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배우들이 마이크를 안 쓰는 게 '국룰'일까요[알쓸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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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공소'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공연 소식'의 줄임말입니다.
연극, 그 중에서도 소극장 연극은 아무래도 배우들이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하는 연기를 기대하게 되니까요.
왜 연극은 배우들이 마이크를 착용하지 않고 연기하는 걸까요? 연극은 마이크를 쓰면 안 된다는 규정 같은 게 있는 걸까요? 일단 자료들을 찾아봤는데 뚜렷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국립극단에 연극을 제작할 때는 마이크를 쓰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지도 확인해봤는데, 그런 건 없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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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규칙 없지만 태생적으로 '육성'이 기본값
"배우는 어떤 규모의 극장도 감당해야" 의견도
연출적 효과 위한 마이크 사용도…정답은 없어
‘알쓸공소’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공연 소식’의 줄임말입니다. 공연과 관련해 여러분들이 그동안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는, 혹은 재밌는 소식과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소극장 연극인데 배우들이 마이크를 착용한 이유가 있나요?”
지난주에 있었던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습니다. 사실 저도 공연을 본 뒤 이게 궁금했습니다. 연극, 그 중에서도 소극장 연극은 아무래도 배우들이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하는 연기를 기대하게 되니까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왜 연극은 배우들이 마이크를 착용하지 않고 연기하는 걸까요? 연극은 마이크를 쓰면 안 된다는 규정 같은 게 있는 걸까요? 일단 자료들을 찾아봤는데 뚜렷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국립극단에 연극을 제작할 때는 마이크를 쓰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지도 확인해봤는데, 그런 건 없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연극에서 마이크를 쓰지 않는 것이 ‘디폴트’(default, 기본값)로 여겨지는 이유는 연극의 출발에서부터 찾을 수 있습니다. 연극의 시작은 고대 그리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연히 그 시절엔 마이크가 없었습니다. 태생이 이렇기에 연극에서 마이크를 쓰는 것은 오랜 시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역사가 있다 보니 연극에선 배우들이 정확한 발음과 발성으로 대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연극 출신 배우들이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했을 때 정확한 발음을 보여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겠죠. 한 연극 평론가는 “전통적으로 연극에선 배우의 역량을 그 배우가 자신만의 화술로 얼마나 정확하게 대사를 전달하는지에 따라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극 배우라면 어떤 규모의 극장이라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죠.
배우가 연극 무대에서 마이크를 쓰지 않는 것은 감정을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마이크를 통해 스피커로 배우의 대사를 들을 경우, 무대 위 배우의 위치와 상관 없이 스피커의 위치대로 대사를 듣게 돼 일종의 ‘왜곡’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한 배우는 “굳이 마이크로 목소리를 증폭해 들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육성을 쓰는 것이 연기의 뉘앙스나 정서를 더 잘 표현한다”고 했습니다.
국내 연극계도 과거엔 대극장에서 배우들이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연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 시절부터 활동하며 지금도 무대에 오르고 있는 원로 연극 배우들의 공연을 보면 대극장을 압도하는 ‘짱짱한 발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극장 운동으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룬 현대 연극이 많이 올라오면서 배우들의 발성 방법도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극장 규모와 상관 없이 마이크를 쓰는 연극도 생겨나고 있죠.
중요한 사실은 정답은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5월 막을 내린 국립극단 연극 ‘벚꽃동산’의 경우 하인 파르스의 마지막 대사만 마이크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배우가 거대한 유리창 뒤에서 연기를 해야 해서 육성을 전달할 수 없었거든요. 이처럼 연출적인 효과를 위해서라면 연극에서 마이크를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연극 무대에선 평소 들을 수 없었던 배우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관객의 기대까지는 지울 수 없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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