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기록으로 올스타 나가는 자체가 부끄럽긴 한데요"
[스포티비뉴스=포항, 김민경 기자] "솔직히 이 기록으로 올스타 나가는 자체가 부끄럽긴 하지만, 감독님께서 추천해 주신 거니까. 떳떳하게 올스타전에 가보려 해요."
두산 베어스 2루수 이유찬(25)은 지난 4일 KBO가 발표한 '2023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감독 추천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두산에서는 이유찬을 비롯해 투수 홍건희(31), 중견수 정수빈(33) 등 3명이 드림 올스타 감독 추천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올스타 베스트12로 선정된 포수 양의지(36)까지 더하면 모두 4명이다.
이유찬은 올스타로 선정된 뒤 머쓱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별들의 축제에 초대장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의심해서였다. 이유찬은 69경기에서 타율 0.243(177타수 43안타), OPS 0.638, 1홈런, 16타점, 18득점을 기록했다. 팀 내에서 6번째로 많은 경기에 나서긴 했는데, 교체 출전 경기가 많아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이유찬은 올해 개막 유격수로 시즌을 시작하며 풀타임 주전 첫 시즌을 꿈꿨는데, 체력과 경험 문제 등이 나타나면서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유격수를 내려놓고 2루수로 전향하면서 수비와 타격 모두 안정감을 찾나 싶었는데, 기존 주전 2루수였던 강승호가 2군에서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온 뒤로 방망이에 불을 뿜으면서 이유찬의 출전 시간을 줄였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이유찬을 추천한 배경과 관련해 "분명히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조금 낮은 수치지만, 부상 없이 지금 전반기를 계속 뛰어주고 있다. 두드러지지 않지만, 우리한테 중요한 요소요소에 임무를 해주고 있다. 공격이 안 될 때는 수비도 안정을 찾아서 보여주고 있기에 올스타 추천선수로 뽑히면서 본인 위상을 조금 높였다 생각한다. 올스타로 뽑혀서 좋은 선수들과 플레이하다 보면 보고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 조금 한 단계 높은 야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감독으로서 그런 것을 조금 기대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유찬은 주전 도약을 위해 필사적으로 뛰었던 전반기를 되돌아보며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잘했다고 말하기는 스스로 부끄럽다. 보통 정도도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고 냉철하게 자평했다.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쳤더라도 호수비로 몇 차례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다. 이유찬은 2루수로 나섰던 지난 5월 12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5회 한승택의 타구가 까다로운 바운드로 튀어 올랐는데, 몸을 날려 외야로 빠져나가지 않게 낚아채 땅볼로 연결했다. 이유찬이 꼽은 첫 번째 가장 기억에 남는 수비 장면이었다. 2번째는 지난달 11일 잠실 KIA전에서 4회에 나온 다이빙캐치였다. 류지혁(현 삼성)이 2루 베이스 뒤로 뻗어 가는 중전 안타성 타구를 날렸는데, 별안간 이유찬이 거의 하늘로 몸을 던져 이 타구를 낚아챘다. 이유찬이 떨어진 위치는 2루 베이스보다도 왼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실로 엄청난 수비 범위였다.
이유찬은 "스스로 기억에 남는 수비 장면은 그 2개다. 이런 화려한 수비도 좋지만, 내가 처리할 수 있는 플레이를 조금 더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 크긴 하다"고 털어놨다.
귀한 올스타 티켓을 손에 쥔 만큼 최선을 다해 뛰고 즐기다 오려 한다. 이유찬은 "퓨처스 올스타는 한 번 나간 경험이 있는데, 1군 올스타는 영광스러운 자리라 생각한다. 야구를 하면서 올스타전에 못 가는 선수도 많은데, 좋은 자리를 만들어 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 우리팀 선수들이 워낙 많은데, 내게 기회를 주셔서 감독님께 감사하다. 전반기에 몇 경기 남지 않았지만, 후반기에 더 잘할 수 있도록 그런 계기를 마련해 주신 것 같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이유찬에게 가장 기대되는 점을 물으니 "퓨처스 올스타는 자기 팀 유니폼을 입고 뛰는데, 1군 올스타는 유니폼이 따로 나오지 않나. 그게 가장 기대된다"고 답하며 활짝 웃어 보였다. 이어 "형들이 (올스타 소식에) 축하하면서도 많이 놀리긴 했다. 그 놀림마저도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이며 축제를 잘 즐기고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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