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네 편도 내 편도 아냐…존재감 키우는 ‘글로벌 사우스’

황경주 2023. 7. 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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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다자 협의체죠.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가 인도에서 모디 총리의 주최로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 회의가 열리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모디 총리는 미국을 국빈 방문하고 바이든 대통령과 친목을 다졌는데요.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인도가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알아봅니다.

올해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회의에서는 미국의 오랜 앙숙, 이란까지 가입을 했네요?

이 정도면 거의 반미국 연합 아닌가요?

[기자]

현지시각 4일 인도 뉴델리에서 상하이협력기구, SCO 정상회의가 화상으로 열렸습니다.

SCO는 미국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정치, 경제, 안보 협의체로, 인도와 파키스탄 등 8개국이 참여하고 있죠.

여기에 올해는 이란까지 가입하면서 '반미' 색채가 더욱 짙어졌습니다.

회의를 주최한 인도 모디 총리는 이란의 가입을 환영한다며, SCO 회원국들이 함께 식량이나 연료 부족 등 세계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렌드라 모디/인도 총리 : "이란은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새로운 가족이 됐습니다. 라이시 이란 대통령에게 축원을 전합니다."]

미국 제재를 받아 온 이란은 SCO에 가입하려고 많이 공을 들여 왔죠.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SCO는 '위대한 가족'" 이라고 표현하면서, "군국주의와 달러 패권이 수십 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다", "여기에 맞서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들으라고 하는 얘기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에 회의를 주최한 인도는 미국과도 돈독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잖아요?

[기자]

모디 총리가 지난달 말 미국을 국빈 방문하고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죠.

두 정상은 "양국은 어느 때보다 긴밀하다", "파트너십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가깝게 밀착하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당시 모디 총리의 발언 들어보죠.

[나렌드라 모디/인도 총리 : "우리는 단순히 정책과 합의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삶과 꿈, 운명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모디 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인도와 미국은 첨단기술,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앵커]

모디 총리가 SCO에서는 힌디어를 쓰고, 미국에서는 영어를 쓰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인도는 미-중 사이를 줄타기하면서 실리를 취하겠다는 거겠죠?

[기자]

인도는 SCO뿐 아니라 중국과 함께 2000년대 빠른 경제 성장세를 보인 브릭스로 묶이기도 하고, 동시에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각종 협력체에도 한 발을 걸치고 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4자 안보협력체 '쿼드'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의 회원국이죠.

인도가 미-중 패권 다툼을 지렛대로 국제적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아빠르나 빤데/미국 허드슨연구소 연구원 : "제3세계 지역에서 미국의 발언권과 소프트 파워가 줄어든 상황에서, 인도는 많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 불리기에 열을 올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나라는 인도만이 아닌데요.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 사우디아라비아도 최근 중국, 러시아와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미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미-중 사이 긴장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고 짚었습니다.

글로벌 사우스란 남반구나 북반구의 저위도에 위치한 개발도상국, 제3세계 국가를 뜻하는데, 이들 국가가 어느 때보다 많은 힘을 갖게 됐다는데 포린폴리시의 분석입니다.

[앵커]

팬데믹이나 기후 문제 같은 세계적인 위기들도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의 존재감이 커지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요?

[기자]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이 코로나19 대유행을 막겠다며 오랫동안 국경을 걸어 잠근 뒤로 글로벌 기업들은 '탈중국'을 모색하기 시작했죠.

이게 역내 중간 강대국인 '글로벌 사우스'에 기회가 됐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 공장을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고 있고, 인도네시아는 중국의 광물 시장을 대신할 거란 기대를 받고 있죠.

[옌스 에스켈룬드/주중 유럽연합상공회의소 회장 : "현재 많은 회사가 중국과 글로벌 고리를 분리해야 하는 시점인지 계산해보고 있습니다."]

또 전 세계가 함께 대응해야 하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이들 국가가 영향력을 키우게 될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포린 폴리시는 석탄 등 화석 연료 생산과 소비가 많은 이들 국가가 협조하지 않으면 기후 위기 해결책은 없을 거라고 짚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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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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