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 북한, 올해 “엘니뇨” 언급 폭증…자연재해 대비 총력전
북한이 올해 공식매체에서 ‘엘니뇨’를 언급한 횟수가 예년에 비해 폭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식량난이 가중된 상황에서 식량 생산을 저해하는 자연재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4일 엘니뇨 현상 시작을 공식 선언하고 최근 지구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보인다.
7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 3개 공식매체 보도에서 올해 ‘엘니뇨’ 단어가 언급된 횟수는 총 96회(전날 기준)로 집계됐다. 지난해(1회)와 2021년(1회)과 비교하면 언급량이 폭증했다. 올해 월별로는 1월 2회, 2월 1회, 3월 1회, 4월 1회, 5월 19회, 6월 54회, 7월1~6일 18회 언급됐다.
북한 보도는 올해 엘니뇨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6월 “엘니뇨는 뻬루(페루) 앞바다를 중심으로 한 적도 태평양 동부의 넓은 수역에서 바다 겉층 물 온도가 정상 상태보다 0.5℃이상 높아져 수개월 동안 유지되는 현상”이라며 “올해에는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폭우와 고온, 가물 등 재해성 기상 현상이 우심해지고 이로 하여 세계적인 알곡 생산량이 대폭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한다”고 보도했다.
엘니뇨로 심화된 장마·홍수·폭염 등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예방하는 데 보도 초점이 맞춰졌다. 노동신문은 이날 “올해에 우리나라에서는 엘니뇨 현상으로 하여 장마가 평년보다 보름 정도 앞당겨 시작되였다”며 “농업 부문 일군(일꾼)들과 근로자들은 농작물 피해를 최대로 막기 위한 사업을 책임적으로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올해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각종 재해의 발생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따져보면서 필요한 대책들을 세우고 있다”며 “농작물들이 피해를 받지 않게 하는 데 역량과 수단을 총집중하고 있다”고 관개시설 정비 등 당국의 움직임을 설명했다.
식량난이 고조된 상황에서 알곡 생산 목표치를 차질 없이 달성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올해 제시한 인민경제 12대 중요고지 중 최우선 과제가 알곡 생산이다. 지난 2~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농업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농업 부문의 기후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며 “재해성 기후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한 기상관측 위성 개발을 강조했다. 지난 3월 당 전원회의에선 “이상기후 현상에 대비한 전반적인 관개 체계의 완비를 다그치는 것을 현시기 농업의 안정적 발전을 담보하는 데서 선차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북한은 지난 3월 국가비상위기대책위원를 소집해 자연재해 방지를 강조했고 지난해 9월 김 위원장 주재로 국가재해방지사업총화회의를 열기도 했다.
북한이 엘니뇨를 부각하며 식량 생산 부진과 관련한 당국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식량 생산 부진을 당국이 통제할 수 없는 세계적인 기후 변화 탓으로 돌리며 민심을 달래려고 한다는 평가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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