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백시, 피프티피프티 사태...대중은 무조건 편들지 않아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연예기획사와 연예인이 싸우면, 팬들과 대중은 누구를 향해 손가락질할까? 정답은 '잘못한 사람'이다.
하지만 눈 앞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싸움은 드물다. 첨예한 대립 끝 법정에서 잘잘못을 가리곤 한다. 이 과정에서 팬들은 통상 스타를 응원한다. 연예기획사와 연예인의 관계를 '갑과 을'로 보고, 연예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을 착취하는 과거 사례가 잦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더 이상 연예기획사와 연예인의 관계를 수직적으로 재단할 수 없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대중의 판단 기준도 달라졌다. 무조건 스타를 옹호하지 않는다. 똑똑해진 팬과 대중은 '객관적 상황'을 보려한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분쟁을 겪은 보이그룹 엑소의 유닛 그룹 첸백시 사태를 비롯해 걸그룹 피프티피프티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하나씩 찬찬히 뜯어보자.
19일 만에 막을 내린 첸백시 사태는 지난달 1일 불거졌다. 첸백시는 소속사에 정산 파악을 위해 내용증명을 발송했으나 '자료 사본 제공 불가'라는 답을 들었다며, 전속계약 해지 통보를 포함해 정산금지급 청구 소송 등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SM은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의 개정 전까지 연 2회·개정 후에는 매월 정산을 진행해 왔다. 사본을 주지 않고 '열람만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한 건 다른 멤버들의 자료도 담겨 있고, 제3자에게 제공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단언컨대, 첸백시의 문제제기는 같은 소속사 선배인 동방신기의 과거 사태 때와는 다르다. 동방신기 분쟁의 경우 신인으로 데뷔해 활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실제로 계약 과정에서 그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요소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고, 결국 3명의 멤버가 동방신기를 떠나 독자적으로 활동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팬덤은 5인조 활동이 불가능해진 것은 아쉬워하면서도 3인의 뜻을 존중했다. 그들이 실제로 피해를 입고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첸백시는 이미 최초 계약 기간이 끝난 후, 재계약을 체결한 후 이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엑소는 이미 내로라하는 글로벌 K-팝 스타다. SM과의 갑을 관계는 역전된 지 오래다. 그들이 SM의 강요로 인해 불공정한 '재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이 그리 설득력있게 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멤버 한 명이 자신의 의지대로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M 역시 "공정거래위원회 및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 및 권고하고 있는 표준전속계약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당사와의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자유의지로 재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결국 원치 않거나 불합리한 조항이 있었다면 그들이 지난해 말 재계약하지 않았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첸백시 외 다른 엑소 멤버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어떤 발언도 또 다른 논쟁의 씨앗이 될 수 있기에 말을 아낀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재계약을 맺은 SM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강압에 의한 불공정한 재계약은 없었다는 방증이다.
결국 6월19일 양측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상호 대등한 협의 및 수정 등의 과정을 진행하면서 앞으로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로 약속했다"면서 갈등을 봉합했다. 하지만 그 생채기는 남았다.
이런 논리는 최근 분쟁을 겪고 있는 피프티피프티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피프티피프티는 지난해 11월 데뷔한 신인이다. 그들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다. 그들이 부른 '큐피드'가 데뷔 4개월 만에 미국 빌보드차트와 영국 오피셜차트 등에 진입하며 단숨에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했다. '흙수저 그룹이 일군 기적'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여 만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피프티피프티의 소속사 어트랙트는 최근 그들의 앨범 프로듀싱을 맡았던 외주 용역업체 '더 기버스'의 안성일 프로듀서를 "멤버들을 강탈하려는 외부 세력"으로 지목하며 업무방해, 사기 및 업무상 배임 행위 등으로 고소했다. 안 프로듀서 측은 "허위 주장에 대해 상당한 불쾌하다"면서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반박했지만, 그들이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대중은 어트랙트의 피해 호소를 더 신뢰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발생했다.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이 지난달 19일 불투명한 정산, 건강관리 위반, 지원 부족 등을 주장하며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그들 역시 여타 그룹처럼 '정산' 문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통상 K-팝 그룹을 육성해 데뷔시키기까지 수십억 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 역시 "80억 원을 투자해 그룹을 성장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프티피프티가 빠른 성공을 거뒀다지만, 데뷔 6개월 만에 정산 문제를 들먹이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게다가 오비이락이라고 했던가.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의 가족들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맞춰 한글 그룹명과 멤버들의 이름을 상표권 출원 신청했다. 그들이 어트랙트를 배제하고 개별 활동하기 위해 준비해왔다는 오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두 사태에서 소속사가 취한 공통적인 자세가 있다. 첸백시와 피프티피프티, 즉 소속 가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삼갔다. 그들을 흔든 '외부 세력'이 있다고만 외칠 뿐이었다. 어트랙트 측은 "(멤버) 본인들의 잘못은 없다. 탐욕스러운 어른들의 잘못된 말들 때문에 앞길이 창창한 아티스트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결국 각 소속사는 이들과의 동행을 원한다. 그런 경우, 이번 분쟁으로 인해 이들의 이미지가 금이 가는 것이 결코 달가울 수 없다. 상대와 싸우면서도 그 상대를 지켜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물론 최종적인 잘잘못은 법의 심판을 통해 가려진다. 그때까지 누가 옳다, 그르다 함부로 판단할 순 없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심리 변화까지 막을 순 없다. 대중은 업계 전문가가 아니다. 결국 그들은 '상식' 선에서 이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대중이 바라볼 때 스타가 무리한 주장과 요구를 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아무리 분쟁이 잘 마무리돼도 이미지 타격까지 막을 순 없다. 이 업계에서 더 이상 스타 권력은 '을'이 아니며, 대중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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