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바비' 얼마나 잘되려고…행사질타·상영금지·번역오류 시끌
조연경 기자 2023. 7. 7. 09:27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탓일까. 작품 외적으로도 벌써부터 다채롭게 시끌벅적한 분위기다.
영화 '바비(그레타 거윅 감독)'가 7월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가운데, 일부 만족스럽지 못했던 내한 행사부터, 작품에 대한 배우의 뜻이 명확하게 전해지지 못한 번역 오류, 그리고 영토권 분쟁에 따른 해외 몇몇 국가의 상영 금지 소식까지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팬들의 눈총을 산 건 지난 2일 진행 된 '바비' 팀의 내한 핑크카펫 행사다. 그레타 거윅 감독을 비롯해 배우 마고 로비와 아메리카 페레라 모두 한국은 처음 방문하는 것이라 서로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높았다.
인간 바비가 된 마고 로비는 행사 진행 중 의상을 한 번 갈아입을 정도의 준비성을 보였고, 한 명의 팬에게라도 더 인사하기 위해 이곳 저곳 바쁘게 뛰어 다니며 다양한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팬의 편지를 깜찍한 바비 가방에 넣는 모습이나, 현장에서 13시간 기다린 팬에게 늦게나마 달려가 사인을 해준 비화 등은 미담으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바비' 팀을 위해 내한 기획팀이 준비한 건 색동옷을 입고 핑크카펫을 누비는 한국문화재재단 예술단의 진도북춤과 한복 선물이었다. 물론 북춤과 한복 자체가 잘못인 건 전혀 아니다. '바비' 측도 "영화에 다앙한 바비들이 나와 춤추는 장면이 있는 만큼 K바비로 승화 시키고자 기획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납득은 간다. 문제는 적절하지 못했던 시간 안배와 주객전도의 진행 방식이었다.
이 날 30여 분에 걸쳐 핑크카펫을 걸으며 팬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한 '바비' 팀은 정작 무대에 오른 후에는 각자 '한 개의 질문'만 받고 답할 수 있었다. 인사까지 영화 이야기는 단 5분도 채 나누지 못한 것. 이유는 단연 '시간 관계상'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북춤과 한복 자랑이 채웠다.
정해진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이 부족했다면 0순위는 차 떼고 포 떼 영화와 '바비' 팀이 주목 받는 방향으로 기획해야 했을 터. 공연 시간도 예상보다 길었을 뿐더러 박술녀 디자이너가 무대에 직접 올라 한복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고 단체 사진까지 찍는 건 선 넘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해당 한복 주머니 속 명함까지 포착되면서 무엇을 위한 자리, 누구를 위한 홍보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마고 로비와 인터뷰를 나눈 최근 한 매체의 보도 역시 네티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마고 로비가 '바비'에 대해 "완벽히 페미니즘 DNA에 기반하고 있고, 환상적인 휴머니스트 영화"라고 소개한 것을 자막으로는 '페미니즘 DNA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멋진 휴머니스트 영화' '페미니즘을 넘어선 휴머니스트 영화' 등으로 번역한 것. 마고 로비는 페미니즘과 휴머니즘을 분명 같은 선상에 두고 표현했는데, 번역은 한 끗 차이로 휴머니즘을 더욱 강조하는 모양새로 보인다.
사실 페미니즘 성격 강한 '바비' 관련 오역은 이미 '바비' 콘텐트가 공개됐을 때부터 불거졌던 부분이다. 캐릭터 포스터 공개 당시 북미 버전 포스터 원본은 '바비는 모든 것이 될 수 있어' '켄은 그냥 켄'이라는 '바비'의 정체성이 명확하게 담긴 캐릭터 설명이 눈에 띄는데, 국내 포스터는 '바비' '켄'이라며 의미도, 맥락도, 설명도 없는 단순 표기로 예비 관객들의 질타를 받았다. 어디서 차를 떼도 포를 떼야 하는지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바비' 영화 자체로 발생한 이슈도 있다. 베트남 정부가 자국 내 '바비' 상영을 전면 금지한 것. 사실상 개봉 취소다. 베트남 국영 언론은 "'바비'에 중국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남중국해 영토 표기 지도가 등장해 국내 배급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천연 재원이 풍부하게 매장된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남해 구단선)을 자의적으로 그어 90%를 자국 영해라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인근 국가인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은 '중국이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해한다'며 영유권 분쟁을 지속 중이다. 그리고 '바비'에 이 구단선이 표시 된 지도가 삽입됐다는 후문이다.
베트남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토 주장에 가장 거센 반발을 하고 있는 국가인 만큼, 영화 심의위원회는 해당 지도를 확인한 후 '바비'의 개봉을 불허, 극장 상영 목록에서 최종 제외했다. 베트남에 이어 필리핀도 '바비' 상영 금지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것으로 알려져 글로벌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
한편 '바비'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스크린 안팎의 흐름이 닮은 꼴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바비'가 관객들의 지지와 응원 속 관객들의 사랑 받는 영화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에서는 오는 19일 개봉 예정이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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