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수소 희석·핵종 정화능력 문제 없어”…韓 자체 검토 결과 보니
일본 오염수 처리 계획 국제기준보다 엄격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이어 한국 정부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과학기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IAEA가 추진하는 국제 검증 모니터링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는 한편, 별도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분야별 전문가로 검토팀을 구성해 독자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계획의 안전성을 검토해 왔다.
한국 정부는 7일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계획에 대한 과학기술 검토 결과를 공개했다. 검토 결과는 모두 24페이지 분량으로 검토 진행 과정과 구체적인 검토 결과를 담고 있다. KINS와 함께 독자 검토를 주도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밝힌 포인트는 모두 여섯 개다. 구체적으로 어떤 검토를 거쳤는지 원안위가 지목한 여섯 개의 포인트를 바탕으로 검토 결과를 정리했다.
①삼중수소 제외 핵종 정화능력은 문제없나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수 가운데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낼 수 없는 삼중수소 외에 나머지 핵종을 어떻게 선정하고,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가 가장 첫 번째 관건이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에서 배출기준의 100분의 1 이상 검출됐던 핵종 30개에 39개의 핵종을 추가해 총 69개 핵종에 대한 측정값을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안위는 원전 가동기간·반감기·선량기여도·용해도를 감안했을 때 반드시 포함돼야 할 핵종 19개를 골랐고, 일본 정부가 정밀 분석할 69개 핵종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LPS의 성능도 중요한 문제다. 과거 ALPS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고장 사례가 확인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원안위는 2019년 5월 이후에는 배출기준을 초과하는 핵종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2차 정화 능력과 정화가 어려웠던 아이오딘129(I-129)도 2019년 5월 이후로는 배출 기준 이내로 정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기 전에 핵종의 농도를 측정하는 K4탱크도 오염수 균질화와 유지관리 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②삼중수소 희석은 충분한가
ALPS로 걸러낼 수 없는 삼중수소는 바닷물에 희석해서 배출목표치인 리터(L)당 1500베크렐(Bq) 이하로 방류하는 게 일본 정부의 계획이다. 이 때 관건은 크게 세 가지다. 희석에 필요한 바닷물을 충분히 구할 수 있는지, 삼중수소 농도에 따라 오염수 배출량을 조절할 수 있는지, 해수에 대한 방사능 감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다.
원안위는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출계획을 토대로 최대 농도와 최대 배출량을 가장 보수적으로 계산해봐도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1468Bq/L로 기준치를 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6월 22일 도쿄전력이 발표한 K4-B 탱크의 시료의 경우 해양 방출시 삼중수소 농도가 206Bq/L이었다.
오염수 배출을 감시·제어하는 중앙감시제어실과 희석용 해수의 방사능을 감시하는 장치에도 문제가 없다는 게 원안위의 판단이다.
③이상상황 시 제대로 조치할 능력이 있나
지진이나 해일이 발생했을 때, 도쿄전력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요인이다. 이상상황으로 ALPS가 고장났는데도 오염수가 해양으로 방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안위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이상상황 별로 대비책을 마련해 놨고, 특히 K4탱크에서 해수배관헤더까지 오염수를 이송하는 배관에 긴급차단밸브 2대를 이중화해서 설치했다. 오염수가 기준보다 많거나 방사선 수치가 높으면 자동으로 밸브가 차단되게 설계가 돼 있다.
④방사능 측정과 감시는 제대로 할 수 있나
원안위는 오염수 배출 과정에서 단계별로 방사능 수치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졌는지도 살폈다. 오염수 배출은 크게 측정·확인, 이송, 희석·방출, 방출후·해역모니터링의 단계로 나눠진다. 각 단계별로 방사능 수치 측정이 필요하다는 게 원안위 설명이다.
원안위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경우 K4탱크, 이송펌프실, 5호기 취수구, 상류수조, 해수배관헤더 출구 배관, 상류수조 남쪽, 방출 후 해역모니터링, 5호기 취수구에 걸쳐 방사능 측정과 감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⑤핵종 농도 측정은 믿을 수 있나
IAEA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방사능 분석 인력과 조직, 장비,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도쿄전력은 40대의 장비를 도입해 69개 핵종에 대해 측정을 진행하고 있고, 핵종별 검출하한치도 배출기준치의 100분의 1로 설정했다.
문제는 일본 정부의 측정 결과를 믿을 수 있느냐다. 원안위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계측장비의 측정값이 자동으로 변환·저장돼 대외 공개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에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가 지정한 독립검증기관의 교차 분석과 IAEA의 분석이 추가된다. 앞서 지난 5월 발표된 IAEA의 핵종 농도 측정 결과를 보면 도쿄전력의 핵종 분석결과는 95% 신뢰도를 보여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⑥방사선영향평가는 적절하게 이뤄질까
해양방출 오염수 내 존재하는 방사성핵종이 후쿠시마 인근 주민 등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사실 이 부분은 일본 내에서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문제지만,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오염수가 인체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일본 정부는 방출 오염수로 인한 피폭선량을 연간 0.05밀리시버트(mSv)로 제한했다. IAEA의 기준인 연간 0.1~1mSv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방사선핵종의 먹이사슬로 인한 생태계 축적도 함께 살피기로 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오염수는 한국은커녕 후쿠시마 주민들에게도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원안위는 다양한 피폭상황과 변수를 모두 따져봐도 후쿠시마 인근 주민이 받게 되는 예상 피폭선량은 연간 0.00003mSv라고 평가했다. 국제 기준의 10만분의 3 수준이다. 오염수를 담고 있는 K4탱크가 파손돼서 오염수가 해양에 그대로 누출되더라도 후쿠시마 인근 주민의 예상 피폭선량은 최대 0.01mSv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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