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뜬 최첨단 연구소 '탐해3호'...희토류 등 자원 탐사 나선다
5일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HJ중공업 영도조선소. 조선소 한편의 길이 92m, 폭 21m의 거대한 배 한척에선 진수·명명식을 하루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상의 크레인과 배 상판에 위치한 조선소 직원들은 각종 장비를 배 위로 실어나르고 있었다. 이 배는 ‘바다 깊은 곳까지 탐사한다’는 의미를 담은 탐해(探海) 3호. 한국의 해저 지질 연구를 ‘대양’까지 끌어올릴 ‘바다 위의 연구소’다.
1868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연구개발(R&D) 예산이 투입된 이 배는 6일 진수·명명식을 가졌다. 1997년 취항해 26년여간 물리탐사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탐해 2호의 뒤를 이어 내년 4월부터 석유가스 등 해저 자원 탐사, 이산화탄소 해저 저장소 선정, 해저지층구조 변화 탐지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비가 건조비를 지원했고 지질자원연구원에서 운용하게 된다.
탐해 3호는 ‘해저 3차원(3D) 지질정보’ 수집 능력에서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능력을 갖췄다. 자원 탐사나 지층 구조 파악 등 해저 물리 연구를 위해서는 바닷 속 지형구조를 3D로 파악하는 성능이 필수적이다. 물 아래에 에어건을 쏴 음파를 발생시키고, 해수면 위에 긴 줄 모양의 구조물인 ‘스트리머’를 펼쳐 이 음파로부터 되돌아오는 탄성파를 수신하는 방식이다. 이 스트리머의 길이와 개수 등이 배의 3D 탐사 능력을 결정한다.
탐해 3호는 기존 탐해 2호보다 4배 넓은 면적을 보다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탐사 깊이도 기존의 2배 수준으로 개선됐다. 구남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장비기술팀장은 “세계 최고 성능의 물리탐사선으로 꼽히는 일본 ‘카이메이’의 스트리머 길이가 3km, 4개 조인 데 반해 탐해3호는 6km 규모 스트리머 8개를 탑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업용 탐사선이 아닌 연구선에서는 경쟁력이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이다.
탐해3호는 스트리머가 측정하기 어려운 해저면의 ‘S파(가로로 움직이는 파동) 탐사’를 위해 해저면에 센서를 설치하는 ‘해저면 탄성파 노드 시스템’을 갖춘 것도 특징이다. 구 팀장은 “세계에서 유일한 ‘다목적 연구선’”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연근해 탐사에 머무르던 탐해2호와 달리 항해성능이 개선되고 항속거리도 높은 탐해 3호가 취항하면 태평양 등 ‘대양탐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태평양 해저에 매장된 희토류의 전반적인 위치와 농도 등을 파악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탐해3호의 실제 탐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질연이 완성한 ‘태평양 해저 희토류 지도’에 따르면 태평양 해저 0~5m 기준으로 현재 희토류 매장이 확인된 지역은 159곳에 이른다. 희토류가 비교적 고르게 분포된 남위 30도, 서경 140도 부근 남태평양 1개 지역에서만 약 4860t가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네오디뮴 등 핵심 5개 광종의 경제적 가치만 2400억원 가량에 이른다. 연구진은 희토류 매장 지역의 특성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서태평양 등 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추가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제해저지각시추사업(IODP) 등 기존 국제 협력 프로젝트에서 시추코어 등을 통해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다. 해당 시추코어 주변으로 얼마나 넓게 희토류가 분포돼있는지 등은 3차원 범위에서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실제 정확한 매장량을 확인하기 위해 탐사선을 몰고 직접적인 탐사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희토류를 쉽게 채굴할 수 있을 정도로 땅이 무른지 등도 직접 탐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이 연구를 주도한 구를 주도한 김윤미 지질연 해저지질에너지연구본부 박사는 “탐해3호를 통해 부존량이 높다고 추정되는 3개 지역을 선정해 우선적으로 탐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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