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 주최 IT대회서 북한 대학생들이 1~4등 '싹쓸이'

인도계 美 IT기업 주최…1,700여명 참여
北, 해킹인력 양성에 주력…전시 최소 7,000여명 동원

북한 해커. 게티이미지뱅크

북한 대학생들이 미국 정보기술(IT)기업이 주최한 프로그램 코딩대회에서 우승을 비롯해 1~4위를 휩쓸었다.

7일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교 홈페이지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 IT기업인 해커어스가 지난 5월 20~27일 개최한 코딩대회에서 김책공대 학생이 1위를 차지했다. 이 학생은 800점 만점을 받았다. 3, 4위도 김책공대 학생들이 차지했다. 2위는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학생이었다. 이 행사에는 전 세계 각국에서 1,700여 명이 참가했다.

북한 학생들은 이 회사가 주최한 지난달 코딩대회에서도 김일성종합대학 학생이 2위, 김책공대학생들이 각각 5위와 6위, 9위에 올랐다. 미국 IT전문가들은 북한 학생들의 세계 프로그래밍 대회 참가가 해킹 역량을 높여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애니 픽슬러 사이버 및 기술혁신 센터장은 RFA에 "(IT)능력이 우수한 학생 일부는 북한 정권의 글로벌 해킹 공격에 동원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김책공대와, 김일성종합대, 김일군사대학(옛 군지휘자동화대학) 등을 중심으로 해킹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외화벌이 루트가 막히면서 해킹조직을 강화해 불법 자금을 확보하는 상황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탈취한 가상화폐 규모는 12억 달러로 추산된다.

북한 해킹조직 강화로 최근 국내 개인과 기관을 노린 해킹공격도 빈번하다. 국정원은 지난 5월 최근 3년간 북한 해킹조직들의 사이버 공개 실태를 분석한 통계자료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개인과 기관을 노린 북한의 해킹 가운데 이메일을 이용한 공격이 74%에 달했다. 해커가 사칭한 기관은 네이버(45%), 카카오(23%) 등 포털 사이트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어 금융·기업·방송·언론(12%), 외교안보 관련 기관(6%) 순이었다. 국방부와 정보당국은 북한이 유사시 최소 7,000여 명에 이르는 해킹 인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