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비’ 이어 블핑 하노이 공연도 보이콧... 구단선이 뭐길래
일부 베트남팬들 “블랙핑크 좋아하지만, 애국적 차원서 공연 거부해야” 주장도
이달 29,30일 이틀간 예정된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의 ‘본 핑크(Born Pink)’ 하노이 콘서트와 이달 19일 개봉하는 미국 헐리우드 영화 ‘바비(Barbie)’가 베트남과 필리핀에서 뜻밖의 논란에 휩싸였다.
성격은 다르지만, 두 이벤트 모두 각각 포스터와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 일방적으로 설정한 영해(領海) 개념인 구단선(九段線ㆍnine-dash line)을 표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구단선은 중국이 남중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수역에 9개의 끊어진 선(dash)으로 설정한 것으로,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 남중국해에 접한 동남아국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겹친다. 따라서 동남아 국가들뿐 아니라, 일본, 미국, 호주, 유럽연합(EU) 모두 이 가상의 선을 인정하지 않는다. 소의 혀처럼 생겼다고 해서, ‘우설선(牛舌線ㆍcow-tongue line)’이라고도 불린다.
2016년 8월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중국의 9단선 주장에 대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이 지역 내 여러 암초에 인공적인 군사기지를 계속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블랙핑크나 영화 ‘바비’와 같은 문화 예술 이벤트에 느닷없이 왜 구단선이 끼어든 것일까. 블랙핑크의 경우, 이번 콘서트를 주관한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iME 기획사의 웹사이트에 게재된 지도가 문제가 됐다. 이 지도는 얼핏 보면, iME 지사가 있는 중국과 한국, 타이완, 베트남, 필리핀, 호주 등을 표시한 지도로 보인다.
그러나 눈 밝은 한 베트남의 블랙핑크 팬이 이 iME의 해외 지사 지도에서 ‘희미하게’ 회색으로 그려진 구단선을 찾아냈다. 블랙핑크 콘서트를 기다리는 베트남 팬들의 열기는 매우 뜨겁고, 공항 주변은 벌써 핑크 빛으로 장식됐다. 그렇지만, 일부 팬들은 “비록 블랙핑크를 좋아하지만, 애국적 차원에서 iME가 주관한 이번 공연을 거부해야 한다”고 페이스북과 틱톡 등에서 주장한다. 그만큼 구단선은 베트남 국민에겐 민감한 이슈다.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의 레 탄 리엠 수석조사관은 “소식을 접하고 즉각 블랙핑크 공연을 주관한 iME 측이 ‘우설선’을 홍보한다는 의혹을 확인하는 조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팜 투 항 외교부 대변인은 “구단선을 표시한 출판물이나 상품의 판촉과 사용은 베트남 법에 위배되고, 용납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결국 iME의 중국 본사 대표인 브라이언 초우는 공연 티켓 판매 개시 전날인 6일 “해당 이미지는 베트남이 아닌, 다른 아시아 시장에서 가져온 것으로 신중하지 못했다”며 “iME 웹사이트의 지도는 어느 나라의 영토도 대변하지 않으며, 우리는 각국의 주권과 문화를 존중한다”고 사과했다. iME 웹사이트는 현재 ‘수리 중’으로 문을 닫은 상태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베트남은 미국 워너 브라더스가 제작한 영화 ‘바비’의 자국 내 개봉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4일 필리핀 정부도 이 영화의 상영 허가 여부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 ‘바비’ 속의 구단선은 약간 애매한 면도 있다. 여배우 마고 로비가 주인공을 맡은 바비는 공상의 나라 ‘바비 랜드’에서 살다가 연이어 발생하는 불운(不運)에 실존적 위기를 겪게 되고, 다른 바비로부터 “진짜 세계(real world)로 가 보라”는 조언을 받는다. 그러면서 ‘진짜’ 세계 지도가 화면에 잠시 등장하는데, 어린아이가 크레용으로 그린 듯한 지도다. 아프리카, 호주, 아시아 등이 실제 위치에 상관 없이 제멋대로 그려져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 국민들은 이 지도에서 ‘아시아’로 표시된 파란색 대륙에 붙어 있는 ‘8개의 점선’이 중국이 주장하는 구단선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 점선이 붙은 해안선은 러시아의 북극해 연안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어차피 이 지도 자체가 현실성과는 거리가 멀다. 워너 브라더스 측은 미 언론의 문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 U자 형태의 구단선은 애초 국민당 정부 시절의 중화민국이 1947년 공식 지도를 만들면서 11개의 점선으로 설정한 ‘11단선’에서 유래했다. 1949년 이 개념을 이어받은 중화인민공화국은 당시 같은 공산주의 국가인 북베트남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해, 베트남과 중국 하이난섬 사이의 2개 점선을 뺀 ‘9단선’을 주창했다. 나머지 점선들의 위치는 11단선과 9단선이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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