등은 사람들을 소비보다는 저축으로 이끄는 경향이 있다. 지금 저축하면 1년 후 더 많은 실질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투자할 때 기회비용으로 실질금리 지표를 활용한다. 이에 따라 실질금리가 오르면 투자에 대한 기회비용도 늘어나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은 현재 고용과 경기 흐름이 양호한 상황이다. 하지만 추가적인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실질금리 급등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를 하강 국면으로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실질금리의 상승은 채권처럼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상품 투자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채권에 투자하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소득이 다른 자산보다 높기 때문이다. 또 향후 금리가 떨어지면 자본이득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실질금리가 오르는 것은 시중 자금을 주식에서 채권으로 이동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가 간 자금 이동도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실질금리가 유럽보다 4%포인트가량 높아 미국 채권에 투자하면 유럽보다 4%포인트 높은 실질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실질금리 차이가 1.95%포인트로, 양국 기준금리로 계산한 금리 차(1.75%포인트)보다 높다.

이 같은 실질금리 차이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하는 것을 촉발해 외환시장에서 원화값 하락과 시장 불안을 불러올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 실질금리가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엔화에 비해선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원화값은 미국 달러와 비교했을 때는 3% 하락했지만, 일본 엔화에 비해서는 4% 정도 상승했다.

[노영우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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