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정부 달래기에도 "출금할게요"…새마을금고, 예금주들 불안 '여전'
'위기설' 확산하자 정부도 '고객 달래기' 나서
일부 고객은 해지한 상품 재예치하러 지점 방문하기도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해서 안 되겠더라고요. 맡긴 예금 출금하러 왔어요."
경기도 남양주시 호평동에 사는 김 모 씨(50대·여)는 7일 오전 9시 10분께 화도새마을금고 평내지점(옛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통장에 5000만 원 넘게 들어있다"며 "정부 발표가 나온 것은 봤지만, 남편이 돈을 찾으라고 해서 지금 바로 예금을 해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이어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새마을금고에 맡긴 돈이 있다면 얼른 찾으라. 지금 상황이 심상치 않다"며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화도새마을금고 평내지점 주차장은 영업이 시작되는 오전 9시에 이미 차로 가득했다. 앞서 이달 초에는 지점 밖까지 대기 고객의 줄이 늘어서기도 했으나 전날 정부 브리핑의 영향으로 지점 밖까지 대기줄이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은행 안에는 이미 25명가량의 고객이 대기하고 있었다.
지점 내부에는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가 6월 16일 화도새마을금고와 합병하여, 화도새마을금고 평내지점으로 현 자리에서 정상 영업한다'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앞서 지난달 16일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는 화도새마을금고와 합병됐다. 동부새마을금고는 600억 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부실화해 폐업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 위기설'이 떠오른 것은 연체율이 급증한 탓이다. 그간 새마을금고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행정안전부가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건설·부동산업 기업 대출잔액은 올해 1월 56조4000억 원으로, 지난 2019년 말 27조2000억 원보다 2배가량 늘었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부동산 PF 부실화로 이어졌고, 부실 대출과 연체율이 늘어나면서 새마을금고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새마을금고의 전체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1.93%에서 지난해 말 3.59%로 증가했고 올해 들어서는 1월 말 4.31%, 3월 말 5.34%, 5월 말 6.18% 등 급상승했다.
이러한 '위기설'이 확산하자 상품을 해약하는 고객들이 늘며 뱅크런 우려까지 불거졌다.
새마을금고와 관련한 불안감이 증폭되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도 나섰다.
지난 6일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새마을금고 건전성 관련 합동 브리핑'을 열고 '새마을금고 건전성 관련 합동 브리핑'을 열고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한 차관은 "최근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상승함에 따라 새마을금고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크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고 다른 금융기관과 마찬가지로 예금자별 5000만 원 이하 예적금은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예금자보호가 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7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새마을금고에 대한 자금 지원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책임지고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유튜브에서 새마을금고는 예금보장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돌아다닌다. 유튜브가 아닌 정부 말을 믿어 달라"며 "새마을금고는 외환위기 등 더 어려운 위기에도 고객 예금을 지급하지 못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도 불안심리로 약정 이자, 비과세 혜택을 포기하고 중도해지 손해까지 부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새마을금고 고객들을 달래고 있지만, 고객들의 불안감은 잠재워지지 않는 분위기다.
이날 화도새마을금고 평내지점엔 '합병' 관련 문의를 하러 온 고객들과 상품을 해지하러 온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관련 문의 전화가 계속 오며 직원들이 안내하기 바빴다.
화도새마을금고 평내지점을 찾은 박 모 씨(86세·남)는 "새마을금고를 이용한 지 33년 됐다"며 "그런데 어제(6일) 저녁 새마을금고가 위험하다는 소리를 뉴스 보면서 알게 됐다. 아침에 운동할 겸 산책을 하다 불안해서 새마을금고를 들렀다. '파산'은 아니라는 직원 설명을 듣고 예금을 해약하진 않을 예정이지만, 불안해서 당분간은 뉴스를 주의 깊게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금을 해약하러 온 장 모 씨(30대·남)도 "'정부가 괜찮다'라곤 했지만 '뱅크런'이 계속 이어지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연이어 찾은 화도새마을금고 호평지점(옛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 호평지점)에도 불안함에 지점을 찾은 고객들이 많이 있었다.
이에 새마을금고 측은 고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호평지점 직원들은 상품 해약, 문의를 하러 온 고객들을 대상으로 '안전하다'며 고객들을 안심시키기 바빴다.
한 새마을금고 직원은 문의를 하러 온 3명의 70·80대 고객들을 앉혀놓고 "파산이 아니라 통합이다"며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걱정 마시라"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며칠간 상품을 해약하고 돈을 찾아가신 고객들도 있었다"면서도 "현재 예금을 찾으신다고 해도 지급할 여력이 충분하다. 만에 하나 상황이 악화된다고 하더라도 5000만 원까지는 예금자 보호가 되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고객을 달랬다. 이 직원은 "이미 통합은 된 상태"라며 "전산시스템만 오는 22일 화도새마을금고로 이전되는 것이다. 달라지는 것은 특별히 없으니 안심하고 이용해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다만 전날 정부 발표를 보고 불안감이 다소 사라졌다는 고객도 일부 있었다.
박 모 씨(60대·여)는 중도 해지한 상품을 재예치하러 호평지점을 찾았다. 박 씨는 "불안해서 지난 5일 예금을 해약했다"며 "그런데 어제 뉴스를 보고 정부가 나서서 괜찮다고 하니 안심이 됐다. 중도 해지한 게 아까워서 다시 재예치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해당 금고는 일부 대출부실로 인해 중앙회가 인근 대형금고와 합병을 진행했다"며 "이 과정에서 고객 예금과 출자금은 모두 새로운 금고로 이관되어 전액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새마을금고의 건전성에 대한 고객 불안이 커지자 정부는 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인 '범정부 대응단'을 구성했다. 행정안전부는 일부 금고가 합병되더라도 고객의 모든 예금을 보장하고, 충분한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일부터 6일까지에 중도해지 한 고객에 한해 오는 14일까지 재예치할 경우 금리 등을 복원해 준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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