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전성기라고?'...아니, 지금이 커리어하이 '제1의 전성기야'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시즌 전 어떤 전문가도 33살의 내야수가 이렇게까지 활약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KT 위즈 김상수(33)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김상수는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 1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는 최근 10경기서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한 두 팀의 맞대결로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라 예상됐다. KT는 초반부터 김상수를 앞세워 LG를 밀어붙였고 8-4로 승리하며 4연승을 질주했다.
김상수의 배트는 1회 첫 타석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임찬규의 초구 142km 한가운데 패스트볼을 지켜본 뒤 2구째 111km 느린 커브를 받아쳐 안타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장면을 자세히 보면 올시즌 김상수의 타격 페이스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 30km 이상의 구속 차이가 나는 느린 커브에 당황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상수는 타격을 위해 레그킥을 한 뒤 예상보다 느린 구속을 맞추기 위해 왼발로 땅을 한 번 더 치며 타이밍을 맞추는 타격 기술을 보여줬다. 그리고 깔끔한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타자는 하체가 무너지며 배트가 헛도는데 김상수의 대응은 완벽했다.
8회에는 마수걸이 홈런을 기록하며 올 시즌 활약이 우연이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8회초 1사 2루서 LG 오석주의 133km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왼쪽 펜스를 넘어가는 비거리 110m 투런 아치를 그렸다. 사실상 이 홈런으로 KT의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3회에는 빠른 발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3회 1사 2루서 1타점 적시타로 출루한 김상수는 김민혁의 안타로 3루를 밟았다. 그리고 알포드의 1루 땅볼 때 과감하게 홈을 파고들며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이 장면은 마치 2014시즌 53개의 도루로 도루왕을 차지했을 때의 김상수 같았다.
김상수의 활약은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6일 경기에서 KT는 7-8로 역전패했지만, 김상수만큼은 눈부셨다. 2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 5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한편 김상수는 지난겨울 두 번째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4년 총액 29억 원에 KT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72경기 출전에 그쳤던 그는 에이징커브라는 말을 들었다. 2020년 타율 0.304로 커리어하이를 찍은 뒤 2021년 0.235, 2022년 0.251에 그쳤던 김상수였지만 KT에서 완벽히 부활했다.
올 시즌 김상수는 69경기 타율 0.311 74안타 30타점 34득점 5도루 30볼넷 출루율 0.390 OPS 0.760이다. wRC+는 무려 125.2다. 모든 타격 지표가 통산 기록보다 뛰어난 수준을 넘어 커리어하이를 찍고 있다. 말 그대로 지금이 김상수의 전성기다.
프로 데뷔 15년 만에 유니폼을 바꿔 입고 FA를 두 번이나 한 33살 내야수는 30대 나이에 접어들며 들었던 에이징커브라는 평가를 보기 좋게 뒤집었다. 공격과 수비 모두 KT의 보물이 되었다.
[커리어하이 기록을 쓰고 있는 KT 김상수.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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