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의 시대 단기부채 걱정 없는 '재무 탄탄株' 찾아라

문일호 기자(ttr15@mk.co.kr) 2023. 7. 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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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처럼 현금비율 높은 국내 대형주 꼽아보니

글로벌 긴축 시대에 부채는 기업의 독이다. 앞으로 금리가 얼마나 오를지 노심초사하는 시대다.

이 가운데 '빚'을 '빛'의 속도로 갚을 준비를 하고 있는 기업의 주식이 국내외에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 이런 주식을 골라내는 방법으로 최근 월가 헤지펀드는 '단기부채 대비 현금성 자산 비율'을 금과옥조로 삼는다.

금리가 오르고 상황이 안 좋아지면 언제든지 빚을 갚을 준비를 하고 있는 기업이다.

예를 들어 애플은 이 비율이 2배에 달해 빚을 당장 갚고도 그만큼의 현금이 남는다.

애플은 글로벌 영업을 통해 돈을 많이 벌지만 이 같은 뛰어난 재무건전성도 최근 시가총액 3조달러의 '금자탑'을 쌓는 원인으로 주목된다.

국내에서도 애플처럼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모두 좋은 종목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블룸버그와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활용해 영업이익과 재무건전성이 높은 기업을 꼽아봤다. 지난 3월 말 현재 애플은 16조3946억원의 단기부채가 있다. 단기부채는 1년 내 갚아야 할 빚을 말한다.

블룸버그는 자체 표준화 지표를 통해 단기 차입금과 유동성 장기부채를 합쳐 '단기부채'라는 항목을 투자자에게 독점적으로 제공한다. 이 지표가 유용한 이유는 장기부채 중에서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를 단기부채로 포함시킨다는 점이다.

이번 분석에서 현금성 자산은 단기투자 상품을 제외한 보수적 현금 지표를 활용했다.

현금성 자산은 3개월 이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말하며, 단기투자는 3개월~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다. 애플의 현금성 자산은 32조1881억원으로, 단기부채의 2배 수준이다. 이런 구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오는 2분기(애플 회계연도 3분기) 영업이익률이 27.3%로 추정된다. 작년 2분기에는 27.8%였다.

최근 애플은 신제품 '비전프로'의 생산량을 절반 이상 삭감할 정도로 주춤하고 있지만 아이폰, 에어팟 등 기존 주력 상품이 고수익성을 떠받칠 것으로 보인다. 애플처럼 수익성이 높아 현금비율이 유지될 상장사가 중장기 투자처로 유망하다는 뜻이다.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시총 상위 100개 종목(6월 말 기준)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률을 조사했다.

인도에서도 잘나가는 크래프톤 이익률 34%

금융사와 지주사를 제외하고 추정 영업이익률 1등은 크래프톤(34.1%)이다. 전 세계 총싸움 게임 판도를 재편한 '배틀그라운드'가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이다.

중국 못지않게 뜨고 있는 인도 게임 시장에서 배틀그라운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지난 5월 29일 인도에서 재출시했다. 작년 7월 인도에서 쫓겨난 이후 10개월 만이다. 이 게임은 곧바로 애플과 구글 마켓에서 1, 2위를 기록하며 다음 분기 크래프톤 실적 전망을 밝게 만들고 있다.

인도는 2020년에 배틀그라운드를 퇴출한 적이 있다. 한국 크래프톤과 중국 텐센트가 손잡고 공동 배급했다는 이유에서다.

인도는 중국과의 국경 분쟁 등으로 껄끄러운 관계여서 배틀그라운드 역시 중국 게임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3대 주주로, 최근 공시 기준 지분 13.49%를 보유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2번이나 퇴출했지만 게임 재출시 이후 인기가 반복되면서 크래프톤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 기준 이 회사의 단기부채는 635억원인데 현금성 자산은 9803억원에 달한다. 현금 비율이 15.4배다. 애플에 아이폰이 있듯이 크래프톤에는 배틀그라운드가 있는 셈이다.

크래프톤은 PC와 모바일에서 배틀그라운드의 동시 흥행이 이뤄지면서 현금을 쓸어담고, 빚은 줄이고 있다.

