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학비서관 출신 차관이 낙하산 오명을 벗는 길

송복규 기자 2023. 7. 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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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바마 정부 시절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에 존 홀드렌 미국 하버드대 환경과학·정책학과 교수가 임명됐다.

홀드렌 실장은 2017년까지 무려 8년간 미국의 과학기술정책을 이끌었다.

국가과학기술정책은 방향을 잃고 흔들렸고, 문 전 차관의 유일한 성공한 정책은 '탈원전'이라는 웃지 못할 평가도 나왔다.

하버드대로 다시 돌아간 홀드렌 전 과학기술정책실장은 지난해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과학을 공공복지에 적용한 과학자들에게 수여하는 공익메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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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바마 정부 시절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에 존 홀드렌 미국 하버드대 환경과학·정책학과 교수가 임명됐다. 2009년 임명 직전까지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역임하고, 이른바 ‘천재들의 상’으로 불리는 맥아더 펠로십을 받은 석학이다. 홀드렌 실장은 2017년까지 무려 8년간 미국의 과학기술정책을 이끌었다.

홀드렌 실장의 임기가 끝나갈 무렵인 2017년인 걸로 기억한다. 문재인 정부는 문미옥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과학기술보좌관에 임명했다. 이듬해에는 더 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자리에 올랐다. 문 전 차관이 과학 정책 분야의 전문가라고 청와대는 추켜세웠지만, 과학기술계의 우려는 컸다. 연구 경험도 별로 없고, 과학기술인으로서 보여준 성과도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문 전 차관은 ‘왕(王)차관’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취임 초기 장관보다 왕성한 활동력을 보였고, 이전 관료 출신 차관과는 비교될 정도로 폭넓은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학위가 있지만 학계 안에서 활동하지 못한 경력에, 짧은 정치 경력은 예상대로 추진력과 공감대 형성 능력에 바닥을 보이면서 실패한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전 차관은 능력의 한계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초기 보여줬던 기초과학 진흥 같은 다양한 업적을 희석시킬 정도로 과학에 정치를 끌어들인 장본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의 기관장 퇴임 사태에 연루됐다는 지적을 받았고, 과학계 원로인 신성철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을 적폐로 내몰려다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가과학기술정책은 방향을 잃고 흔들렸고, 문 전 차관의 유일한 성공한 정책은 ‘탈원전’이라는 웃지 못할 평가도 나왔다. 오죽하면 과학기술계에서는 뭔가가 잘못되면 “이게 다 그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했다.

그런데 한동안 잊혀졌던 그 이름이 최근 과학기술계에 다시 회자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과학계 카르텔을 깨겠다고 나서면서 과기정통부 1차관에 임명한 조성경 신임 차관을 두고 빗댄 말이다. 조 신임 차관에 대한 평가는 놀라울 만큼 문 전 차관과 비슷하다. 연구에서 큰 성과를 낸 것도 아니고, 과학계에 존재감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가 어떻게 새 정부에 발탁이 됐는지, 그리고 어떤 과학자들이나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대통령에게 조언하는지 정부에서 오래 일한 전문가들조차 알지 못한다. 진짜 연구 현장에서 필요한 혁신의 목소리를 듣는 건지 정치판을 어슬렁거리며 연명하는 유사 과학기술인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건지도 알기 어렵다. 과학 연구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잘 대변하기 보다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정책만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조성경 신임 차관이 이미 임명된 마당에 ‘제2의 문미옥’이 되거나 ‘문미옥 시즌2′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패는 반복돼선 안 된다. 대부분 과학자와 연구자는 정권이나 이념에는 관심이 없다. 이들을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모르는 시각으로 적폐나 카르텔로 모는 건 정권의 입맛에 맞을지언정, 과학기술의 발전에 도움이 될 리는 전혀 없어 보인다.

하버드대로 다시 돌아간 홀드렌 전 과학기술정책실장은 지난해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과학을 공공복지에 적용한 과학자들에게 수여하는 공익메달을 받았다. 차관직을 내려놓은 문 전 차관은 ‘알박기 인사’로 수많은 논란 끝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 자리를 꿰찼고, 정권이 바뀐 지금까지도 원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 사람의 차이를 열거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정권의 입맛을 대변하느냐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느냐가 아닐까. 조 신임 차관이 부디 용산보다는 연구 현장을 더 많이 찾아보고 이야기를 듣기 바랄 뿐이다. ‘제2의 홀드렌’이 될지, ‘제2의 문미옥’이 될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학을 아끼고 한국 R&D의 새 밑그림을 그린 지도자로 남게 할 수 있을지도 조 차관 본인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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