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 자고, 책 읽고, 이어폰 끼고…민주당의 이상한 ‘철야 농성’
지난 6일 오후 11시쯤 국회 본청 로텐더홀. 의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의원이 연단에 서서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언을 이어갔다. 그런데 같은 시각 약 2m 떨어진 맨 앞줄에 앉아있는 이재명 대표의 귀에는 무선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이 대표는 이어폰을 낀 채 휴대전화 조작에 열중했다. 비슷한 시각, 이 대표 페이스북에는 “양평 고속도로 종점 이전 안 되면 사업폐지라니… 내가 못 가지면 부숴버려?”란 글이 올라왔다.
민주당은 6일 오후 7시부터 국회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반대 비상행동’을 열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서 철야 농성을 통해 정부 대응을 촉구하겠다는 것이다. 의원들이 번갈아가며 발언하는 ‘릴레이 필리버스터’도 진행했다. 그러나 집회가 시작할 때의 열기와 달리 얼마 지나지 않아 의원들 다수가 농성장을 이탈하고, 의원들의 자유 발언에 다른 의원들이 집중하지 못하는 등 ‘보여주기식 투쟁’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번 농성에 의원 전원이 참여한다고 공지했다. 농성이 시작할 무렵 민주당 의원 167명 중 130명 정도가 농성장에 모였다. 이재명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IAEA 사무총장에게 ‘이 보고서를 대통령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고 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는 오염수 투기 반대를 천명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뜨거운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난 뒤 다른 의원의 자유 발언이 시작되자 의원들은 속속 자리를 빠져나갔다. 아예 연단에 등을 돌린 채 다른 의원들과 잡담하는 의원도 있었다. 빈자리가 점점 늘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자 결국 사회를 맡은 고영인 의원이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당분간 흩어지는 모습은 자제해달라”고 말해 대열을 바로잡았으나 잠시뿐이었다.
오후 9시쯤 되자 농성장은 빈자리가 더 많아진 모습이었다. 자리에 남아있는 의원은 70여명. 발언을 듣는 의원보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의원이 더 많았다. 오후 10시를 넘어서자 분위기는 더 늘어졌다. 참석자는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어떤 의원은 누워서 잠을 청했고, 다른 의원은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자정까지 농성을 이어간 뒤 흩어졌고, 7일 오전 8시에 발언을 재개했다. ‘17시간 철야 농성’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야간 농성’이었던 것이다. 당초 의원 전원이 밤새 농성을 벌이려 했으나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늦은 밤이 되자 국회 본청 앞에는 귀가하는 의원들을 태우기 위한 차량들이 줄지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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