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힘줄 파열, 수술 대신 '콜라겐 주사'로 회복" 세계가 주목한 젊은 의사

박정렬 기자 2023. 7. 7. 14: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정렬의 신의료인] 김종호 여의도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신의료인'을 통해 새로운(新) 의료 분야를 개척하는 사람(人)과 속(in) 이야기를 전합니다.

고령화와 스포츠 인구 증가로 최근 어깨 힘줄인 회전근개 파열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어깨 통증 환자 10명 중 7명, 60대 이상의 절반가량이 회전근개 파열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지난해 어깨와 팔꿈치 관절을 보는 대한견주관절의학회는 "회전근개 파열을 치료하는 수술(봉합술)이 무릎 인공관절 수술 증가율을 넘어설 정도로 환자가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회전근개 파열 환자는 늘고 있지만 약물로는 통증을 다스리기 힘들고, 수술하기엔 이른 '중간 단계'는 그간 뚜렷한 해결책이 없었다. 진통제로 버티다 한계에 다다르면 끝내 수술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김종호 여의도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스승인 김양수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와 이런 '회색 지대' 환자의 치료를 고민했다. 그 결과 지난 2020년, 미국 스포츠의학저널을 통해 세계 처음으로 '아텔로콜라겐'을 이용한 회전근개 파열의 비수술적 치료법을 소개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아텔로콜라겐은 어깨 회전근개 파열을 보는 많은 의사에게 새로운 '비수술적 치료 무기'로 자리매김했다. 아텔로콜라겐은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깨 외에 팔꿈치 등 다른 관절 치료에는 효과가 없을지 김종호 교수를 만나 직접 물었다.

김종호 여의도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어깨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여의도성모병원

어깨는 왜 이렇게 잘 다칠까
어깨가 상하, 전후방으로 360도 이상 움직이는 만큼 회전근개 파열은 인간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질환이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둘러싼 4개 힘줄(극상건, 극하건, 소원건, 건갑하건)로 힘줄은 근육이 뼈에 붙는 부위를 말한다. 뼈와 연결된 힘줄은 근육보다 탄력이 적고 외상에 취약해 잘 찢어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 튀어나온 어깨뼈(견봉)에 부딪히는 극상건이 제일 많이 끊어진다.
힘줄이 끊어지면 어떻게 치료하나
힘줄은 힘줄 섬유 조직이 실타래처럼 엮인 형태다. 이 중 일부만 끊어지면 부분(층) 파열, 모든 부분이 끊어지면 전층 파열로 구분한다. 부분 파열일 때는 초기 진통제로 통증을 가라앉히는 게 거의 전부다. 수술은 힘줄 파열 정도나 위치를 고려해 하나씩 끌어당겨 꿰매는 방식이다. 요즘은 대부분 관절 내시경으로 치료한다. 관건은 수술 시기다. 고무줄을 너무 잡아당겨 끊어지면 한쪽으로 말리듯, 뼈에 붙잡혀 팽팽한 힘줄도 끊어지면 한쪽으로 말려 들어간다. 이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안쪽까지 말려 들어가고 근육마저 위축돼 기능 장애나 통증의 원인이 된다. 힘줄을 원상태로 복원시키기 어렵거나, 너무 말라 잡아당길 수 없는 상황이면 어깨 관절 치료의 종착역인 인공관절 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
부분 파열인데 수술하긴 애매한 환자가 많겠다
그렇다. 찢어진 것이 명확한데 수술하기엔 이른 환자가 참 많다. 부분 파열 범위가 힘줄 두께의 50% 이상을 넘으면 전층 파열로 넘어갈 위험이 크다고 본다. 반면 이보다 파열 범위가 작으면 통증 자체에 초점을 맞춰 물리치료나 도수치료, 진통제가 듣지 않을 땐 염증을 잡아주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찢어진 힘줄을 그냥 두고 증상만 조절하는 것이라 한계가 뚜렷하다. 학술적으로 일정 부분 이상의 파열을 치료하지 않을 경우 1년에 4㎜씩 파열 범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분 파열이 끝내 전층 파열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무릎 연골처럼 줄기세포를 쓸 순 없나
서울성모병원 이효진 교수를 포함해 줄기세포를 이용해 어깨 힘줄을 복원시키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는 게 당장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상용화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눈앞의 환자에게 '어깨의 짐'을 내려줄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한 끝에 스승인 김양수 교수가 떠올린 치료법이 아텔로콜라겐이 주사 치료다.
김종호 여의도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사진=여의도성모병원

