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실적 악화에 계약액도 수직하락… 비명 지르는 중소·지방 건설사
계약액도 1~50위 건설사는 증가, 50위 밑으로는 감소
”폐업 안타깝지만 혈세 들여 지은 어려워”
건설경기 한파에 중소·지방 건설사들의 실적 악화가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건설사들은 신사업이나 해외수주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중소 건설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주택 사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0대 건설사 단지(컨소시엄 분양 포함)는 전국 24곳, 1만1613가구를 일반분양했다. 이들 단지에만 16만821개의 청약통장이 몰리며 평균 13.8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10대 건설사가 시공하지 않은 단지는 같은 기간 64곳, 2만2116가구를 일반분양했지만, 청약 인원은 11만5852명에 그치며 경쟁률도 5.24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10대 건설사와 그렇지 않은 곳의 청약경쟁률 차이는 2.1배 가량이었지만, 올해는 2.6배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계약액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달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2023년 1분기 건설공사 계약액 발표’에 따르면 6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그러나 상위 1~50위 기업은 전체 건설공사 계약액의 절반에 가까운 31조원을 수주하며 되려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반면 51~100위 기업은 3조6000억원을 수주하며 전년 동기 대비 계약액이 27.9%가량 감소했으며, 101~300위 기업들은 5조9000억원을 수주하며 20.6% 줄었다. 301~1000위 기업은 5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32%, 그 외 기업들은 22조7000억원으로 10.2% 감소했다.
지방 건설사들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서울에 본사를 둔 건설사는 계약액 45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했다. 반면, 비수도권에 본사가 있는 기업의 계약액은 22조5000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17.3% 감소했다.
폐업하는 중견·중소 건설사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올해 1분기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등록된 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는 총 939건이었다. 이는 최근 5년 내 분기 최대치에 해당한다. 지난해 4분기 이후 건설업 실질 폐업 기업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제주, 세종, 울산, 부산 등 지방에 위치한 건설사들의 실질 폐업 건수가 급등했다.
일례로 지난 5월 31일 브랜드 ‘해피트리’로 이름을 알린 시공능력평가 113위 건설사인 신일이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신일은 지난 2006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57위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지난해 공사대금 미수금 286억원을 기록하며 버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3월에는 범 현대가인 중견 건설사 HN Inc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다. HN Inc는 지난 2021년까지 매출액 2837억원을 기록하며 안정된 매출을 보여왔지만,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미분양 문제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능력평가 109위 대창기업과 202위 우석건설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자잿값 폭등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중소·지방 건설사들의 비명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신사업에 뛰어들거나 해외 수주로 눈을 돌리면서 새 먹거리를 찾고 있는 반면, 주택 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중소 건설사들은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경남 지역의 한 지방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경기 악화에도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지만, 규모가 작은 건설사들은 ‘폐업만은 면하자’는 마음가짐을 갖고 울며 겨자먹기로 주택 사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라며 “분양을 해도 완판이 쉽지 않아 중소 건설사들은 미분양 문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기업은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무작정 문어발식으로 PF대출을 받아 분양하는 형태로 사업을 하는 건설사들이 많았다”라며 “폐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 이자 유예나 현금 지원 등 정부 차원에서 혈세를 들여 구제해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건설경기 한파가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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