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3대 성장동력 'R&D·글로벌·디지털' 강화
오는 2032년 그룹사 합산 매출 5조원 달성 목표
한미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가 100년 기업을 목표로 각 그룹사의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나선다.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를 통해 10년 후인 2032년 그룹사 합산 매출 5조원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사이언스는 7일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한미그룹사의 중장기 전략을 포함한 신성장동력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가 꼽은 미래 핵심성장 동력 '혁신신약 R&D'와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다. R&D 부문에서는 '랩스커버리'를 포함한 지속형 바이오신약과 더불어 세포·유전자(Cell&Gene) 치료제 및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의 새로운 모달리티를 토대로 혁신 동력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 계열사 제이브이엠, 북경한미약품과 혁신 신약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 성과를 달성하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빅데이터 분야에 강점이 있는 기업 인수 추진 등으로 헬스케어 시장을 선도할 탄탄한 캐시카우를 만들어 체질 개선을 모색한다.
차세대 R&D 영역은 세포·유전자·mRNA
한미사이언스는 핵심 자회사인 한미약품의 R&D 전략을 보다 강력하고 지속가능하며, 실질적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심도 있게 다듬고 있다. 회사는 한미약품의 주력 파이프라인인 '표적항암제'와 한미 고유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 기반의 바이오신약을 능가하는 새 모달리티를 발굴 중이다.
그동안 축적해 온 인크레틴(incretin)과 글루카곤(glucagon) 기반의 비만,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 분야 혁신 치료제 개발을 지속하는 동시에, 글로벌 의약품 시장 중심축이 합성에서 바이오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혁신적 신기술이 빠르게 융합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우선 2030년까지 새로운 신약 모달리티 발굴을 위한 그룹사의 전문 연구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매출 대비 15~20%대 R&D 투자 기조를 더욱 공고히 할 방침이다. 현재 주력 파이프라인인 '랩스커버리' 기반 바이오신약을 고도화하면서 새로운 모달리티인 세포·유전자(Cell&Gene) 치료제와 mRNA 기반 항암백신, 표적 단백질 분해(TPD, targeted protein degradation) 약물 등 기존 한미의 R&D 잠재력을 더욱 배가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
현재 한미약품은 항암제는 물론 대사성질환, 신경계 질환 및 심혈관 질환 등을 중심으로 다수의 신규 후보물질을 발굴, 개발하기 위한 계획에 착수했다. 또 저분자 TPD 기술 고도화를 위해 2030년 전까지 한미의 독자적인 표적 및 분해제 기반의 항암 혁신신약 제품화에 나선다. 한미는 새롭게 진출하는 세포∙유전자 치료 영역이 회사의 강점을 더욱 배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RNA는 최근까지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한미는 이미 자체적인 mRNA 플랫폼을 확보해 항암백신 상용화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실제 한미약품은 올해 4월에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mRNA 기반 항암백신 개발 가능성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더해지면 10여년 후 한미약품은 40개에 달하는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한미약품은 비만,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 등 대사질환, 항암, 희귀질환 분야에서 20여개 주요 파이프라인을 가동 중이다.
올해부터 2032년까지 신기술을 확립해 개발 단계로 끌어올리는 집중 육성 기간으로 설정하고, 현재 한미의 강점인 단백질, 펩타이드(아미노산으로 이뤄진 단백질 조각) 기반 바이오신약 및 표적 제어 합성신약 개발을 더욱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제넨텍, MSD, 앱토즈 등 파트너사를 통한 개발과 함께 매년 추가적인 라이선스 아웃을 활발히 추진하면서 전문 연구인력 30% 이상 증원과 신기술 투자에 집중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해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합성과 바이오, 원료 물질 생산 사이트(평택 바이오플랜트, 팔탄 스마트플랜트, 한미정밀화학) 활용도를 높여 R&D 시너지를 극대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미생물 기반의 바이오 물질 대량생산을, 팔탄 스마트플랜트는 연간 50억정 이상의 합성의약품을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특히 한미정밀화학은 기존 사업 분야를 넘어 mRNA 백신 등 원료에 쓰이는 지질나노입자(liquid nanoparticle), 뉴클레오타이드(nucleotide), 캡핑(capping) 물질 및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 glycol) 유도체, 펩타이드(peptide) 등 고난도 합성 바이오의약품 원료 물질 비즈니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한미정밀화학은 작년부터 약 100억원을 투자해 관련 분야 설비를 고도화하고 있다.
