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대전과 신주

박계교 기자 2023. 7. 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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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시 닮은꼴인 대전시와 신주시
대덕특구 보다 알찬 신주과학단지
취약한 대전시 인프라 확충은 숙제
박계교 디지털뉴스2팀장

"바람으로 유명한 신주시에 이런 농담이 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간판이 떨어졌을 때 그 밑에 있던 사람이 맞으면 석사 아니면 박사일 것이다"

지난달 대전시와 함께 대만에 갔을 때 일이다. 대전시와 신주시가 과학기술 교류협력 합의서를 쓰는 자리에서 신주시 첫 여성시장인 가오홍안 시장이 웃으면서 한 인사말이다. 그리고 보니 안내 자료에 나와 있는 가오홍안 시장의 최종 학력도 박사다. 그는 미국 신시내티대학교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땄다.

대만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신주시는 대만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기술 도시다. 그러기에 과학수도를 표방하는 대전시와 신주시는 겉으로 보기에 닮은꼴이 참으로 많다. 올해 50주년을 맞는 대덕특구와 비슷한 시기인 1976년 설립된 신주과학단지가 데칼코마니 같은 느낌이다. 대전시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신주시 신주과학단지는 양 국가 과학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신주시는 대전 KAIST에 버금가는 국립교통대와 국립칭화대가 있다. 이곳에서 매년 연구자와 고위직 기업인들을 배출하고 있다. 대덕특구에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모델인 대만공업기술연구원(ITRI)도 신주시에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대덕특구와 신주과학단지는 차이가 현저하다. 규모는 대덕특구가 크지만 실속은 신주과학단지가 있다고나 할까. 2021년 기준 대덕특구는 4970만㎡(1503만 평)이고, 신주과학단지는 557만㎡(174만 평)다. 기업체 수도 대덕특구는 2356개인 반면 신주과학단지는 548개다. 특허등록은 대덕특구가 1만 6449건으로 3964건의 신주과학단지보다 월등하다. 여기까지는 체급적으로 대덕특구가 신주과학단지를 압도한다.

헌데, 오히려 알찬건 신주과학단지다. 매출액이 신주과학단지가 67조 7398억 원으로 21조 4182억 원의 대덕특구 3배 이상이다. 일하는 고용자도 16만 4784명으로 8만 6140명의 대덕특구 2배에 이른다. 연구개발비는 15조 3079억 원의 신주과학단지가 7조 7129억 원의 대덕특구보다 많다. 성장률은 전년대비 신주과학단지가 27% 이상 상승, 11%의 대덕특구보다 성장 속도의 차이가 난다.

ETRI의 모델인 ITRI의 존재감이 새삼스럽다 . 1973년 대만 정부의 정보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대만 경제부 지원으로 수립된 ITRI는 대만 하이테크산업 발전을 주도한 연구소다. 1990년대 이후에는 자체 축척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원하는 기술을 공동개발, 반도체산업 등 대만 ICT 산업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 2020년 현재 학사 1059명과 석사 3740명, 박사 1368명 등 6176명의 인적구성이다. 이러한 과학 인재들이 개발한 기술을 상용, 창업을 유도했는데 우리가 잘 아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TSMC의 모태가 ITRI다. ITRI 원장이었던 모리스 창이 1987년 설립한 TSMC는 ITRI에서 과학 인력을 공급받으며 성장을 거듭했다.

TSMC의 2022년 1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6.3%로 2위인 우리기업 삼성전자 16.3%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요즘 말로 넘사벽이다. 매출액은 2조 2638억 대만달러로 한화로 100조 원에 육박한다. 순이익만 1조 169억 대만달러(한화 41조 6472억 원)다. 종업원수는 7만 3000여 명인 TSMC가 대만경제의 10%를 책임진다 하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대만 정부의 정책 지원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ITRI의 역할, 국립칭화대와 국립교통대 등 대학과 연계네트워크, 기업·대학·ITRI로 구성된 산학연 연계시스템 등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면서 인구 45만 명의 신주시는 그렇게 세계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대전시의 과학 인력은 어느 시점을 지나면 수도권으로 떠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한인반도체기업인들은 한국, 특히 대전에 투자를 하고 싶지만 대만에 비해 '인프라'가 취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인프라'다.

배울 게 많은 신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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