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 프리고진?···‘신출귀몰’ 러시아 활보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망명하리란 관측과 달리 러시아에 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프리고진은 더는 벨라루스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프리고진이 이날 오전까지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었다면서 “지금은 아마 모스크바나 다른 곳으로 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리고진은 지난달 하루짜리 반란을 일으킨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반란 혐의 처벌을 피하는 대신 벨라루스로 망명하기로 합의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말이 맞다면 기존 합의에 어긋나는 셈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면서도 “푸틴이 악의와 복수심을 품고 당장 내일 프리고진을 죽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또한 프리고진을 반역자로 비판하던 푸틴 대통령 및 러시아 매체의 논조와도 결이 다르다.
프리고진은 지난달 23일 무장반란을 일으켜 모스크바 200㎞ 앞까지 진격했다가 벨라루스 망명 등을 조건으로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맡았다. 프리고진은 지난달 27일 벨라루스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에서 프리고진이 목격됐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텔레그래프는 프리고진과 그의 개인 제트기가 벨라루스와 모스크바를 오가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지난 5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프리고진 소유 차량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가에 정차한 모습도 목격됐다고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프리고진의 행보에 관한 질문에 “정부가 이를 추적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프리고진은 반란 이후 상당수 기간 동안 러시아에 있었다. 그러나 프리고진이 행적을 감추기 위해 대역배우를 쓰기 때문에 그가 벨라루스에 있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이 한때 푸틴 대통령의 심복이긴 했지만, 근래 들어 정권에 가장 위협적인 반란을 일으킨 이후에도 이토록 자유롭게 러시아 내부를 돌아다니는 것은 분명 이례적이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러시아 내에서 프리고진이 푸틴 대통령에 버금가는 지지를 받는다는 점을 들어 내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프리고진의 움직임과 바그너그룹 병력의 이동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최근 위성사진에서 벨라루스가 바그너 용병을 수용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금까지는 다수 용병이 벨라루스로 들어간 동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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