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만에 깨진 과점…은행株 ‘만년 저평가주’ 오명도 깨질까 [투자360]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정부가 은행 산업의 규제 굴레를 하나둘 손보는 가운데 은행주가 ‘만년 저평가주’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기로 한 데 이어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투자한도 완화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은행간 경쟁 촉발을 기대하면서 자회사 투자 성과에 따라 재평가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와 지방은행주를 포함하고 있는 KRX 은행 지수는 올 들어 6일까지 4.4% 하락했다. 지수는 올 1월 730대를 찍고 내리면서 현재 570선을 나타낸다. 이 기간 하나금융지주(-9.85%), 신한지주(-7.94%), KB금융(-5.56%), 우리금융지주(-3.39%) 등 주요 은행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4.3% 증가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은행주의 고질적인 숙제는 단연 ‘저평가’다. KRX 업종별 PBR(주가순자산비율)을 보면 KRX은행지수는 0.35배로, 거래소가 업종 등으로 집계하는 28개 KRX 지수 중 최하위다. KRX보험(0.39배), KRX증권(0.40배), KRX반도체(1.34배), KRX헬스케어(3.58배) 등 보다 낮다. PBR은 주가 1주를 순자산가치로 나눴을 때 몇 배가 되는지를 보는 평가지표다. 이 비율이 1배를 밑돌면 주가가 순자산에 비해 저평가돼있다는 뜻이다.
저평가 요인에는 ‘관치 디스카운트’가 꼽힌다. 연초 은행주들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반짝 급등했으나 정부의 ‘이자 장사’ 비판에서 비롯된 관치 논란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발 투자 심리 약화로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금융지주들은 분기배당 정례화,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 달래기에 나섰음에도 투심을 붙잡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그간 검토해왔던 은행권 제도 개선안을 구체화하면서 재평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우선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하면서 첫 타자로 DGB대구은행을 꼽았다.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메기’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이 새로 생기는 것은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1년 만이다. 또 기존 부동산 관련 자문만 가능했던 은행의 투자자문업이 금융상품 자문까지 확대된다.
다만, 장기간 산업 체질 개선엔 긍정적이지만 단기간 주가 반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대구은행에게 나쁠 건 없어 보이지만 이미 전국적 영업망을 통해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의 규모를 고려하면 기존 경쟁 구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규모의 격차가 커서 기존 경쟁구도에 균열을 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증권가는 금산분리 완화에 거는 기대감이 더 큰 분위기다. 현재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가 아닌 회사 지분을 5%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최근 금융당국은 이 한도를 15%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금융과 비금융 간 벽을 허물어 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그간 금융지주사들은 은행업, 보험업법 등에 비금융회사에 대한 지분투자가 15%까지 허용된 만큼 여기에 준해 지주사의 투자 범위도 늘려달라고 요구해왔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15%까지 지분 보유가 가능하게 된다면 밸류에이션 재평가에도 당연히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제는 은행과 비은행 간 협업할 수 있는 사안들이 늘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분 확대를 허용하더라도 핵심은 투자 성과라는 조언도 뒤따랐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은행권은 수익성 확대를 위해 보험, 증권 등 은행 외 사업을 확장해왔다”며 “결국에는 지분 투자를 하더라도 수익으로 이어져야 실제 벨류에이션 재평가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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