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흔들고, 자생력 키우고"…中, 3세대반도체 패권 노린다

장경윤 기자 2023. 7. 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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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반도체 R&D·양산 적극 투자…기술력 부족 지적도

(지디넷코리아=장경윤 기자)중국이 차세대 전력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쥐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내달부터 주요 소재인 갈륨(Ga)의 수출을 규제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전력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기업은 SiC(탄화규소)·GaN(질화갈륨)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SiC·GaN은 기존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 대비 고온·고전압 내구성, 전력효율 등이 뛰어나다. 두 종류 이상의 원소로 이뤄져 있어 '화합물반도체'로도, 이전보다 진보된 반도체라는 의미에서 '3세대 반도체'로도 불린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3세대반도체 패권 노리는 중국

중국에서는 SiC·GaN 반도체를 주로 3세대반도체로 부르며, 정부 주도의 투자를 추진해왔다. 2017년 시행된 13차 5개년 규획, 2021년 14차 5개년 규획에 잇달아 3세대반도체 소자 개발 및 양산을 명시했다. 

이에 힘입어 삼안광전, 이노사이언 등이 중국 내 주요 3세대반도체 기업으로 떠올랐다. 특히 삼안광전은 지난달 유럽 주요 전력반도체 기업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협력해 중국 현지에 대규모 SiC 웨이퍼 제조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투자 규모는 4조원에 이른다.

시장 규모 역시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현지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중국 내 3세대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3년 152억 위안에서 2028년 583억 위안으로 연평균 30%가량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업계는 중국이 3세대반도체에 주목하는 배경으로 미국 주도의 대중(對中) 반도체 공급망 압박을 지목한다.

현재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전공정 장비 분야는 미국, 네덜란드,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다. 7nm 이하 반도체 구현의 핵심 요소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미국 및 주변국의 제재로 이들 장비를 들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3세대반도체는 구형에 해당하는 4·6·8인치(웨이퍼 직경)용 공정 장비를 활용해, 개발 및 투자가 비교적 용이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약 7~8년 전부터 3세대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진행해왔다"며 "첨단 시스템반도체, 메모리 등은 이미 다른 국가가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갈륨 수출 규제, 중국 3세대반도체 강화에 도움 될까

지난 2일 중국은 다음달 8월 1일부터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두 소재는 반도체, 통신, 태양광 등 산업 전반에 쓰이는 물질로, 중국이 전체 공급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갈륨은 GaN 반도체의 핵심 원료이기도 하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중국의 수출 규제가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적으로 갈륨 공급을 대체할 기업들이 많고, 국내의 경우 GaN 반도체 시장이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DB하이텍, 키파운드리 등 국내 업체의 GaN 파운드리 시장 진출 시점은 2025년 이후부터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이 갈륨을 무기화하면서, 자국의 3세대반도체 사업 강화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에서 GaN 기술을 개발하는 한 전문가는 "최근 중국 GaN 웨이퍼 제조업체 몇몇이이 정부 지원금을 받아 설비투자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현지의 유리한 공급망 활용까지 더해지면 원가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의 반도체 제조업체는 제조 비용 절감을 위해 GaN 웨이퍼를 직접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갈륨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가격 상승을 부추기면, 중국 외 GaN 웨이퍼를 자체 조달하려던 업체들은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기술력 확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반면 중국이 자체적으로 3세대반도체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다. 3세대반도체 제조용 핵심장비를 독일 등 외산에 의존하고 있고, 소재 부문 역시 만족할 만한 품질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GaN 공급 분야는 LED 등 낮은 순도를 요구하는 산업에 치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순도를 요구하는 전력반도체, RF(무선통신) 등에는 미국, 유럽 제품이 주로 활용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GaN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는 있으나, 현재로선 원가 경쟁력을 제외하면 이점이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며 "다만 향후에는 통신, 충방전 시스템 등 충분한 내수 시장을 토대로 기술력을 키워나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윤 기자(jkyoo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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