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경찰, 음주 뺑소니 범인 난 줄 알아"...1km 추격전 비하인드 썰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축구 국가대표 출신 방송인 이천수가 퇴근길에 음주운전 뺑소니범을 직접 잡았다. 훈훈한 이야기 뒤에는 ‘웃픈’ 상황도 있었다.
이천수는 6일 개인 채널 ‘리춘수’를 통해 공개된 영상을 통해 “촬영 마치고 집 가는 길에 올림픽대로 교차로를 지나가는데 저 멀리서 ‘잡아주세요. 부탁해요’라며 소리치는 분이 있었다.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몰랐다. 차에서 내려서 ‘무슨 일이세요?’라고 그때 처음 여쭤봤다”고 설명했다.
음주 운전자에게 뺑소니 사고를 당한 택시 기사가 도움을 요청한 상황이었다. 이천수는 “(뺑소니범이) 어디 있어요?”라고 물으며 음주 운전자가 도주하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곧이어 이천수 차량을 운전하던 지병주 매니저도 차에서 내려 음주 운전자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지병주 매니저 역시 이천수와 마찬가지로 축구선수 출신이다.
사건이 벌어진 시점은 4일 오후 11시경. 당시 서울에 많은 비가 내렸다.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게다가 이천수와 매니저가 추격하던 방향은 오르막길이었다. 또한 도주범이 어디에 있는지 시야 확보가 안 됐다고 한다.
이천수는 “어르신(택시 기사)이 너무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니까 초반에 너무 빨리 달렸다. 페이스 조절을 못했다”면서 “저 멀리서 그분(도주범)이 휘청대면서 도망가더라. 매니저와 둘이 쫓아가는데 너무 힘들었다. 결국 그분이 도주를 포기하고 가드레일에 걸터앉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추격전을 벌인 거리는 무려 1km에 달한다.
이천수와 매니저가 도주범을 잡고 사고 지점으로 내려오자 택시 기사는 그제야 이천수를 알아봤다. 그는 “어? 혹시 이천수 선수 아니에요? 젊은 친구가 이런 일을 다 도와주고...”라며 감사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천수는 “저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다”라고 답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고 지점에 있었다. 이천수는 “경찰이 진짜 빨리 왔다. 택시 기사님이 신고하고 몇 분 안 돼서 도착했다. 만약 신고 지점으로 안 가고 도주 방향으로 오셨다면 경찰이 바로 잡았을 텐데 길이 엇갈렸다”고 들려줬다.
이천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언급했다. 그는 “경찰분이 음주운전 뺑소니 범인이 난 줄 알더라. 경찰이 나에게 다가와서 ‘무슨 일이죠?’라고 하길래, ‘저 (범인) 아니고 뒤에 있어요’라고했다”고 말해 모두를 웃게 했다.
이천수가 음주운전 뺑소니범을 잡았다는 소식이 퍼지자 축구팬들은 ‘스페인식 호흡법’을 거론했다. 이천수는 과거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에 입단했을 때 스페인십 호흡법을 배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천수의 설명에 따르면 더 빠르게 잘 뛸 수 있는 호흡법이라고 한다.
추격전에서 ‘스페인 호흡법’을 썼느냐는 물음에 이천수는 “그날은 스페인 호흡법은 생각도 못 했다. 그래서 힘들었나 보다. 너무 정신이 없었다. 스페인 호흡법을 했어야 했다”고 대답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이천수와 매니저에게 표창장과 포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이천수는 “포상금은 당연히 기부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리춘수’ 채널 측은 해당 포상금을 순직 경찰관 자녀 지원 관련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천수와 지병주 매니저. 사진 = DH엔터테인먼트·리춘수 채널·마이데일리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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