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KIA에서 안 치고 삼성에서" 김도영은 울고, 동료들 전화까지…류지혁은 그런 선수다
[스포티비뉴스=포항, 김민경 기자] "KIA 애들한테 전화가 오더라고요. 왜 KIA에서 안 치고 삼성에서 치냐고."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류지혁(29)이 이제는 옛 동료가 된 KIA 타이거즈 선수들을 언급하며 웃어 보였다. 류지혁은 5일 오전 삼성으로 트레이드된다는 말을 전해 듣고 급히 짐을 싸서 포항으로 이동했다. 지난 3년 동안 정든 KIA 선수들과 충분히 인사할 시간도 없이 그렇게 바로 붉은색에서 푸른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사실 KIA는 류지혁에게 2번째 팀이다. 프로 첫 팀은 두산 베어스였다. 충암고를 졸업하고 2012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36순위로 두산에 지명돼 2020년 시즌 도중 KIA로 트레이드 전까지 뛰었다. 두산과 비교하면 KIA 동료들과 정을 쌓을 시간이 훨씬 부족했던 게 사실인데, 2번째 이별도 쉽지는 않았다.
류지혁은 "한 번 해봤는데도 적응 안 되더라. '아 또 가네' 이런 생각이었다. 트레이드가 참 힘든 것 같다. 반반이다. 좋은 것 반, 힘든 것 반이다. 늘 느끼는 게 적응을 했다 싶으면 내가 필요한 팀이 있어서 가고, 적응했다 싶으면 필요한 팀이 있어 가고 있다"며 급작스러운 변화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KIA 후배 김도영은 트레이드 당일 취재진 앞에서 류지혁을 이야기하다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류지혁은 김도영의 눈물을 알고도 애써 덤덤하게 넘기면서 "KIA에서 애들한테 행복한 야구를 하자고 했다. 우리 앞으로 시간 지나면 무조건 좋은 성적을 내고, 우승할 거다. 이러면서 다 같이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트레이드 되는 바람에 나는 여기(삼성)서 해야 할 것 같다. '너네는 거기서 해, 나는 여기서 할게' 이렇게 하면 된다"고 답하며 웃어 보였다.
류지혁은 트레이드 이적한 5일 포항 두산전 2-7로 뒤진 8회말 2사 1루에서 우중간 담장 직격 1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리며 삼성에서 첫 안타와 타점을 신고했다. 다음 타자 이성규의 좌익수 왼쪽 적시 2루타에 득점하면서 이적 첫 득점까지 기록했다.
류지혁은 삼성에서 첫 안타를 되돌아보다 "올해 담장 맞힌 타구가 처음이었다. KIA 애들도 전화가 오더라. 왜 KIA에서 안 치고 삼성에서 치냐고"라고 설명하며 웃었다. KIA에서 이런 타구를 자주 생산하지 그랬냐는 옛 동료들의 투정 아닌 투정이었다.
3년 전 두산 동료들도, 이번에 KIA 동료들도 유독 류지혁을 떠나보낼 때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해마다 있는 트레이드인데도 류지혁에게 이런 동료들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류지혁이 선수단에서 생활을 잘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류지혁은 "야구장에서 실력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적인 것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게 나라는 사람을 어떤 얼굴로 만들지 본인이 정하는 것이라. 그런 것을 신경 쓰는데 그걸 봐주셔서 내가 헛된 야구 인생을 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이제 류지혁은 삼성에서 또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두산에서 함께 뛰었던 오재일, 청소년야구대표팀과 상무 동기로 함께했던 구자욱이 있어 의지가 된다. 류지혁은 6일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오재일을 대신해 당분간 1루수로 뛰고, 장기적으로는 주전 3루수를 맡을 예정이다.
류지혁은 광주에서 '아빠가 KIA 타이거즈 선수'라고 자랑스러워했던 첫째 아들 이현이가 이제는 '아빠가 삼성 라이온즈 선수'라고 자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류지혁은 " KIA에서 못했던 야구를 여기서 하려 한다. 후배들이랑 더 돈독하게 지내면서 편한 선배가 되고 그렇게 야구하고 싶다"며 "한 자리를 차지해서 돋보이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나 같은 (전천후) 선수가 있어야 팀이 돌아간다. 나 같은 선수도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상황에 따라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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