서귀현 한미약품 R&D센터장은 "임성기 선대 회장의 신념과 철학에서 시작된 한미의 R&D 본능은 창립 50주년을 기점으로 더욱 강력하게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세포·유전자(Cell&Gene) 및 mRNA 기반의 치료제 등 한미의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통해 비약적으로 점프하는 R&D 중심 제약바이오 기업의 롤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글로벌 한미' 실현 위한 3대 축 '한국·미국·중국'
창립 이후 최초로 연매출 3000억원을 돌파한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은 한미그룹의 지속가능 성장을 견인하는 화수분으로서 매년 고성장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창립 후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한미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한미사이언스는 북경한미약품의 10년후 매출 목표를 1조원대로 잡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북경한미약품의 고성장 기조를 이어나가기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에 주력하기로 했다. 현재 어린이의약품과 해열제 등 상비약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매출 라인업을 성인용 의약품으로 넓힌다. 작년 한미약품의 대표 제품인 고혈압치료 복합신약 '아모잘탄'을 중국에서 출시했으며, 이안핑(기침가래약), 리똥(변비약) 등 성인을 위한 제품 포트폴리오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고 있다.
북경한미약품은 생산에서부터 영업, 마케팅, R&D까지 아우르는 독자적인 현지 제약기업이다. 북경한미약품 연구센터도 한국 한미약품 연구센터의 분소가 아닌 독자적인 연구개발 역량을 탄탄히 보유한 독립적 연구소다. 표적·면역항암 이중항체 '펜탐바디'가 북경한미약품이 독자 개발한 대표 기술이다. 북경한미약품은 한국의 연구팀과 함께 펜탐바디를 접목한 새로운 후보물질을 발굴해 글로벌 임상 1상을 시작했다.
한미약품의 혁신신약과 약국 자동화 시스템 전문기업 '제이브이엠'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베돈'은 파트너사 스펙트럼을 통해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제이브이엠'은 매 분기 역대 최고 매출을 경신하고 있다.
또 항암제와 당뇨, 비만, NASH 영역에서의 신약은 물론, 의약품 자동화 시스템 분야에서도 파트너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스펙트럼은 최근 비대면 마케팅에 강점을 가진 '어썰티오 테라퓨틱스(Assertio Therapeutics)'에 인수되면서 새 성장 발판을 마련했고, 제이브이엠은 코로나19 이후 '파우치형 조제 방식'의 유용성에 대한 인식이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북미 시장에서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제이브이엠은 최근 다관절 협동 로봇팔을 적용한 차세대 약국 자동화 시스템(사진·MENITH)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이 같은 그룹사들의 성과가 '글로벌 한미' 실현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현재 한미약품이 개발중인 NASH 치료제가 미국에서 상용화되는 2030년 이후에는 미국에서만 매년 1조원대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매출 1500억원 규모의 제이브이엠은 2030년경 5000억원 이상의 매출 볼륨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선도…M&A 등 다각적 검토
AI와 빅데이터 등 디지털 분야는 한미사이언스가 주목하는 또다른 핵심 사업 영역이다. AI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데 그치지 않고, 헬스케어 시장 전반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역량있는 기업에 대한 M&A 등도 적극 검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미그룹은 2000년대 초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 개인정보단말기)를 활용한 영업 시스템을 구축했을 정도로 디지털 분야에 대한 앞선 인식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부터 한미는 생산하는 자사 전 제품에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를 적용하는 등 공급망 단계를 최적화하는 혁신 시스템으로 회사의 디지털 역량을 한층 끌어올렸다.
한미사이언스는 방대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파생되는 데이터를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융합하는 것에서 미래의 비즈니스 혁신이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사이언스는 의료 분야에서의 AI 모델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국내외 기업과의 M&A 등을 현재 검토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계열사 '온라인팜'은 RFID 기반의 유통 물류 혁신을 통해 매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나가고 있으며, 최근 선보인 '약국 키오스크' 서비스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 확장 추세와 맞물리면서 고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다.
한미사이언스가 지분을 보유한 '에비드넷'은 병원에 축적되는 의료데이터(EMR)를 빅데이터화해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혁신 기업으로, 회사는 에비드넷의 혁신이 한미가 추진중인 R&D와 디지털 비즈니스 등에 접목할 계획이다.
한미사이언스, 자체 성장동력 갖춘 혁신 지주회사로 도약
작년 한미그룹 계열사 '한미헬스케어'와 성공적으로 합병한 한미사이언스는 자체 성장동력을 갖춘 사업형 지주회사로서 한미그룹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고 있다.
한미약품과 북경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 제이브이엠, 온라인팜 등 각 분야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보유한 그룹사들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면서 한미그룹이 지속가능한 혁신경영 모델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역할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1973년 창립후 50년을 맞은 한미그룹은 향후 100년을 이어갈 미래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며 "혁신경영의 토대는 당연히 R&D 경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R&D 없는 제약회사는 죽은 기업이라고 강조했던 임성기 선대 회장의 신념은 한미그룹의 변함없는 철학이자 사명"이라며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 뿐 아니라 헬스케어 시장을 선도할 다양한 영역에서 한미의 R&D 정신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권미란 (rani19@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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