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염두? 유증 성공시키려?…SD바이오센서 증자에 대규모 참여하는 바이오노트 속셈은
조영식 회장 참여는 아직 미정
일반 공모 증자 활용해 지분율 높여
동물 진단기업 바이오노트가 계열회사인 에스디바이오센서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26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일반 공모 방식 유상증자로 총 3104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여기까지는 자금 사정상 그럴 수 있다고 보이는데, 눈에 띄는 것은 2대주주 바이오노트가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대규모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2000억원 이상을 태울 것이었다면 굳이 애초에 증자 방식을 일반공모로 정하지 않고 제3자배정 방식으로 추진했어도 되는 것 아니었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 상황상 다른 의도가 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7일 금융감독원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노트는 지난달 13일 결정된 에스디바이오센서의 3104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2600억원(약 83.7%) 규모로 출자할 계획이다. 1주당 발행예정가액인 1만5520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 2000만주 중 대부분인 1675만주 가량을 바이오노트가 취득한다. 청약 예정일은 이달 25~26일이다. 다만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어 신주 발행가액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유상증자가 결정된 날 기준으로 바이오노트는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지분 23.6%(2464만9029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바이오노트의 최대 주주인 조영식 회장(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 67.32%·1분기 말 기준)이 에스디바이오센서도 최대주주인데,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조 회장의 단독 지분율은 31.2%(3258만9639주)다. 조 회장과 바이오노트의 에스디바이오센서 합산 지분율은 54.8%(5923만8668주)다.
예정대로 유증이 이뤄지면 바이오노트의 에스디바이오센서 지분율은 33.2%(4140만1606주)까지 상승한다. 지분율이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지는 것이다. 조 회장이 이번 유증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한다 해도 합산 지분율이 59.4%까지 높아진다.
보통 유상증자를 할 때는 주주에게 먼저 신주 배정권을 준 후 주주가 배정을 포기하면 실권주를 일반공모하는 방식을 쓴다. 이런 증자는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 유상증자는 처음부터 투자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80%가 넘는 지분을 2대 주주인 바이오노트가 가져가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일반공모 방식으로 오히려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인 셈이다. 조 회장이 추가로 증자에 참여하면 조 회장과 바이오노트의 지분율은 더 올라간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조 회장이 증자에 참여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라고 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애초에 왜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증을 진행했고, 주요주주는 왜 2000억원 이상을 태우는 것일까.
바이오노트가 에스디바이오센서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는 표면적인 이유는 소액주주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엔드 코로나 이후 매출이 많이 줄었고 올해 초 미국의 진단기업 메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하려 자금을 많이 썼다”라면서 “회사가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쇠락해진 에스디바이오센서에 계열사가 출자해 책임 경영을 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주주 모두에게 돈을 달라고 손을 벌리는 것보다는 계열사인 바이오노트가 현금이 있으니 그룹 차원에서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IB 업계 일각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단 2600억원을 다 쓸 생각인 것이 아닐 수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매출액이나 이익이 감소하는 국면이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신뢰가 꺾인 상황이다. 이런 때 계열사가 대규모로 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식화하면 아무래도 불안이 덜어지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들도 청약에 나설 수 있다. 바이오노트는 2600억원 규모로 청약에 참여할 계획인데, 만약 에스디바이오센서 청약 경쟁률이 2대 1 이상이 나오면 1300억원만 투입해도 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일반공모 유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하는 배경에는 실권주가 발생하는 등 흥행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일반공모로 증자를 한다고 발표하면 기업의 주가가 낮아지는 일이 많아 (결국에는) 적은 금액만 투자해도 지분율을 유지하거나 더 높이기 쉬운 구조가 된다”라고 말했다.
조 회장이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기업가치를 높여 인수합병(M&A)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것은 조 회장의 과거 이력 때문이다. 그는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전신인 에스디(SD)를 지난 1999년 창업했다. 그러다가 2009년 글로벌 진단기업 엘리어가 공개매수에 나서 적대적 M&A를 당했고 에스디는 상장폐지됐다. 이후 조 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 남았는데, 이후 엘리어가 조 회장에게 에스디의 혈당 및 콜레스테롤 사업부를 재매각했다. 이 사업부가 바로 에스디바이오센서다.
IB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PE와 M&A 업계의 생리를 잘 아는 조 회장이 지분율을 높이려는 것은 향후 PE에 매각할 때 지분 구조를 단순화하려는 포석일 수도 있다”라고 했다. 최근 PE들은 인수기업을 선정할 때 비상장사를 선호한다. 상장 기업은 주가가 매일 변해 기업가치 평가가 어렵고 각종 경영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등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어서다. 인수 대상이 상장사라면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선호한다. PE가 인수한 후 잔여 지분을 공개매수해 상장폐지를 하기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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