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식의 시론]김정은·시진핑에게 쓸모 있는 바보들
더러운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
北정권 돕고 안보 파괴할 궤변
중국 공산당 총애받을 일 계속
오염수 괴담은 국익·국격 자해
국민이 가짜뉴스 퇴치 나서야
자꾸 속으면 바보 아니면 공범
적이 실수하고 있을 때는 절대로 방해하지 말라. 탁월한 군사 전략가이자 지휘관, 그리고 독서광이었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남긴 많은 명언 중의 하나다. 최근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세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우선, 북한 김정은이 좋아할 것이다. 이 대표는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고 했다. ‘더러운 평화’ 개념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대놓고 핵 공격 위협을 하기에 이른 북한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휴전선 긴장을 완화하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유엔의 대북 제재 해제 촉구 등 북한 기대에 부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동맹과 한일 관계 강화에 나선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북한 구미에 딱 맞는 주장을 했다.
이 대표는 “이길 수 있는 동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라고 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책이라는 손자병법 모공(謀攻)편을 교묘하게 비튼 궤변이다. 손자병법 취지는 압도적 전력과 동맹을 확보해 싸우기 전에 굴복시키라는 것이다. 적을 지원하고 달래자는 이 대표 주장과는 정반대다. 전쟁을 좋아할 사람은 없지만, 전쟁은 수시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하라’ ‘전쟁을 잊은 나라는 반드시 위태롭게 된다’는 교훈이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이유다.
심지어 이 대표는 “대량 살상 후 승전하는 것이 지는 것보다 낫겠지만, 그게 그리 좋은 일인가”라고도 했다. 침략자에 맞서 싸운 전투를 ‘대량 살상’이라고 한다면, 목숨 걸고 자유 대한민국을 지킨 국군은 ‘그리 좋지 않은’ 살상을 저지른 사람이 된다. 김정은이 어찌 기뻐하지 않겠는가.
다음으로, 중국 공산당의 환영을 받고 있다. 중국이 시진핑 독재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신냉전이 격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싱하이밍 중국 대사를 찾아가 “중국몽을 모르면 탁상공론” “미국 편에 서면 후회한다”는 훈시를 들었다. 민주당 대표단은 중국 비용으로 티베트를 방문해 박람회 행사에 참석했다. 티베트는 ‘중국판 킬링필드’로 불릴 정도로 인권 탄압의 상징으로 부각돼 있다. 마지못해 불교계에 사과하면서도 “70년 전의 일”이라고 했다. 사드 보복과 북핵 비호는 말할 것도 없고, 홍콩 사태와 반(反)간첩법 등을 보면서도 지금의 중국을 인권국가인 양 포장했으니, 갈수록 중국 공산당의 총애를 더 받게 될 것이다.
그다음으로, 일본의 극우 혐한세력이 내심 반길 것이다. 이 대표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유출된 오염수를 처리한 뒤 30년에 걸쳐 방류하는 계획에 대해 “핵 폐수(방류)”라고 했다. 과학적으로 인체에 유해할 수 없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에 대해서도 “깡통 보고서”라면서 원천 부정하는 입장을 취했다. 세부 내용을 반박하기 힘드니까 아예 IAEA 정당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과학도 합리성도 배척하는 ‘무조건 반일’ 행태다. 한국 원내 제1당의 이런 행태는 국제적 비웃음을 자초하고, 한국 수산물 안전성을 파괴하는 자해극이라는 점에서 혐한세력을 즐겁게 한다. 한국 멸시로 일본에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20세기 초중반 소련에서 공산 독재가 구축되고 있을 때, 유럽 등의 좌파 지식인 일부는 소련을 유토피아 실험장으로, 스탈린을 선량한 사람으로 미화했다. 인권 참상에 눈감은 채 소련을 ‘사상의 조국’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소련 권력자들은 내부적으로 ‘쓸모 있는 바보들(useful idiots)’이라며 비웃었다. 중국을 찬양하고 북한에 굴종하는 민주당 인사들도 다르지 않다. 문제는, 쓸모 있는 바보들이 곳곳에서 환영받는 대가를 대한민국과 국민이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정파적 개인적 이익을 위해 국격과 국익을 팔아먹는 매국노들이다.
쓸모 있는 바보들의 가장 큰 무기는 궤변과 가짜뉴스다. 국민이 속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천성산 도롱뇽, 사패산 고란초, 광우병, 사드 참외, 핼러윈 참사에 이어 오염수 괴담까지 끝없이 이어진다. 처음 속을 때는 속인 사람이 나쁘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속는다면 바보 아니면 공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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