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빌려주고 운영은 나 몰라라…처벌은 솜방망이 [평생교육원 2편]
[EBS 뉴스12]
대학이 평생교육원을 사설 기관에 맡겨 운영하다 적발된 소식 어제 전해드렸었는데요.
그런데 취재진이 최근 10년 치 대학 종합감사 기록을 확인해봤더니, 문제는 이곳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간판만 빌려주고 운영은 책임지지 않는 평생교육원이 수두룩했는데,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습니다.
보도에 진태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희대 글로벌미래교육원은 지난 5월, 전체 학점은행제 과정의 3분의 1 정도인 66개가 평가인정 취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학사 운영 업무를 사설 기관에 떠넘겼다가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한성대 부설 디자인아트교육원도 지난 2021년, 학점은행제 과정 31개에 대한 평가인정이 취소됐습니다.
EBS 취재진은 교육부가 시행한 최근 10년 치 대학 종합감사 기록 74건을 모두 살펴봤습니다.
사설 업체에 학습자를 모집하게 하는 등 평생교육원 운영을 위탁하다 적발된 대학은 모두 4곳.
명백히 법에 명시된 의무를 어긴 거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였습니다.
수강생 모집은 물론 수업 관리까지 사설 업체에게 대부분의 운영을 맡겼던 광운대 부설 원격평생교육원.
내려진 처분은 경징계와 경고 조치였습니다.
전주비전대 부설 원격평생교육원은, 주부와 유치원 방과후 교사 등 43명에게 학습자를 모집한 대가로 1억 6천만 원을 지급한 사실이 재작년 감사에서 적발됐는데, 역시 경징계와 경고 조치를 받았습니다.
평가인정이 취소된 대학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현장 관계자들은 대학 부설 평생교육기관이 외주화에 내몰리기 쉽다고 지적합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더 많은 학습자를 모아, 수익을 극대화하기가 좋은 시스템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경희대 글로벌미래교육원 관계자
"위탁업체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잘못된 거죠. 대학들이 직원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이게 연속성이 없으니까 위탁업체들이 와서 하기가 좋은 거죠. 그렇다고 정규직을 다 채용해서 할 수는 없으니까…."
이렇다 보니 질 좋은 교육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인터뷰: 한숭희 교수 / 서울대 교육학과
"대학에 전문성 있는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에요. 들어와 봤자 저희 계약직, 무기계약직이잖아요. 그러니 그런 사람들이 어떤 전문성이 있겠어요. (인원도 적어서) 그런 사람들에게 홍보부터 여러 가지 프로그램 기획, 개발 이걸 다 맡겨 놓을 수가 없거든요."
정규 교육 기회를 놓친 학습자에게 평생학습과 학위 취득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학점은행제도.
하지만, 간판만 빌려주고 운영은 외면하는 일부 대학의 행태가 이어지면서, 후속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BS 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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