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의 삶’ 女축구 180cm-베테랑 박은선 반전드라마 이제부터 “마지막 월드컵, 감독 믿음에 보답하겠다” [현장인터뷰]

김용일 2023. 7. 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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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대표팀 베테랑 공격수 박은선. 제공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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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파주=김용일기자] “나 역시 마지막 월드컵으로 생각한다. 기회 주신 감독 믿음에 보답하겠다.”

월드컵 본선을 코앞에 둔 여자축구대표팀의 베테랑 공격수 박은선(36)의 목소리에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아이티와 국내 최종 평가전 겸 월드컵 출정식을 하루 앞둔 7일 파주NFC에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그는 “내일 경기는 이기기 위해 준비했다. 모든 선수가 준비 돼 있기에 재미있는 경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 공격수 중 최고령인 박은선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오는 20일 개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은 굴곡으로 점철된 자기 축구 인생의 한풀이를 할 기회의 장이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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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생인 그는 무려 20년 전인 2003년 ‘10대 선수’로 미국 여자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1년 뒤 열린 2004 아테네올림픽 본선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고 같은 해 열린 20세 이하(U-20) 아시아선수권에서 득점왕(8골)에 오르는 등 한국을 넘어 아시아 여자 선수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에 가지 않고 실업리그 서울시청에 입단하면서 시련이 겹쳤다. 고교 졸업 선수가 대학에서 2년간 뛰어야 한다는 여자축구연맹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아 2005년을 통째로 날렸다.

또 신장 180cm인 박은선은 국내 여자 축구 선수로는 보기 드문 좋은 신체 조건 때문에 여러 번 ‘성별 논란’에 휘말리는 등 커다란 상처를 안아야 했다. 여기에 잦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이 겹쳐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 한동안 태극마크와 멀어져 지냈다.

구세주처럼 손을 내민 건 아일랜드 출신 콜린 벨 여자대표팀 감독이다. 여자월드컵을 1년 앞둔 지난해 6월 캐나다와 평가전을 앞두고 벨 감독은 박은선을 호출했다. 벨 감독은 2019년 한국 지휘봉을 잡은 이후 꾸준히 박은선을 관찰했다. 여전히 한국 선수는 국제 무대에서 피지컬 약점을 드러내는데, 그가 전성기 시절 기량은 아니어도 충분히 효용 가치가 있으리라고 봤다.

그렇게 박은선은 국가대표로 다시 태어났다. 캐나다와 평가전엔 나서지 못했으나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부터 벨호의 전력원으로 조금씩 힘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 4월 잠비아와 두 차례 평가전에서 3골을 넣으면서 부활의 날갯짓을 했다. 장점인 높이를 활용해 동료의 득점도 돕고 스스로 해결사 구실도 해내면서 벨 감독을 만족스럽게 했다.

벨 감독은 박은선을 ‘온실 속 화초처럼’ 잘 키워 월드컵에 데려가겠다고 일찌감치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최근 대표팀이 시행하는 고강도 훈련을 소화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볼살이 빠진 것 같다’는 취재진 말에 “(최근) 발목 다치고 감독께서 신경써주셔서 (대표팀 합류 이후) 재활 훈련부터 했다. 이후 고강도 훈련을 많이 하기에 그렇게 (볼살 빠진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감독께서 나를 많이 케어해주신다. 믿어주신 만큼 경기장에서 내 역할을 잘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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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선은 A매치 통산 42경기 20골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에서 득점은 없다. 2003년 첫 도전에서는 조별리그 3경기 모두 뛰었지만 침묵했고, 2015년 캐나다 대회에서는 부상이 겹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잠비아전에서 여자 선수 A매치 최고령 득점 기록(만 36세 107일)을 쓴 그는 내심 호주·뉴질랜드 대회에서 한국 승전고를 울리는 득점포를 갈망하고 있다.

박은선은 “세 번째 월드컵이다. 월드컵은 축구 선수로 가장 기대되는 무대다. 호주로 출발하면 긴장하겠지만 지금은 감독의 지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긴장보다 재미를 느낀다”며 “경기에 뛰면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 월드컵에서 골을 못 넣었기에 많이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대표팀은 역대 가장 신구조화를 이룬 팀이다. 20년 전 박은선처럼 ‘10대 선수’로 출전하는 혼혈 선수인 케이시 유진 페어도 있다. 박은선은 “처음 나갔을 때 떨리는 것보다 즐거웠다. 언니들 따르면서 재미있게 한 것 같다”며 “감독께서 케이시를 뽑은 건 충분히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옆에서 함께 운동해보니 충분히 능력이 있다. 앞으로 정말 기대되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한국은 익일 오후 5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이티전을 치르고 10일 호주행 비행기에 오른다. 현지에서 16일 네덜란드와 비공개 평가전으로 최종 담금질한 뒤 25일 콜롬비아와 조별리그 첫 판에 나설 예정이다. 조별리그 H조에 묶인 한국은 30일 모로코와 2차전, 내달 3일 독일과 3차전을 치른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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