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잘’ 신혜선씨, 전생을 기억한 채 사는 기분은 어때?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3. 7. 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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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사주했고 누군가가 작업친 기획살인이었다.

tvN 토일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2일 방영된 6회에서 반동우(문동혁 분)는 반지음(신혜선 분)이 원조캐피탈에 쳐들어가자 추이를 염탐한다. 그러다 문득 “문서하 어렸을 때 교통사고가 크게 났었는데 그거 사고 아니다. 내가 작업친 거야. 그때 엉뚱한 애가 죽어서 내가 식겁했잖아.”란 대표의 말을 엿듣는다.

반동우는 돈을 벌어보고자 이 사실을 문서하(안보현 분)에게 알리고 문서하보다 한 발 늦게 원조캐피탈을 찾은 반지음은 “(문서하가) 사고에 대해 알아낸 것 같습니다. 누가 사주했는 지 물어보는 걸로 봐서는 그걸 알고 온 거 같지는 않습니다”는 원조캐피탈 대표의 통화를 들으며 전생 자신의 죽음이 타살이었음을 확인한다.

그 통화 상대방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운전기사를 길 위에 내려두고 혼자 차를 몰아 사라진다. 그의 정체는 아들의 인사청탁을 위해 문정훈(최진호 분) 회장을 찾았던 장연옥(배해선 분)을 통해 밝혀진다.

장연옥은 문회장 집을 나서다 엇갈린 그의 신원을 서하 외삼촌이자 MI그룹 이사로 있는 이상혁(이해영 분)에게 문의했고, 결국 안기부 출신으로 한때 문회장 일을 봐주었으며 현재는 보안업체 24캡스 대표(정선철 분)로 있음을 알게 된다.

이같은 전개는 삽시간에 드라마에 스릴러 장르를 덧붙였다. 원조캐피탈 대표 말에 따르면 윤주원(김시아 분)을 사망에 이르게한 교통사고는 정작 테러였으며, 그 사주자는 24캡스 대표였고, 문서하가 내막을 알았음을 전해 들은 24캡스 대표는 그 길로 문회장을 만나러 온 것이다. 그림만 보면 당시 사건의 버튼을 누른 최초 사주자는 문정훈 회장인 모양새다.

하지만 문정훈은 문서하의 아버지다. 아버지가 외동아들 문서하의 죽음을 사주했다?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더구나 시놉시스상 문정훈은 냉혹한 기질의 소유자긴 하지만 죽은 아내 이상아(이보영 분)를 사랑했으며 외동 아들 서하를 잃지 않기 위해 강하게만 키우려는 엇나간 부정(父情)의 소유자로 묘사돼 있다. 그러니 왜?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그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한 명 더 있다. 바로 당시 운전기사였던 하도윤의 아버지. 도윤의 아버지는 문정훈의 운전기사였다. 보통 운전기사는 최측근일 수 밖에 없다. 차 안에서 진행되는 모든 고급 정보를 귀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피아도 보스의 운전 기사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조직원의 몫이다.

만약 도윤 부가 들어서는 안될 비밀을 들었고 그런 도윤부를 겨냥한 테러였다면? 원조캐피탈 대표도 작업쳤다고만 했다. 엉뚱한 애가 죽었다고만 했다. 서하를 겨냥했다고 명시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조차 말이 되지 않는다. 아들이 피해 볼 수 있는 상황에서 테러를 진행한다? 결국 그 테러로 서하는 목숨은 건졌지만 청력을 잃었다. 도윤 부가 타깃였다면 얼마든지 혼자인 시간을 노릴 수 있었다. 과연 이 미스테리가 어떻게 풀려갈 지 궁금하다.

기본 스토리라인에도 큰 변화가 더해졌다. 반지음 외에도 전생을 기억하는 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애경 식당의 아르바이트생 민기(이채민 군)와 이상아의 환생으로 보이는 한나(이한나 분). 두 사람은 반지음이 환생한 윤주원임을 인지하고 있으며 전생의 인연과 엮이면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물론 왜 그런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는 지는 두 사람도 모른다.

실제 전생 반지음의 조카이자 현생 동거인인 김애경(차청화 분)은 원인 불명의 흉통을 반지음에게 속이고 있다. 또 반지음을 전생 언니 윤주원으로 받아들인 초원(하윤경 분) 주변에도 엄마 조유선(강명주 분) 여사의 정원수가 이유없이 말라 비틀어진다든가 초원의 이파리 다듬기계가 오작동 하는 등의 불길한 전조들이 시작됐다.

반지음조차 전생 인연을 찾았을 때 끝이 안좋았던 경험은 해본 터라 본인의 환생을 과거 인연들에게 알리길 주저한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다 같이 전생은 기억하지만 반지음은 두 사람을 못 알아보고 두 사람은 알아본다. 여기엔 또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7화 예고편에서 민기는 지음에게 말한다. “지음씨가 전생을 기억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겁니다.” 혹시 그 이유란 게 무당방울과 피를 떨구는 칼이 등장했던 1000년 전 쯤 어느 전생에 있는 걸까? 그 생 최후의 순간, 기필코 이 삶을 기억하겠단 다짐을 영혼에 각인시켰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이상아의 환생으로 추정되는 한나가 전생을 기억하게 된 것도 죽음의 순간 아들 서하에 대한 강렬한 모성애 때문은 아닐까? 실제 살아 생전 이상아는 이미 환생자인 윤주원을 알아보지 못했었다.

사고 아닌 테러로 밝혀진 교통사고에 얽힌 내막과 파면 팔수록 복잡해지는 환생의 비밀 등등으로 인해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클라이막스 등정은 한층 다이내믹해졌다. 물론 수습은 제작진의 몫이다. 시청자로선 기대를 갖고 응원만 하면 될 일이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전생을 기억한 채로 환생하면 어떤 기분일까? 뜨거운 열병을 알았던 삶도 있었을 것이고, 얼음장같은 오한에 시달린 삶도 있었을 것이다. 더러 평안했던 삶도, 추문으로 끝난 삶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경험한 무수한 만남과 무수한 이별, 또 그 틈바구니에서 널뛴 무수한 감정들 모두가 끝내 흘러가고만 찰나에 불과함을 안다면 다시 맞이한 삶을 어찌 대하게 될까?

아무개란 이름은 얻었지만 전생의 기억으로 인해 일말의 의구심도 없이 아무개 자신이 될 수는 없는 삶을 산다는 건 어쩌면 저주 아닐까? 그래서 옛 이야기들은 ‘망각의 강’을 만들었는 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아무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그런 감정들을 화면을 통해 구체적으로 납득시키고 있는 신혜선의 연기는 참 볼 만하다. 혹시 전생을?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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