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가전·전장 덕 본 LG전자 vs 바닥 다진 삼성전자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분기 성적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14년 만에 최저 수준인 6천억원에 그쳤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반도체 부문에서 3조~4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보고, 갤럭시S23 출시 효과가 잠잠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바닥을 다진 셈으로, 하반기 이후 실적개선이 전망된다.
반면 LG전자는 영업이익 경쟁에서 삼성전자를 가뿐히 넘어서며 실적 호조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이 성과로 가시화되며 역대 2분기 기준 최대 매출액 달성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연결기준으로 잠정 매출이 60조원, 영업이익이 6천억원으로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2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95.74% 줄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영업손실 7천400억원)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다만 증권가 예상치보다는 선방한 성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2분기 영업이익을 2천818억원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는 이처럼 예상보다는 나은 결과를 얻었지만 반도체 부진 탓에 전사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지 못했다.
이날 부문별 세부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반도체(DS) 부문 2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3~4조원대로 예상한다. 이는 지난해 동기에 비해 약 94% 감소한 수준이다. 다만 전분기(영업손실 4조5천800억원)보다는 적자 폭이 감소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실적이 소폭 상향됐지만 모바일 수요 악화의 영향이 2분기에도 지속됐을 것"이라며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도 적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잠잠해진 갤럭시S23 출시 효과…생활가전·TV은 선방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와 네트워크 사업부는 영업이익 2조원 후반대를 거뒀을 것으로 예상 하고 있다. 전년 영업이익(2조6천200억원)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원가 상승과 수요 부진 등의 여파로 전 분기에 비해선 매출·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트렌드포스도 이 기간 삼성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분기(6천150만 대) 보다 10%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며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탰다. 앞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31조8천200억원, 영업이익은 3.1% 늘어난 3조9천400억원을 기록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출하량이 5천500만 대로 전 분기 대비 9% 감소했다"며 "평균판매단가(ASP)도 15%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MX·네트워크 사업부는 2분기 동안 수요 약세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MX는 지역별 모델 운영 효율화, 업셀링(상위 모델 판매) 전략, 다양한 소비자 판매 프로그램을 통해 플래그십과 갤럭시A 시리즈를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왔다. 네트워크는 국내와 북미 등을 중심으로 사업 기반을 강화하면서 신규 사업 대응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2분기 동안 실적 방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3분기에 '갤럭시Z5' 시리즈 출시를 앞당기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갤럭시Z폴드·플립5'이 8월께 시장에 풀리면 판매 기간이 예년보다 길어져 판매량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수요가 약해진 '갤럭시S23' 시리즈 리부스트 마케팅 역시 이어가며 실적 끌어올리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전망한 생활가전·TV 사업부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천억~6천억원대로 크게 엇갈린다. 평균적으로는 4천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전년(3천600억원)과 비교해 소폭 오른 수치로,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2년 전 1조600억원에 비해선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로 인해 마케팅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생활가전·TV 사업부는 전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흑자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TV 신제품과 에어컨 성수기 효과 덕분인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생활가전·TV 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5조5천800억원, 영업손실 600억원을 거둔 후 1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2분기에는 이익 비중이 큰 삼성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 부진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LCD TV 출하량 감소와 함께 패널 가격 상승 등이 겹친 탓이다. 현대차증권은 2분기 삼성전자 LCD TV 출하량이 822만 대 수준인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에선 하반기 원자재 가격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들어 비용이 어느 정도 하락하고 있긴 하나,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다. 하지만 물류비는 예전보다 안정돼 부담이 덜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수요 부진이 심각해 하반기에도 생활가전·TV 사업부의 어려움이 이어질 듯 하다"며 "프리미엄 가전 수요는 비교적 견조하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도 이 시장을 겨냥해 제품군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LG전자, B2B 비중 확대하며 분기 사상 최대 매출
