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위장이혼 위장미혼
2년 전 코로나 시국에 결혼한 후배는 법률상 아직 미혼이라고 했다. 일단 살아보고 혼인신고는 천천히 하는 분위기이니 그런가 했는데, 속내는 훨씬 복잡했다. 직장인인 두 사람이 법적으로 맞벌이 부부가 되면 청약 자격부터 정책자금 대출, 각종 지원금까지 불이익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거다.
혼인신고를 미룰수록 좋다는 건 이미 2030들의 '국룰'(불문율 혹은 유행임을 뜻하는 은어)이 됐다. 이제 혼인신고 적정 시기는 '청약이나 대출로 집을 장만했을 때' 혹은 '자녀가 태어났을 때'로 바뀌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혼인 건수가 역대 최저인 데는 이런 '위장미혼'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을 것이다. 일부 세금탈루족이 상속세나 종부세를 아끼려고 위장이혼을 하는 건 개인의 도덕적 해이로 치부할 수 있지만, 위장미혼이 늘어나는 건 국가의 잘못이자 제도의 오류다.
정부가 결혼과 출산 인센티브 정책으로 '결혼자금'에 한해 증여세 공제한도 확대를 검토한다고 한다. 10년에 5000만원인 현행 한도로는 신혼집 마련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공제한도를 1억5000만원까지 올린다면 약 970만원의 절세 효과가 있다 보니 환영하는 목소리가 많다. 요즘 집값이나 전세금을 감안해 이참에 한도를 확 올리자는 의견까지 나온다.
공제한도가 올라가면 결혼자금임을 입증하려는 혼인신고 수요가 늘어나긴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조치로 새로운 혼인 수요가 생기거나 출산율이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억 소리 나는 부동산 시세는 그대로이고 좋은 집에서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그대로다. 눈높이를 낮추라고 해봤자, 꼰대들의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벌써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더 받고 싶은 자식 세대와 덜 주려는 부모 세대의 입장 차이가 있고, 공제한도가 올라도 더 주지 못하는 형편에 괜한 속앓이하는 부모도 있다. 결혼과 출산을 늘리려면 정말 파격적인 지원책이 필요한데, 솔직히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도 오래 '위장미혼 권하는 사회'로 남아야 할 것 같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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