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바이오, 오너가 골육상쟁…내달 주총서 승부날 듯
격분한 심광경 회장 법적대응, 모친은 장녀 해임 안건 주총 소집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제일바이오가 오너가의 가족 간 경영권 다툼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 회사의 새 대표이사 자리를 꿰찬 심윤정 대표(부회장)가 아버지인 창업주 심광경 회장을 비롯해 동생 등 가족을 전부 해임시킨데 이어, 이번엔 심 회장의 배우자 김문자 씨가 심 대표를 해임시키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며 반격에 나섰다. 경영진에서 쫒겨난 오너 일가족이 장녀를 회사에서 몰아내고 다시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골육상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심윤정 대표의 모친 김문자씨가 내달 17일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통보했다. 이번 주총은 심 대표와 그의 측근인 김재윤 사외이사를 해임하고, 오너가 차녀인 심의정 씨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2명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으로 열린다.
제일바이오는 1977년 설립된 동물의약품을 제조 판매하는 업체로 지난 200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 회사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4월 임시주주총회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회사 창업이래 대표직을 꾸준히 유지했던 심 회장이 이사회 결의를 통해 돌연 해임되고, 심윤정 대표가 그 자리에 오르면서부터다. 심 대표는 1년 전 회사 지분을 증여받고, 사내이사로 선임된 지 1년 만에 아버지를 해임하고 그 자리를 꿰찼다. 아버지뿐 아니라 임원으로 있던 동생도 해임했다.
그러자 격분한 심 회장은 자신을 해임한 이사회 결정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해당 결의의 효력과 심 대표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켜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1939년생의 고령인 심 회장은 지난해 3월 배우자와 세 자녀에게 438만6441주의 회사 지분을 증여했다. 증여 후 심 회장의 지분은 7.82%로 줄었고 배우자 김문자 씨가 5.68%, 심윤정-심의정 자매는 각각 5.23%, 장남 심승규 전 대표는 2.51%의 지분을 갖게 됐다.
이번 임시 주총은 당초 지난 6월15일 개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총 확정 공시 후 일주일 뒤 심의정 전 대표의 횡령 배임 혐의가 발생하면서 주총은 결국 철회됐다.
사내이사 후보자가 배임 혐의자여서 사내이사 후보로서의 자격을 상실, 주총 진행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예정대로 주총이 열렸다면 심윤정 대표는 경영권을 다시 빼앗길 가능성이 컸다. 심광경 회장 부부와 장남, 차녀의 합산 지분이 심 대표 보유 지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서다. 표 대결로 갈 경우 심 대표 측이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심 회장은 지난 4월 총 아홉 차례에 걸쳐 장내매수 방식으로 41만5859주를 사들이며 지분을 늘렸다. 배우자 김문자 씨 역시 비슷한 기간 14만5579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상황이 이렇자, 심 대표가 지난달 7일 회사 경영진이었던 동생 심의정 전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며 주총 개최를 필사적으로 막은 것으로 해석된다.
가족 간 경영권 다툼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자, 오래 전 경영에서 물러났던 장남 심승규 전 대표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 2006년부터 10년간 아버지와 함께 회사 대표 직을 맡았던 장남 심 전 대표는 가족간의 분쟁을 언론에 털어놓는 한편, 심윤정 대표에 대한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이다.
심승규 전 대표는 "당초 큰누나(심윤정)와 매형(강기훈 씨)이 회사 경영의 문제점을 바로 잡겠다고 회사에 들어왔었다"며 "하지만 각종 비리를 비롯한 경영의 치명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아무도 모르게 제3의 회사를 차려 문제를 더 키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 간의 부끄러운 일로 오랜 기간 회사를 이끌어온 경영진과 임직원들의 이야기가 공개되는 것이 안타깝지만 시기를 놓치면 더 이상 회사 경영을 바로잡지 못할 것 같아 언론과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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