같은 기간 LG전자는 2분기 매출액이 19조9천988억원, 영업이익은 8천92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2분기 기준 역대 최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분기 기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사업의 질적 성장 가속화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2.7%나 늘었다. LG전자는 2021년 2분기(9천1억원)에 역대 2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으나, 영업이익은 하회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LG전자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를 보면 매출액은 19조7천204억원, 영업이익은 9천779억원으로 관측됐다. 다만 영업이익의 경우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포함됐기 때문으로, 사업 성과를 기반으로 한 영업이익은 오히려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LG전자 관계자는 "매출액은 사업 구조적 측면에서 전장 사업 등 기업간거래(B2B) 비중을 확대한 것이 호실적에 주효했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회복 지연 및 시장 내 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달성한 성과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호실적 덕분에 LG전자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추월했다. 앞서 이날 오전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6천억원에 그쳤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1조2천400억원)은 LG전자보다 1조원 이상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양사의 실적의 희비가 갈린 것은 LG전자의 가전, TV 등의 사업에서 선제적인 재고 조정, 프리미엄 제품 중심 판매, 원가 개선 등의 체질 개선 전략이 효과를 거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사업의 성장과 함께 기업간거래(B2B) 비중을 늘리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점도 주효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영업이익은 전사 워룸(War Room) 태스크 등 사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해 기울인 노력이 가시화된 결과"라며 "이번에 발표한 2분기 잠정실적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의거한 예상치로, 이달 말 예정된 실적설명회를 통해 2분기 연결기준 순이익과 각 사업본부별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LG 전장, 5분기 연속 흑자 전망
특히 LG전자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전장 사업은 5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한 것으로 예상됐다. 높은 수주 잔고와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이날 사업 부문별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LG전자 전장(VS) 사업본부의 2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와 비슷한 500억원대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80조원에 달하는 수주잔고가 순차적으로 판매물량 확대로 이어진 결과다.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 역시 호실적 달성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올 들어 폭염과 장마 전망이 이어져 온 가운데 제습기, 에어컨 등 고효율 제품 매출이 늘어난 것이 도움이 됐다. 올 상반기 제습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분위기 덕에 시장에선 생활가전(H&A) 사업본부의 2분기 매출이 8조원 초중반대, 영업이익이 6천억~7천억원대일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지난해 2분기에 매출 8조676억원, 영업이익 4천322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매출은 비슷하지만 수익성이 대폭 좋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H&A사업본부는 프리미엄 제품 확대, 볼륨존(대량 판매)에서의 시장 점유율 확대, 기후 변화 및 에너지난 이후 히트펌프 중심의 시스템 에어컨 수요 확대로 이익 레벨이 개선되는 모습"이라며 "LG전자의 주력 시장인 프리미엄과 볼륨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수요 침체 지속에도 사업구조 고도화와 효율적인 비용 집행 등으로 수익성을 대폭 개선한 것으로 분석된다.
HE사업본부는 2분기에 3조원 중반대 매출, 1천억원 초중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관측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3조4천578억원)와 비슷하지만, 수익성이 대폭 개선돼 지난해 같은 기간(영업손실 189억원)과 달리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HE사업본부가 웹(web)OS 콘텐츠, 서비스 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거듭한 것이 주효했다. 또 'LG 스탠바이미 고' 등 고객의 시청경험을 혁신하는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신제품이 2분기에 새롭게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실적에 도움이 됐다.
키움증권은 "TV는 2분기에도 양호한 수익성이 예상된다"며 "2018~2019년 32~55인치 중심 TV용 LCD(액정디스플레이) 패널 출하가 정점에 이르렀던 만큼, 올해부터 교체 사이클이 실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LG전자의 TV 출하량은 중국 기업들에 밀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LG전자의 2분기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7%, 전분기 대비 12.3% 감소한 499만 대를 기록하며 4위로 밀려났다. 지난해까지 2위 자리를 지켰던 LG전자는 올해 1분기 중국 하이센스에 3위를 내어준 데 이어 올 2분기에는 TCL에게도 역전을 허용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HE사업본부의 유통 재고가 건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흑자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업간거래(B2B) 사업도 호텔 TV 등 고객 맞춤형 제품에 힘입어 2분기 실적에 보탬이 된 것으로 전망됐다. LG전자의 BS사업본부는 호텔 TV, 사이니지, 에너지 저장장치 영업, PC 등을 담당한다.
증권가에선 BS사업본부의 2분기 영업이익이 200억원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약 40% 증가했다고 예상하고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BS 사업의 경우 유통 재고가 건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흑자 기조 유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BS 사업이 입지를 넓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 관계자는 "BS 사업은 최근 업계 최초로 애플 에어플레이를 탑재한 호텔 TV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공간으로의 고객경험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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