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 재편 지금부터...‘생존형 M&A’ 날개 달까

2023. 7. 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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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LCC 4곳 모두 1분기 역대급 실적
코로나에 쌓인 부채 재무부담 여전
통합 LCC 이슈가 재편의 중대변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코로나19 엔데믹 훈풍을 타고 날아오르는 모습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자금을 수혈하며 내실을 다져온 LCC는 일제히 호실적을 기록한 반면,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비상하지 못하는 항공사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위기를 끝낸 지금부터 본격적인 ‘LCC 옥석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결정될 LCC 자회사의 통합 이슈도 항공산업 재편의 중대 변수로 꼽힌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상장 LCC 4곳은 모두 지난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코로나19 파고를 넘었다는 평가다. 제주항공은 매출액 4223억원, 영업이익 70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진에어도 매출액 3525억원, 영업이익 849억원을 거두며 1분기 기준 회사 설립 이래 최고 실적을 냈다.

티웨이항공은 매출액 3588억원, 영업이익 827억원으로 16분기 만에 적자에서 탈출했다. 에어부산의 실적도 매출액 2131억원, 영업이익 47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비상장 자회사 에어서울도 1분기 매출액 848억원, 영업이익 269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들 항공사의 공통점은 모회사 또는 사모펀드(PEF)가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서 지원을 톡톡히 했다는 점이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자본잠식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AK홀딩스, 한진칼, 티웨이홀딩스 등 모회사로부터 자본을 수혈 받았다. 티웨이항공은 JKL파트너스가 현재까지 총 1000억원 가량을 투입해 2대 주주에 오른 상태다.

법정관리까지 갔다 회생한 이스타항공도 올 초 VIG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기울었던 사세를 차츰 회복 중이다. 이처럼 외부 지원이 없었다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리오프닝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누리기 힘들었을 것이란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이들의 호실적에도 아직은 재무 부담을 상쇄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지난 3년 간 누적된 적자 탓에 산더미처럼 늘어난 빚을 줄여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1분기 기준 티웨이항공의 부채비율은 1000%를 넘었고,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등의 부채비율도 각각 405%, 386%, 763%로 결코 재무상황이 안정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밖에 코로나19 기간의 유동성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생사기로에 놓인 LCC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플라이강원으로 최근까지 신규 투자자와 1000억원 규모의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이 과정에서 운항중단을 결정했고 이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 현재는 인수자를 찾아 인수합병(M&A)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달 중순까지 신규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항공운항증명(AOC) 박탈 위기에 놓여 플라이강원으로선 한시가 시급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결정될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통합 LCC 출범 여부에 따라 LCC 산업재편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양대 항공사 합병 절차는 해외 기업결합심사 지연으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데, 합병이 지체될수록 에어부산·에어서울 등은 신규 운수권을 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부산에선 지역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차라리 에어부산을 분리매각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다른 LCC들은 양사 합병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각기 다른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해나가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단거리 노선을 집중 공략할 계획인 반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이 장거리 노선을 국내 LCC에 배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장거리 노선을 뛸 준비에 분주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수요가 늘어나더라도 당분간은 코로나 기간 동안 누적된 부채를 줄이는 데 급급한 환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내실을 다진 곳들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지만 일부는 사업모델이 바꾸거나 M&A를 통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awar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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