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정권 바뀔 때마다 '동네북'…통일부가 뭘 잘못한 걸까

5년, 10년마다 바뀌는 대북정책으로는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통일부의 깊은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통일부의 역할에 대해 요즘 정부 내에서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에 인용한 문구는 언제 누가 한 말일까요?

위에 언급한 문구는 지금부터 6년 전인 2017년 12월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가 통일부의 역할을 평가하면서 한 말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구성된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는 전임 박근혜 정부 시기를 위주로 보수 정부 시기의 대북정책 검토를 진행했는데, 박근혜 정부 시기 대북정책의 결정과정 등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위와 같이 통일부에 깊은 반성을 주문했습니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가 보수 정부 시기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7년 12월 28일.

당시 통일부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냈습니다.

"앞으로 통일부는 성찰과 반성을 토대로 혁신을 이루어 나감으로써, 대북 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

- 정책혁신위원회 의견서에 대한 통일부 입장, 2017년 12월

6년 전과 비슷한 모습

그런데, 여야 간의 정권교체로 정부가 바뀐 지금 6년 전과 비슷한 모습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 왔는데 그래서는 안된다. 이제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

-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통일부 역할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원칙이라고 한다면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 이런 것들을 이야기할 수가 있겠습니다. … (중략) … 통일부가 앞으로 원칙 있는 그리고 대단히 가치지향적인 그런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영호 통일부장관 후보자 발언

김영호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차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한 통일부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대로 헌법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정책을 수립 추진해 나가는 한편, 담대한 구상에 따른 북한 비핵화와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 등을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 통일부 대변인 브리핑, 지난 3일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대북정책 뒤집기

통일부에 대해 자성을 촉구하는 주문과 이에 맞춰 변화를 다짐하는 통일부. 6년 전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통일부에 주문하는 변화의 방향은 정반대입니다. 6년 전에는 보수 정부에서 진보 정부로 바뀐 상황이었고, 지금은 진보 정부에서 보수 정부로 바뀐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여야 정권 교체가 됐던 2007년 말 ∼ 2008년 초 당시에는 이보다 상황이 더 심했습니다.

당시 이명박 후보 쪽에서는 ABR(Anything But Roh: 노무현과는 반대로)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었고, 통일부는 아예 폐지 대상에 올랐습니다. 당시 존폐 논란 속에 간신히 조직은 살아남았지만 통일부는 많은 인원을 감축당해야만 했습니다. 대북정책의 기조가 바뀐 것도 물론입니다.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대북정책의 뒤집기.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의 야권이 집권한다면 대북정책이 180도 뒤집힐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문제는 이런 대북정책의 비일관성이 어떤 정부에게도 원하는 성과를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대북정책이라는 것은 북한이라는 상대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수십 년 동안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도 성과를 자신하기 어려운데, 여야 간의 정권 교체 때마다 5∼10년 단위로 바뀌는 대북정책으로는 어떤 성과도 제대로 거두기 어렵습니다. 지금과 같은 대한민국의 상황에서는 어느 정부의 대북정책도 성공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건 큰 차이 없는데

연속성보다는 차별성을 강조하는 정책. 진보와 보수가 적대적으로 분열돼 있는 한국의 정치상황에서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이데올로기 성격이 강한 대북정책은 특히 그 정도가 심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진보 정권이나 보수 정권이나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대북정책의 내용에는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