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피살 1년, 정치·종교 유착 여전·통일교 조사도 안 끝나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중 피격돼 사망한 지 8일로 1주년이 된다.
역대 최장인 통산 8년 8개월 총리를 지낸 아베 전 총리가 종교적 이유로 원한을 품은 전 자위대원에게 피격돼 숨진 사건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줬으며, 사건 발생 1년이 지났지만 그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4월 지방선거서 통일교 접점 후보 90% 재선 성공
자위대원 출신인 야마가미 데쓰야는 지난해 7월 8일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상원) 선거 자민당 후보자 지원 유세에 나섰던 아베 전 총리에게 접근해 자신이 직접 제작한 총으로 총격을 가해 살해했다.
야마가미가 "어머니가 통일교에 1억엔(약 9억1천만원) 넘게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범행동기를 밝힌 이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에 대한 일본 내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가 가정연합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 이후 일본에서는 정치인과 가정연합 간 유착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집권 자민당 정치인 다수가 교단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선거 때 도움을 받는 등 가정연합과 유착한 사실이 잇달아 드러났다.
자민당의 점검 결과 당 소속 국회의원 379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80명이 통일교와 접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야마기와 다이시로 경제재생담당상은 가정연합 주최 모임에 여러 차례 출석하고 한학자 가정연합 총재와 함께 촬영한 사진 등이 드러나면서 지난해 10월 사퇴했다.
정치와 종교 유착, 아베 전 총리 국장 강행으로 기시다 후미오 내각 지지율은 2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자 자민당 총재를 겸하는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게 사과했으며, 당이 가정연합과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0월 가정연합의 법령 위반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라며 내각에 종교법인법에 규정된 '질문권' 행사에 의한 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올해 4월 치러진 통일지방선거에서 교단과 접점을 인정한 광역의회 선거 입후보자의 90%가 재선되는 등 관계 단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연합 해산명령 청구 조사 7개월째 진행 중
문부과학성은 총리 지시에 따라 지난해 11월 이후 6차례에 걸쳐 가정연합에 질문권을 행사하며 해산명령 청구 요건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있으나, 조사가 장기화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이 종교법인법에 근거해 질문권을 행사하기는 처음이다.
가정연합은 어떤 물건을 사면 악령을 제거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믿게 해서 평범한 물건을 고액에 판매하는 이른바 '영감상법'(靈感商法) 등으로 일본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일본 정부는 또 가정연합이 거액의 헌금을 신자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한국 교단 본부에 대한 송금과 조직 운영 등에서는 문제가 없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조사 결과 현저하게 공공복지에 해를 끼쳤다고 인정되는 행위 등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법원이 소관 관청이나 검찰의 청구를 받아 가정연합의 종교 법인격을 박탈하는 해산을 명할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조사 개시로부터 7개월여가 지났지만, 해산명령을 청구하지 않은 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법령 위반 등을 이유로 해산명령을 청구한 예는 1995년 도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 등 2개 밖에 없다.
"살해범, 통일교에 거액 기부 어머니와 면회 거절"
야마가미는 지난 1월 살인죄 등으로 기소됐으며 2월 이후 오사카 구치소에 구금돼 있다.
그는 구치소에서 매일 신문과 잡지를 읽고 가정연합에 관한 기사도 훑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 살해 사건 이후 자신의 어머니와 접촉을 계속 끊고 있다"며 "면회 요청에 응하지 않고 편지에도 회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야마가미는 구금 중 일부 친족의 면회에 응했지만, 지난 4월 어머니가 처음으로 면회를 신청해 찾아왔을 때는 만나지 않았다.
야마가미는 어머니가 가정연합을 계속 믿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면회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어머니가 가정연합에 고액 헌금을 거듭해 가정이 파산한 것에 대해 여전히 강한 원한을 품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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