아텔로콜라겐이 무엇인가
아텔로콜라겐(1형)은 건강한 힘줄에서 발견되는 성분이다. 성형외과의 필러, 치과의 치주조직 이식재 등으로 두루 쓴다. 의료용도로 사용할 땐 돼지나 어류 등에서 성분을 추출한 후 말단의 텔로펩타이드를 단백분해효소로 제거해 인체 투여 시 면역원성을 낮춰 사용한다. 쉽게 말해 인체에 사용해도 무해하게 만든 콜라겐이 아텔로콜라겐이다. 힘줄의 구성 성분인 만큼 투여 시 회전근개 회복과 어깨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이미 의료적으로 사용 중인 성분이라 부작용 문제에서도 자유로웠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나
2014~2017년 94명의 회전근개 부분 파열 환자를 대상으로 아텔로콜라겐 주사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아텔로콜라겐 0.5㎖ 주사 군(32명)과 아텔로콜라겐 1㎖ 주사군(30명), 주사를 하지 않는 군(32명)을 나누고 1년 동안 통증 점수 및 어깨 기능 점수, MRI 검사 결과 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6개월 후 시행한 MRI 검사에서 1㎖ 주사 군의 36.7%, 0.5㎖ 주사 군의 28.1%에서 회전근개 부분 파열 부위가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 주사를 하지 않은 군, 즉 회전근개 파열의 자연 회복률은 6.3%로 이보다 훨씬 개선된 결과가 나타났다.
100% 효과를 거두진 못하는데
이전에는 통증 치료만 하며 지켜보기만 했던 환자의 일부라도 병을 원천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건 의미가 있다. 환자에게도 이런 사실을 충분히 설명한 후 동의할 때만 주사 치료를 시행한다. 높은 치료 만족도에 힘입어 연구가 발표된 후 지금은 여러 병원에서 콜라겐 주입술(주사 치료)을 도입, 환자 치료에 적용 중이다. 회전근개 파열 시 쓰는 아텔로콜라겐 제품도 세원셀론텍의 '리젠실'이 유일했는데 지금은 많이 늘었다. 아직 비급여로 치료에 수십만원이 들지만, 앞으로는 경제적인 부담도 더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크겠다
어깨 회전근개 부분 파열의 치료에 아텔로콜라겐을 활용하는 건 현재까지 우리나라뿐이다. 지난 3월 대한견주관절의학회 춘계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는데 이곳을 찾은 세계 주요 견주관절 전문의 다수가 콜라겐 주사 치료에 관심을 보였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의학적, 산업적으로 굉장히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종호 교수가 대한견주관절의학회의 공식 유튜브 채널 '어깨건강TV'에 출연해 어꺠 스트레칭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쳐

향후 연구 계획은
치료 효과를 높이고, 대상 환자를 넓히기 위해 줄기세포나 혈소판풍부혈장(platelet rich plasma, PRP) 주사 치료를 병행하는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건물을 지을 때도 시멘트나 벽돌 등의 재료를 함께, 많이 투여하면 더욱 단단한 구조체를 만들 수 있지 않나. 성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열린 '아시아태평양정형외과학회 상지 분과 국제학술대회'에서 팔꿈치 통증을 유발하는 테니스 엘보(팔꿈치 외상과염)에 세계 최초로 PRP와 아텔로콜라겐 주사 치료의 힘줄 파열 재생 효과를 입증해 최우수 포스터 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어깨 통증으로 고민하는 환자에게 조언한다면
아텔로콜라겐은 어깨 회전근개 부분 파열에서 치료 효과가 증명됐다. 하지만, 파열 부위를 정확히 파악한 뒤 초음파 유도 하에 정밀하게 부위에 주사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아텔로콜라겐 주사가 앞서 말했듯 100% 효과를 담보하는 치료는 아니라는 점도 기억하길 바란다. 마치 만능인 것처럼 호도하는 행태의 홍보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어깨가 아프면 어깨를 전문적으로 보는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아 통증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게 우선이다. 대한견주관절의학회는 전국 유명 대학병원 교수들이 출연하는 유튜브(어깨건강TV)를 통해 관절 건강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잘 이용하면 어깨나 팔꿈치 통증을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