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는 맛집 다 모였네”... 수백억 들여 18년 만에 싹 바꾼 현대百 식품관 가보니
미쉐린 식당·셰프 레스토랑 등 28개 브랜드 구성
롯데百·신세계百 등도 식품관 리뉴얼 진행
“일반 백화점 식품관이랑 다른 것 같아요. 밖에서 줄 설 만한 맛집들이 한곳에 모여있는 것 같아서 메뉴 고르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35세 주부 김 모씨)
5일 오전 11시 30분 현대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에는 음식 판매대마다 긴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음식을 주문하는 키오스크 앞도 마찬가지였다. 6750㎡(약 2042평)에 달하는 식품관에는 220석의 좌석이 배치됐지만, 자리를 잡기 위해 따로 줄을 서야 할 정도로 고객들이 북적였다.
이날은 현대백화점이 지하 식품관의 브랜드를 ‘가스트로 테이블’로 명명하고 운영을 시작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가스트로 테이블은 ‘미식(Gastronomy)’과 ‘다이닝 공간(Table)’의 합성어로, 현대백화점이 정구호 디자이너와 함께 차별화된 식품관 플랫폼을 선보이기 위해 2년여간 준비한 프로젝트다.
빠르고 간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지하 식품관’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고급 식당가 못지 않은 서비스를 선보였다. 현대백화점 식품관 전용 종이 가방을 따로 만들고, 물티슈와 물 등 자체적으로 디자인해서 배치했다.
압구정역 인근에 거주한다는 직장인 황 모(38)씨는 “원래도 백화점에서 자주 점심을 먹는데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통일돼 깔끔하다는 인상이 있고, 밖에서는 줄 서서 먹어야 하는 브랜드를 편하게 맛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지하 식품관이 고객이 주문한 음식을 직접 받아 가는 ‘셀프 픽업’ 제도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이곳은 노란색 앞치마를 착용한 직원들이 고객이 주문한 음식을 자리까지 직접 가져다준다.
고객은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하고 숫자가 적힌 기계를 받고 기다리면 된다. 스마트폰으로 ‘현대식품관’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메뉴 확인 및 주문, 계산을 하는 ‘테이블 오더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유명 셰프와 레스토랑이 압구정 본점에 처음으로 출시한 미식 브랜드 8개를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산다이’의 일식 브랜드 ‘마키 산다이’와 정호영 셰프의 ‘샤브카덴’을 비롯해 일본 도쿄 생 캐러멜 시폰 케이크 맛집 ‘마사비스’의 국내 1호점을 들였다. 잠실에서 줄 서는 카페로 유명한 ‘진저베어’도 백화점에 처음 자리를 잡았다.
마사비스의 관계자 오카다씨는 “현대백화점 바이어가 직접 일본에 와서 맛도 보고 러브콜을 보냈다”며 “한국에서는 시폰 케이크가 안 먹힌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저희는 자신이 있었고, 1인 가구가 많아지는 만큼 작더라도 홀 케이크를 먹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했다”고 했다.
마사비스는 일본 도쿄 등에서 5개 지점을 두고 있으며, 한일합작법인으로 운영 중이다.
현대백화점이 식품관 재단장에 신경 쓰는 이유는 백화점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식품관 매출 비중은 2021년 16.2%, 2022년 16.7%, 올해 상반기 17.8%로 늘어났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백화점들이 지하 식품관에 큰 주목을 하지 않았지만, 코로나가 지난 후 식품관에서 음식을 먹고 위층으로 올라가 쇼핑을 하는 수요가 커졌다는 것을 알고 식품관 재단장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는 올해 기존점 리뉴얼(재단장)과 신규 점포 투자에 총 1조2357억원을 투입했다. 전년 대비 33%가량 투자금이 늘었다. 특히 식품관 재단장을 계획을 밝히거나 진행한 경우가 많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부터 소공본점과 잠실점에서 식품관 테이블 오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고객들이 책상 위에 진동벨을 올려놓으면, 상주직원들이 손님에게 음식을 가져다준다.
이와 관련 올해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김상현 롯데유통군 부회장은 “백화점은 주요 상권 내 점포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할 예정이고, 잠실점은 럭셔리 브랜드와 프리미엄 식품관 재단장을 통해 상품기획자(MD)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기존점 리뉴얼과 신규점 출점에 5868억원을 투입한다. 주요 점포에 골프 전문관과 영패션·남성 명품 전문관 등을 개설했고, 하반기엔 강남점 식품관을 개편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 본점 등 일부 점포의 올해 리뉴얼 예산을 2600억원으로 설정했다. 본점에 선보인 가스트로 테이블의 경우 추후 소비자 반응을 보고 서울 내 주요 점포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천경희 가톨릭대학교 공간디자인·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 고객이 많아지면서 백화점을 가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게 백화점의 숙제가 됐다”며 “현대백화점은 인기 F&B(식음료) 브랜드를 들여와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먹고 나서 쇼핑으로 이어지게 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롯데, 신세계도 같은 방식을 도입해야 집객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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