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막으려다 가슴털 나고 발기부전…'부작용' 잡으면 19조 시장 장악

안정준 기자 2023. 7. 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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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중외·종근당·대웅제약등 국내제약사도 탈모신약 개발 진행

현재 전 세계 탈모치료제 시장 규모는 이미 10조원을 넘어선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인데, 시장을 주도하는 치료제는 몇 개 없다. 효과가 상당한 소수의 치료제가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제약사들은 새로운 치료제 개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현재 시장을 장악한 치료제의 단점은 부작용. 발기부전과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입 주변과 가슴 등 원치 않은 곳에 털이나는 일도 벌어진다. 제약업계는 시장을 장악한 치료제와 다른 기전의 신약을 개발해 이 같은 빈틈을 파고들려는 전략을 펼친다.

7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탈모치료제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8% 성장해 약 19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1300억원에 육박한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도 비슷한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탈모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데다 탈모인 숫자도 환경과 생활스트레스 등 영향으로 앞으로 더 불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2021년 기준 국내에서 탈모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구는 24만3000여명으로 2016년보다 약 15% 늘었다. 여성 탈모인들도 생각보다 많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탈모 진료 인구의 절반에 육박한 10만8000여명이 여성이었다.

의료계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민간요법에 의존하거나 비급여 치료를 받는 것을 고려하면 탈모치료제 잠재 시장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본다. 대한탈모치료학회는 국내 탈모 인구를 전체 인구의 5분의 1인 1000만명으로 추산한다. 전 세계에서 탈모증의 한 형태인 원형 탈모만으로 고생하는 환자만 1억5000만명에 육박한다.

이미 규모가 상당한 시장이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성장할 전망이지만 현재까지 세계 시장을 장악한 치료제 성분은 몇 개 안된다. MSD가 개발한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프로페시아와 GSK의 두타스테리드 성분 아보다트가 양대 산맥이다. 해당 성분의 제네릭(복제약)까지 포함한 치료제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해당 성분 치료제의 효과는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처방받은 환자 90% 가량은 탈모 진행이 멈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성분은 가임기 여성이 복용하면 기형아 출산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여성 탈모 환자에 처방 가능한 치료제는 사실상 바르는 탈모치료제 미녹시딜 하나가 전부다.

철옹성 처럼 보이는 시장이지만 빈틈은 있다는게 업계 시각이다. 모낭을 축소시켜 탈모를 일으키는 남성호르몬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의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성분은 우울증과 발기부전, 간 기능 이상 등 부작용 우려가 있다. 여성용 탈모치료제 미녹시딜도 부작용이 있다. 농도 3% 이하만 사용해야 한다. 그 이상을 쓰면 여성 다모증이 생겨 턱이나 입술 주변, 가슴 등에도 털이 날 수 있다. 그나마 농도 3% 이하를 사용해 효과를 보는 경우도 10명 중 2명을 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제약업계는 이 같은 빈틈을 파고드는 전략을 취한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취득한 화이자의 원형 탈모증 치료제 리트풀로가 대표적이다. 면역·염증을 조절하는 효소인 JAK의 작용을 차단하고 염증을 줄이는 야누스키나제(JAK) 억제제 계열의 약물로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와는 다른 기전이다. 임상에서 나타난 부작용은 두통, 설사, 여드름 정도였다. 지난해 FDA에서 허가받은 일라이릴리의 올루미넌트도 JAK 억제제 계열의 원형 탈모증 치료제였다.

국내에서도 개발이 진행 중이다. JW중외제약의 'JW0061'이 대표적이다. 모낭 줄기세포에 있는 윈트(Wnt)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해 모낭 증식과 모발 재생을 촉진시키는 기전의 치료제로 현재 비임상 독성평가 중이며 내년 중 임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여성 안드로겐성 탈모증, 원형 탈모증 같은 증상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근당은 여성 탈모치료제 CKD-498를 개발 중이다. 현재 임상 2상 단계인데 국내에서 시도되는 사실상 유일한 여성 탈모 치료제 임상이다. 이 치료제가 임상 2상에 진입했다는 것은 1상에서 안전성을 검증하고 이제 개발에 어느정도 속도가 붙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CKD-498 관련 공개된 정보는 이 정도가 전부다. 핵심성분과 투약방법, 임상 참여자들의 구성 등 의약품의 대체적 성격을 미루어 짐작해 볼 만한 대부분의 정보는 비공개 상태다. 다수의 제약사가 여성탈모 관련 의약품 개발을 물밑에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경쟁사 관리 차원에서도 임상 정보를 쉽게 공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발중인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탈모에 어느정도 효능을 나타낼지도 관건"이라며 "효능 이상으로 현재 시장을 장악한 치료제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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