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콜'에도 돌직구 뿌리던 '제2의 오승환' KT 박영현, 166타자 만에 첫 피홈런...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제2의 오승환'으로 불리는 KT 위즈 박영현(20)이 올 시즌 처음으로 홈런을 허용했다.
박영현은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원정 경기서 1이닝 1피안타 1피홈런 1실점 1탈삼진을 기록했다. KT는 7-8로 재역전패를 당하며 4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경기는 시종일관 엎치락뒤치락했다. KT가 4회 초 2점을 선취하자 LG가 5회 말 4득점 빅이닝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6회 초 KT가 타자일순하며 5득점 빅이닝을 만들어 스코어를 7-4로 만들자, LG는 다시 6회 말 2점을 따라붙었다.
박영현은 7-6으로 KT가 1점 리드한 7회 구원 등판했다. 선두 타자 오스틴을 상대로 특유의 돌직구를 뿌리며 4구 만에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다음 타자 오지환과의 승부가 문제였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박영현은 2구 패스트볼과 3구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 2-1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다. 박영현은 카운트를 잡기 위해 몸쪽 높은 코스로 145km/h 패스트볼을 뿌렸는데 오지환이 이 공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쳤다. 타구는 잠실구장 우측 담장을 넘어갔고 스코어는 7-7 동점이 됐다. 오지환의 시즌 2호 홈런이자 박영현의 올 시즌 첫 피홈런이었다.
첫 홈런을 허용했지만 박영현은 흔들리지 않고 박동원을 3루 땅볼, 문보경을 1루 땅볼로 처리해 이닝을 마무리했다. KT는 8회 말 김민수가 홍창기에게 결승 적시 2루타를 허용해 역전패했다.
박영현은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52경기 51⅔이닝을 소화하며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 필승조 한 자리를 꿰찼다. 묵직한 돌직구를 앞세워 '제2의 오승환'이라는 별명을 얻은 박영현은 올 시즌은 불펜에 없어선 안될 존재로 활약하고 있다. 팀이 치른 74경기 중 절반이 넘는 38경기에 등판해 42⅓이닝을 소화하며 2승 2패 1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2.13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2년 차 징크스 없이 순항하고 있는 박영현이지만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박영현은 현재 리그 불펜 투수 가운데 3번째로 많은 경기(1위 LG 함덕주, 정우영 40경기 / 2위 LG 김진성, 두산 박치국 39경기)에 등판했고, 2번째로 많은 이닝(1위 KIA 임기영 48⅔이닝)을 소화했다. 1이닝 넘게 소화한 경기도 13경기나 된다. 월요일 휴식일과 우천 취소로 인한 회복 시간이 있긴했지만 박영현은 6월 28일부터 KT가 치른 6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현재 페이스라면 지난해 김민수(80⅔이닝) 처럼 시즌 80이닝 이상을 소화할 가능성도 있다.
박영현의 '애니콜' 등판은 그만큼 신뢰를 받고 있다는 뜻이지만, 한편으로는 KT 불펜에서 믿을만한 투수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 필승조로 활약했던 김민수와 주권이 5월 중반 이후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강철 감독이 승부처라고 판단한 상황에는 항상 박영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영현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씩씩하게 돌직구를 던지고 있다.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오승환은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통해 '포스트 오승환'으로 고우석(LG)과 박영현을 꼽은 적이 있다. 자신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레전드 마무리 투수 오승환에게 잠재력을 인정받은 박영현이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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