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친중' 머스크에 '인터넷 생명선' 맡겨도 되나 딜레마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대만이 친중 인사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유사시 '인터넷 정전'을 막기 위해 머스크가 소유한 스페이스X와 제휴해 위성 인터넷 서비스 도입을 시도해왔으나, 스페이스X가 관련 합작사의 경영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100%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이 머스크의 경영 방법이고 테슬라 상하이 공장도 그렇다면서, 스페이스X가 51%의 과반 지분 보유를 통해 경영권을 갖는 것을 대만 정부가 허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과의 통신을 14개 해저케이블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만으로선 중국이 침공과 함께 해저케이블을 훼손하면 인터넷 마비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실제 지난 2월 2일과 8일 대만 본섬과 중국 인근의 대만 영토 마쭈다오(馬祖島) 섬 사이에 설치된 해저케이블 2개가 중국 어선·화물선에 의해 절단되는 사고가 나면서 마쭈다오 주민 1만4천여명의 인터넷이 한동안 두절됐다. 이를 두고 중국의 '의도된 공격'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대만은 14개 해저케이블로 95%의 데이터·음성 트래픽을 송수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꿔 말하면 이들 해저케이블이 공격으로 절단되면 대만 전체의 인터넷이 끊기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이와 달리 스페이스X는 작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인터넷 불통 사태가 우려되자 머스크의 결정으로 사흘만인 27일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군사적인 용도로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스페이스X는 우주공간에서 2천여 개 위성을 활용해 전 세계를 상대로 인터넷 서비스를 하는 세계 최대 우주기업이다.
이 때문에 대만은 2019년부터 외부 공격에 취약한 해저케이블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스페이스X와 위성 인터넷 서비스 제공 계약을 맺으려 했으나, 지분 소유권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만은 위성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를 자국의 통제 범위에서 벗어난 외국 기업에 맡기는 것 자체를 주권 포기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경제·안보 등의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본다.
게다가 머스크의 '친중 행보'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머스크는 지난달 방중 당시 공산당 최고지도부(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일원인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는 물론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진좡룽 공업·정보화부 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 등 장관급 인사 3명과 연달아 회동했을 정도로 중국이 각별히 챙기는 친중 인사다.
무엇보다 머스크 사업의 주력이 전기차와 위성 서비스인 탓에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점에서, 머스크가 이해 충돌 때 중국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대만 측은 보고 있다. 이 또한 대만 당국이 스페이스X와의 계약을 주저하는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대만은 비정지 궤도(NGSO) 위성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NGSO 위성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해저 케이블이나 전화망이 손상을 입거나 고의적인 방해를 받는 상황에서도 NGSO 위성 시스템을 활용해 화상 회의, 인터넷 전화, 생방송 등과 같은 통신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상황에 대비해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쓰이는 스타링크와 같은 방식의 위성 통신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탕펑(영어명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장관급)은 복수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를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페이스X에 사실상 대만 인터넷 통제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와는 별도로 대만은 위성 관련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2019년 위성 사업에 251억 대만달러(약 1조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으며, 대만 우주산업은 2029년에 1조 대만달러(약 41조8천억원)를 넘는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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