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기술연구원-서울연구원 통폐합 놓고 근로조건 협의 진통 예상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재정비 기조에 따라 서울기술연구원이 개원 5년 만에 서울연구원으로 통폐합된다. 서울시는 내부적으로 오는 11월을 통폐합 작업 마무리 시점으로 잡고 있지만 통합 조건과 절차를 놓고 기술연구원 측의 반발이 거세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입법예고한 ‘서울연구원 운영 및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이 지난 5일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조례는 서울기술연구원 운영 근거 조례를 폐지하고, 서울기술연구원 직원은 모두 서울연구원에 채용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기술연구원의 모든 법률관계, 사업, 재산 등은 서울연구원으로 승계된다.
문제는 서울기술연구원 직원들이 서울연구원 소속으로 바뀌면서 고용조건이 하향된다는 것이다. 서울기술연구원은 직원들의 정년을 보장하지만 서울연구원은 3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계약직으로 직원들을 채용한다. 연봉도 바뀐다. 조요한 서울기술연구원 노조위원장은 “서울연구원 근로조건을 맞추려면 서울기술연구원 말단 연구직 연봉이 2000만원 이상 삭감된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이 같은 합병에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법해석을 받아놓고 법적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근로관계가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경우 근로자의 이전 근로계약도 그대로 승계되고, 따라서 이전 취업규칙을 그대로 적용받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법률 개정이나 이와 동등한 효력이 있는 법규에 의해 권리의무가 승계되는 경우에는 근로관계를 이어받지 않을 수 있지만, 법률 개정에 의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근로관계까지 승계되는 게 원칙이라는 대법원 선고도 있다. 서울기술연구원 통폐합의 경우 법률보다 하위 규범인 ‘조례’로 이뤄지는 것이므로 근로관계와 취업규칙이 모두 승계돼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지적이다.
현재 서울기술연구원과 서울연구원 직원 수는 각각 108명, 266명이다. 서울기술연구원 노조는 양 기관 합병을 앞두고 근로조건 등 이견이 첨예할 수 있는 사안들을 어느 정도 협의한 후에 조례를 의결했어야 하는데 ‘선 결론, 후 협상’ 수순으로 일이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한 노조 조합원은 “결국 박원순 시장 때 문을 열었다는 게 원죄 아니겠느냐”며 “통폐합 자체에 반대한다기보다 절차에서 법적 문제 등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 A씨는 “아무래도 조직이 바뀌다 보니 연구 여건이 어떻게 변할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부서가 어떻게 바뀌는지 문의하는 직원들도 다수”라고 전했다.
결국 연봉과 정년보장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법적 문제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 위원장은 “법적 문제의 소지가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존 구성원들이 근로조건 변화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라고 했다.
서울시는 양 기관과 충분히 협의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말 투자출연기관 운영심의위원회에서 통폐합 이야기가 나온 이후 계속해서 소통해 왔다”며 “조례로 큰 방향을 정하고 나서 근로조건 등 세부적인 내용을 추후 논의할 계획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도 기존 판례는 기업 합병에 대한 것으로 이번 건의 경우 민법상 기관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용승계에 해당사항이 없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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