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민’ 창업 김봉진 의장, 회사 떠나 고문으로…전 직원에 메일
“새로운 도전 해보고 싶다”
지난해 최대실적·흑자전환 후
2월 대표직 사임한지 5개월만
7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경 김 의장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메일을 보내고 “우리 구성원들과의 함께 했던 그 열정의 시간들 너무 행복했다. 그러나 열정은 너무 뜨겁고 너무 큰 힘을 쓰는 일인지라 좋은 쉼표가 있어야 좋은 마침표로 완성된다”며 “이제 제 인생의 큰 쉼표를 찍어본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김 의장이 맡았던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직과 우아한형제들·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합작법인인 싱가포르 우아DH아시아 의장직을 내려놓고 회사를 떠나 잠시 쉬면서 재정비할 시간을 갖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김 의장은 이날 양측 의장직에 대한 사의를 밝혔다.
다만 김 의장은 “‘우리들의 배민’과의 연결은 계속될 것”이라며 “‘고문’이라는 역할로 여러분과 연결돼 뜨거운 도전에 지속적으로 힘을 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 전 의장은 우아한형제들뿐만 아니라 우아DH아시아에서도 고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의장의 사임은 이사회 승인이 필요 없다. 다만 등기 변경 등 행정 절차를 밟는 데는 1~2주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흑자 전환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매출 2조9471억원(연결 기준), 영업이익 4241억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2021년 처음 2조원을 돌파한 지 1년 만에 47% 성장했고, 같은 기간 757억원이었던 영업손실도 4000억원대 영업이익으로 단숨에 돌아섰다. 영업이익률은 14.4%에 달한다.
현재 김 의장의 우아한형제들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약 8% 수준이다. 한국·베트남 등 아시아 14개국의 딜리버리 사업을 총괄하는 우아DH아시아의 경우 김 의장이 45%의 지분을 갖고 있다. 김 의장이 회사를 떠나는 것은 지난 2월 대표직을 사임할 때부터 예견된 수순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 의장은 메일에서 “‘평생직장 따윈 없다. 최고가 돼서 떠나라’ 우리 회사 공간에 적혀 있는 문구다. 여러분의 멋진 도전을 위해 제가 적은 것”이라며 “그때 생각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위한 작은 시작 앞에서 여러분들과의 시간을 가슴에 담아본다”며 “이제 ‘경영하는 디자이너’가 진짜 좋아했던 디자인이라는 일에 대한 새로운 도전도 해보고 싶다. 또한 커다란 세상에 ‘작은 생각 하나’와 ‘뜨거운 열정 하나’를 품고 세상과 맞짱을 떠보려는 후배들도 도와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도전에 우리 배민 구성원들이 응원해주면 큰 힘이 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마지막으로 “여러분을 생각하면 ‘고맙다’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습니다”라며 “다시 생각해보아도 ‘고맙다’는 말 밖에는 생각나지 않네요. 고맙고 또 고맙고, 고맙습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김 의장이 공식적으로 회사를 떠나면서 우아한형제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김봉진 의장은 이미 지난 2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이후 우아한형제들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김 의장이 떠나더라도 회사 운영상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2010년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해 배달주문 플랫폼 배민을 업계 1위 앱으로 키웠다. DH는 우아한형제들의 전체 기업가치를 40억달러(약 5조2180억원)로 평가하고 2020년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21년에는 우아한형제들과 DH가 싱가포르에 합작법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고 우아한형제들의 김 의장(45%), 오세윤 부사장(CSO) 겸 우아DH아시아 대표(2.5%), 인기완 해외사업부문장(2.5%) 등 3인방과 DH(50%)가 지분을 나눠 갖고 아시아 사업을 이끌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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