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극복한 김주현, 부동산PF '숙제'는 남았다
주가조작 엄단·가상자산법 제정 성과…공매도 재개는 '골머리'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지난해 10월, 유례없는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채권시장 불안이 높아졌을 때 터져버린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는 국내 채권시장을 순식간에 위기로 내몰았다. 채권금리가 치솟으며 가치가 폭락했고 회사채 시장이 꽁꽁 얼어붙는 통에 기업은 순식간에 자금위기에 봉착했다.
취임 3개월만에 채권위기에 봉착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추경호 기획재정부 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과 공동으로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하며 50조원 이상의 채권시장안정화펀드(채안펀드)를 조성, 긴급 투입했다.
또 채권시장 불안과 동시에 부동산 침체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금융불안감마저 퍼지자 이 역시 4대 금융지주 및 주요 증권사로부터 출자를 받아 100조원에 가까운 유동성 공급 계획을 마련했다.
레고랜드 사태는 2개월여만에 채권금리가 안정화되면서 연말쯤 봉합되는 모습을 보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리더십이 엿보인 대목이기도 하다.
◇채안펀드 투입으로 채권 불안 조기 진화…PF리스크는 현재진행형
김 위원장은 7일 진행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채권시장 위기를 조기에 진화하고 시장안정을 꾀한 것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그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및 PF부실위험 등은 유동성 공급이라는 쉬운방법 대신 관계부처 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한 미시적인 조정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켰다는 게 굉장히 의미가 있다"면서 " 시장불안요인에 선제적이고 과감히 대응한 결과, 국내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세를 회복했다"고 자평했다.
다만 아직도 부동산PF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까지 불거지고 있는 만큼 부동산PF 문제 해결이 김 위원장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쉽게 잡히지가 않아 주요국에서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면서 "올해도 금융시장 안정은 계속해서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패가망신법·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장 불공정 바로잡는 의미"
김 위원장이 또 다른 성과로 꼽은 것은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다.
지난 6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주가조작, 미공개정보이용,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 3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부당이익 환수는 물론 최대 2배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자본시장 개정안이 의결됐다.
그동안 주가조작이나 미공개정보이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러도 집행유예에 그치거나 아예 불기소처분되는 등 처벌이 지나치게 약해 '한탕 해먹고, 걸려도 몇년 때우면 그만'이라는 '한탕주의'가 만연했다. 하지만 이번 법률 시행으로 한탕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패가망신'을 할 정도로 강한 경제처벌을 내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평가다.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이 불법, 불공정거래하는 사람만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돼서는 절대 시장경제가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가상자산 시장도 육성해야 될 필요도 있지만 불공정거래와 소비자 보호가 안돼야만 발전할 수 있는 산업이라면 굉장히 물음표를 제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위는) 최대한의 행정력, 그리고 금융정보분석원(FIU)을 동원해 가상자산 업계하고 협의해 나가며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되,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2차 법안을 빨리 만들어서 법 쪽으로도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국내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테라·루나 사태나 최근의 하루인베스트 사태처럼 이용자들이 전혀 제도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 공감을 얻어 새롭게 제정된 법률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초기만 하더라도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갈라져 가상자산 규제에 대해서도 혁신저해 등의 지적이 많았고, 또 한편에선 규제 사각지대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원성도 높았다"면서 "이번에 제정된 법률은 불공정거래와 소비자 보호에 필요한 최소한을 규정한 1단계 법이며, 금융위는 조속히 가상자산 사업자 규제 등이 포함된 2단계 법안을 마련해 시장 안정화를 꾀하겠다"고 말했다.
◇물적분할·배당제 개선 등 '개미' 정책은 합격점…공매도 재개는 골머리
김주현호는 역대 금융당국 중 개인투자자를 위한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표적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나 카카오와 같이 핵심자회사를 분할해 동시상장함으로써 모회사 주주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물적분할'에 대해 보다 강력한 규제를 실시한 점이다.
금융위는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제도개선안을 시행했다. 즉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는 해당 기업에게 주식을 되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모회사가 물적분할한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하려는 경우,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에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노력을 중점 심사하고 미흡한 경우 상장을 제한한다. 실제 이같은 제도개선 이후 기업의 무분별한 물적분할 움직임은 크게 줄었다.
또 배당액이 얼마인지 알고 주식투자를 할 수 있도록 배당기일에 관한 절차도 개선했다. 이제까지는 배당기일을 먼저 확정한 후에 주주총회를 통해 배당액을 결정했기 때문에 투자자는 배당액이 얼마인지 모르고 회사측 결정에 맡겨야만 했지만, 앞으로는 주주총회에서 배당액이 결정된 이후 배당기일을 확정해 배당투자자를 확정하도록 '순서'를 바꿨다.
김 위원장은 "지난 1년간 개인투자자의 권리 보호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면서 "앞으로도 금융위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엄단과 함께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면재개'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공매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은 "(공매도 전면재개는) 이전과 동일한 입장"이라면서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고 제도적 보완이 됐을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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