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환이 얼마나 무서웠으면…역전 위험 감수하고 고의4구, 홈런 1위-타점 2위, 31년 전 장종훈 소환하나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한화 거포 3루수 노시환(23)이 무서운 존재로 떠올랐다. 역전 주자가 되는 상황에도 자동 고의4구를 얻을 만큼 상대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노시환은 지난 6일 대전 롯데전에 3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동점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한화가 1-2로 뒤진 3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롯데 좌완 선발 찰리 반즈의 3구째 몸쪽 꽉 찬 147km 직구를 공략,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솔로포로 장식했다.
비거리 115m, 시즌 19호 홈런. 이 부문 1위 최정(SSG)과 어깨를 나라히 하며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노시환 개인적으로도 지난 2021년 18개를 넘어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순간이었다. 2021년에는 107경기 458타석에서 18홈런을 쳤는데 올해는 75경기 337타석 만에 도달했다.
전날(5일)에 이어 2경기 연속 홈런. 4월 24경기 2홈런으로 시작했지만 5월 23경기 7홈런으로 불이 붙었고, 6월 24경기 6홈런으로 기세를 이어가더니 7월에는 4경기 4홈런으로 몰아치고 있다. 전반기가 6경기 더 남은 시점에서 커리어 하이 홈런을 기록하며 36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최근 6경기 홈런 6개로 여름을 맞아 제대로 물ㅇ이 올랐다. 어느새 최정과 공동 1위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홈런왕 레이스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최정은 지난 5일 문학 KIA전에서 치골근이 손상되는 부상을 입어 당분간 경기 출장이 어려운 상태. 노시환이 20홈런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시환의 존재감은 경기 후반에도 계속돼다. 7회 1사 만루 찬스에서 롯데 불펜 필승맨 구승민이 올라왔지만 노시환에게 쉽게 승부를 들어가지 못했다. 노시환은 초구 직구를 바라보며 스트라이크를 먹었지만 2~4구 떨어지는 변화구에 배트를 내지 않았다. 5구째 존에 들어오는 직구를 파울로 만든 뒤 6구째 높은 직구를 골라내며 밀어내기 점수로 타점을 올렸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노시환의 위압감이 상대 벤치를 압박했다. 한화가 3-4로 뒤진 9회 2사 1루에서 노시환 타석이 되자 롯데는 자동 고의4구로 승부를 피했다. 관중석에서 한화 홈팬들의 야유 소리가 나왔지만 롯데는 1루를 채우며 다음 타자 닉 윌리엄스와 승부했다. 1점차 상황에서 역전 주자까지 1루에 내보내는 위험을 감수한 것이다.
장타가 나오면 그대로 끝내기 역전패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 윌리엄스의 타격감이 좋지 않기도 했지만 노시환의 존재가 그만큼 위협적이었다. 결과적으로 롯데의 승부수는 통했다. 롯데 마무리투수 김원중은 윌리엄스를 2구 포크볼로 유격수 땅볼 유도했다. 느리게 굴러간 까다로운 타구였지만 유격수 노진혁이 백핸드로 잡아 빠르게 1루로 송구하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한화는 3-4로 패했지만 노시환의 존재감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이날까지 노시환의 성적은 75경기 타율 3할1푼5리(298타수 94안타) 19홈런 56타점 출루율 .397 장타율 .564 OPS .961. 홈런 공동 1위, 타점·장타율·OPS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홈런 부문에서 최정을 따라잡은 가운데 타점도 2점 차이로 추격 중이다. 홈런과 타점 동시 석권도 기대할 만하다.
노시환은 “홈런왕 물론 하고 싶죠. 꿈인데”라면서도 “그런 걸 의식하면 항상 잘 안 되더라.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의식하지 않고 하다 보면 좋은 타이틀도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화 소속 홈런왕은 지난 2008년 김태균(31개)이 마지막으로 벌써 15년 전이다. 전신 빙그레 시절을 포함하면 장종훈이 1990~1992년 각각 28개, 35개, 41개로 3년 연속 홈런왕에 등극한 바 있다.
KBO리그 최초로 40홈런 시대를 장종훈은 한화 소속 마지막 타점왕이기도 하다. 1990~1992년 빙그레 소속으로 각각 91타점, 114타점, 119타점으로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휩쓸었다. 노시환은 1992년 장종훈 이후 31년 만에 한화 선수로 홈런, 타점 1위를 노린다. 레전드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노시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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