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BTS도 선택한 성수 … 투자가치 1순위는 1지구
미국의 유명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이 한국에 처음으로 점포를 낸 곳. 핫한 빵집과 카페가 주말마다 인스타그램에 소개되고 '인싸'들이 줄을 서는 곳. 하지만 한편엔 아직도 옛날 모습을 지닌 중소 제조공장이 모여 있는 곳.
성수동에 대한 묘사다. 이곳은 서울에서도 매우 특이한 모습과 독특한 감성을 지닌 지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강르네상스'의 포문을 열었던 갤러리아포레는 한화건설이 갤러리아백화점의 고급 이미지를 차용해 2008년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다. 처음부터 '현금 자산 100억원 이상, 연간 백화점 쇼핑 금액 1억원 이상, 서울옥션(미술품 경매) VIP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을 정도로 철저히 고급화를 노렸다. 이후 트리마제·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입주하며 성수동 일대는 연예인도 많이 거주하는, 이른바 '힙' 타운으로 변신하게 된다. 이곳엔 소녀시대 태연·써니, 슈퍼주니어 이특·은혁 등이 살고 축구선수 손흥민, BTS 제이홉 등도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성수동 일대는 최근 개발 사업에 또 한 번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내용의 재개발을 추진 중인 성수전략정비구역 사업이 12년 만에 재개된다. 최고 50층 높이의 층수 규제를 풀고, 한강과 직접 연결하는 보행데크와 공원을 품은 '수변친화' 주거단지를 만들 예정이다.
서울서 유일하게 남은 한강르네상스
성수동은 과거 구로·영등포와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준공업지대였다. 하지만 계속된 노후화 탓에 뉴타운 후보지로 거론되다가 2007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발표한 한강르네상스 사업 일환으로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된다. 사업은 이후에도 순항해 2011년 최고 50층 높이로 건물을 짓는 개발안이 결정 고시됐다.
하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시정을 잡으면서 사업 진행은 큰 암초를 만난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1·2·3·4지구로 나뉘어 있는데, 수년간 건축심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정비계획 변경안이 발표되면서 지역 주민의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성수동은 한강르네상스 계획의 유일한 '생존자'여서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도가 높다. 2007년 서울시는 전략정비구역 5곳(합정·여의도·이촌·압구정·성수)과 유도정비구역 5곳(망원·당산·반포·자양·잠실)을 한강변에 지정했는데, 성수동만 제외하고 나머지 9곳 모두 중도 취소됐다.
서울숲 일대와 연계 개발 기대감 높아
서울시가 발표한 이번 계획안엔 2011년 만들어진 원래 정비계획 이상의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됐다. 우선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될 것을 가정해 기존에 최고 50층(높이 150m)이었던 층수 규제를 풀었다. 서울시와 성수전략정비구역 조합 등에 따르면 이번 계획안에 따라 최고 높이 300m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변북로로 가로막혀 있던 대지 여건을 개선해 한강까지 걸어서 갈 수 있게 만든 점도 특징이다. 자연스럽게 한강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단지 안에 입체데크를 조성하고, 단지를 중앙집중형으로 배치해 개방감과 한강 조망 가구를 최대한 확보했다.
10년 이상 멈췄던 성수전략정비구역의 재개발 시계가 다시 돌면서 근처 서울숲과 하나의 고급 주거 클러스터가 만들어진다는 기대감도 높다. 일례로 서울숲 인근 성수동 1가 부영호텔 건립 용지(특별계획구역4·685의 701)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용지(특별계획구역3·685의 700)에 문화 공간을 조성하는 개발계획이 한창 진행 중이다.
서울숲 주차장 용지에도 한강 조망이 가능한 주상복합을 지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만9600㎡ 규모로 지금은 자연녹지여서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땅이다.
1~4지구 입지·한강 조망 효과 다 달라
성수전략정비구역 4개 지구 중 입지가 가장 좋은 곳은 1지구다. 서울숲과 지하철 수인분당선 서울숲역이 가장 가깝다. 트리마제 바로 옆이라 갤러리아포레·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과 거대한 블록을 만들 수 있다는 평가다. 성수대교를 이용하기 편하고, 영화관 메가박스 등이 근처에 있다. 면적도 4개 지구 중 가장 넓다.
2지구는 다른 지구보다 사업 속도가 느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하지만 성수전략정비구역의 또 다른 핵심 개발계획인 강변북로 지하화에 성공할 경우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지하화를 통한 대규모 공원이 1지구의 절반과 2지구 전체를 가로질러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4지구는 일반분양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주목받고 있다. 전략정비구역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어 영동대교를 이용하면 압구정동·청담동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특히 한강 조망권이 전략정비구역 4개 중 가장 뛰어나다. 한강을 대각선으로 조망할 수 있어 재개발이 끝나면 뒤에 위치한 동까지 한강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지구는 입지 측면에선 다른 지구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을 이용하기도 쉽다.
현재 30평형대를 배정받을 수 있는 매물 기준(추정분담금 포함)으로 시세는 20억원 초반대에 형성돼 있다. 하지만 트리마제 전용면적 84㎡ 호가가 30억원을 넘어 미래 가치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이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기 때문에 실거주 요건이 필요하다.
마지막 퍼즐 '강변북로 지하화' 가능할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변북로 지하화가 가능할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만일 이 계획이 성공하면 성수동 일대 한강변은 말 그대로 천지개벽하는 것이고, 무산되면 초고층 주상복합 클러스터로만 남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이 내놓은 종전 계획에는 강변북로를 지하화해 대규모 문화공원을 조성하고, 성수동에서 한강으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보행로를 만든다는 구상이 포함됐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먼저 강변북로를 지하화한 480m 구간 상부와 기부채납한 토지 등을 이어 서울숲과 뚝섬유원지를 연결하는 1㎞ 띠 모양의 대형 공원을 만들도록 돼 있다.
강변북로 지하화 사업의 현실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이 사업은 성수전략정비구역 4개 지구가 비용을 같이 부담(기부채납)한 후 추진해야 하는데, 지구마다 사업 속도가 달라 프로젝트를 한 번에 진행하기 어렵다. 투입 예산 대비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변북로 지하화 문제는 향후 국토부 등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동우 부동산·도시계획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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