게임사치고는 낮은 실적 대비 주가 수준도 장점이다. 올해 예상 순익 기준 주가수익비율은 14.4배다. 유일한 약점은 배틀그라운드를 대체할 '유망주'가 없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2021년부터 지식재산권(IP)을 인수해오며 부가 수입이 꾸준하고, 내년 신작 게임 8개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빚보다 현금 73배나 많은 JYP엔터

JYP엔터테인먼트의 2분기 추정 영업이익률은 31.2%다. 크래프톤, 셀트리온(32.6%)에 이어 3위다. 단기부채 대비 현금성 자산 비율은 무려 72.7배로 단독 1위다.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빚이 20억원인데 현금은 1454억원을 쌓아놨다.

이 같은 재무건전성이 외국인 투자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올 상반기 외국인은 JYP엔터 주식을 41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엔터 업종 YG(1870억원)의 2배가 넘는다.

이 같은 매수세에 JYP엔터 주가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해왔다. 박진영 JYP 최고창의력책임자(CCO)는 2018년 7월부터 가수별로 전담조직을 만들어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다른 엔터 회사들이 골프, 드라마 등 문어발식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면 JYP엔터는 음반 제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양대 그룹이 캐시카우를 담당한다. 스트레이키즈(Stray Kids)의 빌보드 차트 1위 기록과 트와이스의 월드투어 매진은 이를 대변한다.

엔터사업은 소속 가수가 전 세계에서 유명세를 얻기 힘들지만 일단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 고정비는 되레 줄어드는 구조라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특히 오는 13일 글로벌 걸그룹 'A2K'가 처음 공개돼 향후에도 현금이 쌓일 전망이다. 이 걸그룹은 미국, 캐나다 등 북미권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제품 가격 유지하는 오리온에 미소 짓는 주주들

작년 2분기 오리온의 영업이익률은 14.3%였는데 오는 2분기에는 15.1%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오리온의 경쟁사는 농심, 삼양식품, 롯데웰푸드, 해태제과식품 등인데 모두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다. 이 때문에 오리온은 과자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 이미 경쟁사들은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뚝심 경영'은 건전한 재무지표로도 이어진다. 오리온의 단기부채는 1000억원인데 현금성 자산은 5배가 넘는 5318억원을 보유 중이다.

오리온은 국내 엔터사들이 닦아놓은 '한류' 영향으로 베트남 등 해외 법인에서도 현금이 증가하고 있다. 초코파이 등 주력 제품이 현지인 입맛에 맞는 데다 3년 전 한국·베트남·중국 법인 대표를 전격 교체하면서 '충격 요법'을 쓴 것도 주효했다.

또 여름 시즌 제품 출시에 따른 매출 증가와 곡물 가격이 하락하며 원가가 낮아져 '쌍끌이 호재'가 진행형이다. 수익성과 재무지표가 더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외국인 투자자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오리온의 외국인 주주 비율은 42.3%에 달한다.

재무든든 삼바냐 고수익성 셀트리온이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바이오·헬스케어 주식 비중이 14%(1분기 기준)에 달한다. 금융업 주식 비중은 15%다. 이들 업종은 경기 방어 업종으로, 기술주 주가가 조정받을 때 이들 업종의 주가가 강세를 띠는 경향이 있다.

국내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외국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주로 담겨 있다. 두 회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5일 기준 각각 11%, 20%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기부채보다 현금성 자산이 더 많다. 이 비율은 1.2배다.

영업이익률이 작년 2분기 26%에서 오는 2분기 28.1%로 상승하는 것이 고무적이다. 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업체(CMO)는 최근 미국 화이자에서 1조2000억원의 계약을 따냈다.

하반기로 갈수록 고수익성 제약품 매출이 회계에 반영돼 수익성이 상향될 여지가 있다.

셀트리온은 빚이 현금보다 더 많지만 삼성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작년과 올해 2분기 각각 33.4%, 32.6%로 30%대 이익률을 보인다.

특히 셀트리온은 작년부터 주주 친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주가가 약세를 보이자 네 차례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 방어에 나섰다. 주주들은 자사주 소각과 0%대 배당수익률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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