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BYD보다 현대차가 적게 팔린 나라
2023. 7. 7. 07:30
-현대차의 일본 도전, 성공할까
BYD 440대, 캐딜락 262대, 벤틀리 208대, 현대차 199대. 순위로는 BYD 17위, 캐딜락 22위, 벤틀리 23위, 현대차가 24위다. 일본수입자동차조합이 올해 1~5월까지 집계한 누적 수입차의 등록대수 결과다. 물론 현대차는 아이오닉 5와 넥쏘 등의 전기차만 판매했던 만큼 다른 수입차와 직접 비교는 불리할 수 있다. 그런데 199대라는 숫자는 동일하게 전기차만 판매했던 중국 BYD에도 뒤진 것이어서 뼈아프다. 한국을 제외한 해외 모든 시장에서 현대차와 직접 맞붙는 경쟁자가 중국 기업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일본에서 먼저 실현된 셈이다.
그렇다면 일본 내 전기차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PWC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일본 내에서 판매된 BEV는 1만2,158대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8% 증가했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오히려 작다. 한국은 올해 1분기 3만5,866대의 BEV가 판매됐고 전년 대비 34.1% 성장했다. 일본은 BEV보다 HEV가 여전히 주력인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일본에서 1분기 162대를 판매해 전기차 시장 내 1.3%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반면 BYD는 252대로 2.0%를 차지했다. 둘의 차이는 미미하지만 이후 5월까지 숫자는 함의하는 바가 크다. 2개월 사이에 BYD는 188대를 추가했고 현대차는 37대 더하기에 머물렀다. 다시 말해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가 점차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추세라면 야심차게 일본에 재진출한 현대차의 올해 판매는 500대를 넘기기 어려울 수도 있다. 지난해 다시 발을 내딛으며 달성한 연간 526대 실적이 ‘반짝 효과’로 내몰릴 수 있는 셈이다.
현상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쏟아진다. 그중 가장 설득력 있는 논리는 한국차를 바라보는 일본 소비자의 시선이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같은 등식이라면 BYD는 현대차보다 특별함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런데 실적만 보면 BYD에 현대차가 뒤진다. 게다가 BYD가 판매하는 아토3와 현대차 아이오닉 5는 가격도 비슷하다. 아이오닉 5가 400만원 가량 비싸지만 일본의 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400만원은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다.
그렇다고 일본 국민들의 이웃 국가 선호도를 보면 한국이 중국 대비 밀리는 것도 아니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10월 일본 국민 1,7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외교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5.9%는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전년 같은 조사 대비 8.9% 상승한 반면 중국에 대해선 비호감 정도가 81.8%로 오히려 전년 대비 악화됐다. 국가 브랜드를 고려하면 현대차가 BYD보다 나은 결과를 보여야 하지만 숫자는 다른 해석을 요구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전기차'라는 단어를 주목한다. '전기차'는 새로운 산업의 결과물이고 이전 내연기관과 다른 차원의 인식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이 부문에서 BYD는 전기차 전문 기업으로 자리 잡는 반면 현대차는 아이오닉 5를 내놨어도 여전히 내연기관 기업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크다고 해석한다. 그리고 내연기관을 기준하면 일본 소비자들이 한국차를 구입할 이유는 별로 없어진다. 전기차로 재진출했지만 '현대차=내연기관' 인식의 고착이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점에 비춰 현대차의 일본 시장 공략 방법은 기존 내연기관과 전혀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무엇보다 일본 소비자의 전기차 사용 경험을 늘리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국가 브랜드, 현대차 브랜드를 내세우기보다 전기차로서 '아이오닉 5'의 제품력 알리기에 치중하라는 뜻이다. 이때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초급속 충전기의 빠른 확산이다. 이제 막 전기차로 한 걸음 옮긴 일본 내에서 제품 판매와 동시에 최우선적으로 이용자 편의성에 집중하라는 조언이 쏟아진다. 그럴수록 서서히 구매 심리의 벽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전기차를 구매하는 일본 소비자에게 현대차여서 '아이오닉 5'를 사는 게 아니라 전기차 중에 가장 이용이 편리한 차 '아이오닉 5'로 접근하라는 얘기다. 그럴수록 '현대'라는 브랜드는 '전기차 기업'으로 소비자에게 알아서 각인되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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