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머스크와 SNS격투 '현피'서 '한방'…공룡대전 막 올라
게이츠 등 셀럽도 잇따라 가입…20억명 인스타그램 기반 구축
트위터, 소송 경고로 '맞불'…디지털 뱅킹 등 새 기능 탑재 전망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새 소셜미디어(SNS) '스레드'가 초반부 기세를 올리며 트위터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명운을 건 소셜미디어(SNS) 공룡 대전이 본격 막을 올리게 됐다.
스레드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트위터를 겨냥해 개발됐고 그 기능도 유사해 이용자들이 겹친다는 점에서 두 SNS 간 정면승부는 불가피하게 됐다.
이들 SNS 간 경쟁은 미국의 대표 IT기업의 수장이자 세계 최고 부호인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간 자존심 대결 양상을 띤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두 사람의 기싸움은 앞서 난데없는 격투기 대결 예고로 불이 붙은 상태로, 현피(현실에서 만나 싸움을 벌인다는 뜻의 은어) 성사 여부에 이목이 집중돼왔다.
스레드는 저커버그가 비밀리에 추진해온 야심작이고, 트위터는 머스크가 440억 달러(57조원)를 들여 지난해 인수한 바 있다.
스레드 출시 16시간 만에 가입자 3천만명…셀럽도 잇따라
스레드는 지난 5일 출시 이후 채 하루도 안 돼 가입자가 3천만명을 넘어섰다.
저커버그가 직접 실시간 가입자 중계를 하면서 세를 과시하고 있다.
스레드의 가입자 속도는 출시 5일 만에 이용자가 100만명을 넘어 화제가 됐던 챗GPT를 크게 능가한다. 스레드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앱 다운로드 1위다.
트위터의 월간 활성 이용자는 3억6천만명으로, 스레드가 하루 만에 약 10% 따라붙은 셈이다.
트위터에서 수천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미국의 유명 인사(셀럽)들도 잇따라 스레드 계정을 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도 스레드 계정을 오픈했고,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도 계정을 열었다.
게이츠와 윈프라의 트위터 팔로워는 각각 6천290만명과 4천220만명에 달한다.
가수 제니퍼 로페즈(팔로워 4천490만명)와 유명 방송인 엘런 드제너러스(7천540만명)도 스레드 이용자가 됐다.
트위터 대항마…20억명 인스타그램 기반 구축
스레드는 머스크 인수 이후 그의 정책에 불만을 느끼고 트위터를 떠난 이용자와 광고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개발됐다.
그래서 기본적인 골격은 트위터의 기능을 상당 부분 그대로 갖췄다.
텍스트 기반으로 실시간 소식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한 게시물당 500자까지 지원된다. 사진은 물론 동영상도 최대 5분 분량까지 올릴 수 있다.
다만, 트위터에서 인기 있는 기능인 해시태그는 없고, 일대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DM 기능도 없는 차이점이 있다.
PC용 웹 사이트가 없고 아이폰 등 앱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스레드는 메타의 인기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트위터와 큰 차이가 있다. 이는 스레드의 최대 강점이기도 하다.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으면 손쉽게 로그인을 할 수 있는 구조다.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은 쉽게 계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스레드가 빠른 시간 안에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가장 큰 이유다. 인스타그램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20억 명에 달한다.
스레드 견제 나선 트위터…소송 경고 엄포 '맞불'
스레드가 출시 초기 주목을 받으면서 트위터도 견제에 나서고 있다.
린다 야카리노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여러분이 트위터 커뮤니티를 만들었다"며 "그것은 대체될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이곳은 공공의 광장"이라며 "우리는 종종 모방되기도 하지만, 트위터 커뮤니티는 결코 복제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레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트위터와 기능이 유사하게 개발된 스레드를 겨냥했다.
트위터는 메타에 대해 소송 가능성도 경고하며 엄포도 놓았다.
미국 온라인 매체 세마포르에 따르면 트위터는 사내 변호사 명의로 저커버그에게 경고 서한을 보냈다.
트위터는 서한에서 "우리는 지식재산권을 엄격하게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메타가 해당 직원들에게 트위터의 영업 비밀과 지적 재산을 사용한다는 구체적인 의도를 갖고 모방 앱인 '스레드' 개발을 지시했다"며 "이는 주(州)법 및 연방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격투는 시작됐다" 저커버그-머스크 정면대결
머스크와 저커버그가 출시 전부터 스레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둘은 SNS상에서 '현피(현실에서 만나 싸움을 벌인다는 뜻의 은어)'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달 21일 머스크는 "스레드가 트위터의 라이벌이 될까"라는 한 트위터 사용자의 질문에 "무서워 죽겠네"라고 비꼬며 깎아내렸다.
다른 사용자가 "저커버그가 주짓수를 한다는데 조심하라"고 하자 그는 "나는 철창 싸움(cage fight)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이에 저커버그가 인스타그램에 "위치 보내라"며 장소를 정하라고 하고, 머스크가 "진짜라면 해야지.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이라고 응수하면서 불이 붙었다.
두 CEO 사이의 신경전 정도로 여겨졌던 이 대결은 양측이 "진지하다"는 입장을 드러내면서 '현피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같은 스승 밑에서 주짓수를 수련하는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출시 당일인 지난 5일 '적진' 트위터 계정에 11년만에 등판, '넌 뭐야'라고 따지는 뜻으로 통용되는 이른바 '가짜 스파이더맨' 밈을 올리기도 했다.
스레드 출시 전 시작된 둘의 자존심 대결은 억만장자 간의 충돌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머스크는 2천320억 달러(303조원)의 재산을 보유한 세계 최대 갑부이고, 저커버그는 1천30억 달러(134조원)로 세계 10위다.
시장조사 기업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의 수석 분석가 자스민 엔버그는 스레드 출시에 "링에서 격투(cage match)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스레드, 추격 시간 문제?…트위터, 디지털 뱅킹 추진
스레드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현 기세라면 트위터 이용자를 추격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특히, 머스크가 지난주 트위터에서 하루에 볼 수 있는 게시물 수를 제한해 이용자들이 반발하면서 스레드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채프먼대학의 니클라스 마이어 마케팅 교수는 "스레드 출시는 트위터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 완벽한 타이밍에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저커버그가 스레드 이용자가 10억 명에 이를 때까지 광고를 담지 않겠다고 하는 점도 이용자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달리 앞으로 트위터의 기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머스크는 작년 10월 이후 '트위터 2.0'이라는 장기 플랜을 내놓으며 트위터를 변모시키려 하고 있다. 머스크는 '모든 것의 앱'(everything app)이라고 했다.
핵심은 '디지털 뱅킹'으로, 머스크는 이용자들이 트위터 앱을 통해 서로에게 돈을 보내고 예금 이자를 벌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스레드가 발 빠르게 쫓아오면서 머스크도 '트위터 2.0' 플랜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스레드와 트위터, 저커버그와 머스크의 쫓고 쫓기는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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