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반도체 덕에 최악 면한 삼성 … 3분기엔 감산효과 본격화
◆ 삼성전자 2분기 잠정실적 ◆
7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올해 2분기 잠정실적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저조했지만 시장에서는 "반도체 바닥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업계는 올해 2분기가 시작되는 4월까지만 해도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대폭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특히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감산을 선언했음에도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고 이에 따라 수익성도 악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1분기 실적을 뒷받침했던 갤럭시 S23 신제품 효과까지 둔화되면서 시장에서는 적자 전환 가능성마저 점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최악은 면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는 전 분기와 비슷한 실적을 냈지만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61조8593억원, 영업이익 2818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이 증권사 예상치를 2배 이상 웃돈 것이다.
잠정실적으로 사업부별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4조원대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메리츠증권은 삼성전자 DS 부문이 4조2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 대신 디스플레이(8000억원), 모바일·네트워크(3조1000억원), TV·생활가전(6000억원) 등 부문의 흑자가 DS 부문 적자 폭을 메웠다는 것이 메리츠증권 예측이다. 하만 등 기타 부문에서도 3000억원 안팎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예상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DS 부문 적자 규모가 예상을 밑돌았다는 점이다. 2분기 DS 부문 영업손실은 1분기(4조5800억원)에 비해 개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력'으로 꼽히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는 3조원대 후반 적자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AI 서버 수요가 많아지면서 더블데이터레이트(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사양 제품 판매가 늘어 적자 규모를 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적자 제품 판매를 축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D램 출하량이 전 분기보다 20% 증가해 예상보다 빠르게 원가 구조가 개선됐다"고 했다. 다만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감산 효과가 본격화되는 3분기부터 재고가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쌓여 있는 재고로 재고자산평가손실이 커져 수익성이 악화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부터 감산 규모를 최대 25%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가격 또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감산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출하가 이미 저점을 지나고 있다"며 "가격 반등을 모색할 수 있는 구간"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감산 효과로 올 3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전 분기보다 0~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 분기 대비 가격 하락폭 전망치가 13~18%였던 2분기와 비교하면 가격 하락세가 완만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D램 공급업체의 지속적인 감산으로 전체 D램 공급이 점차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열풍으로 HBM 등 고사양 제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시장 반등 기대감을 높인다.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삼성 HBM 제품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50% 이상"이라며 "HBM3와 HBM3P가 내년 DS 부문 이익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연내 HBM3를 공급하고 기존 라인을 HBM 라인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DS 부문 적자 속에서 삼성전자는 HBM 등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인사를 단행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HBM 분야를 책임지는 D램 개발실장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김 연구원은 "D램과 파운드리 부문 개발 총책임자 교체라는 '핀셋 인사'로 경쟁력 제고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새하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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